공모가 40달러로 13억7000만 달러 조달…월가 기술기업 IPO 열풍에 합류

10일(현지시각)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선구매-후결제’(Buy Now Pay Later) 서비스로 잘 알려진 클라나는 전날 공모가를 주당 40달러로 책정해 기업과 기존 주주들로부터 약 13억7000만 달러(약 1조9000억 원)를 조달했다. 이는 당초 예상 범위(주당 35~37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상장 첫날인 이날 클라나 주가는 개장 직후 52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되밀리며 45.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기업가치는 약 173억 달러(약 24조 원)로 평가됐다.
세바스찬 시에미아트코프스키 클라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IPO(기업공개)는 우리에게 중요한 이정표”라며 “마치 결혼식과 같다. 준비하고 계획해서 큰 행사를 치르지만 결국 중요한 건 그 이후의 ‘결혼 생활’”이라고 비유했다.
클라나는 최근 미국 시장에서 직불카드와 예금 계좌를 출시하며 은행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번 IPO는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미래 성장 전략을 시험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시에미아트코프스키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클라나가 현재 미국에서 70만 명의 카드 고객을 확보했고, 추가로 500만 명이 대기 명단에 올라 있다고 밝혔다.
그는 클라나 카드가 경쟁사 어펌(Affirm)의 카드와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어펌은 2021년 카드 출시 이후 2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지만, 그는 “어펌 카드는 단순히 고가 구매 시 이자를 포함한 금융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클라나는 조금 다른 고객층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클라나는 어펌뿐 아니라, 2021년 스퀘어(현 블록·Block)에 290억 달러에 인수된 애프터페이(Afterpay)와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다만 클라나는 일부 규제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영국 정부는 ‘선구매-후결제’ 서비스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신규 규제를 추진 중이다. 영국 정부는 또한 소비자들의 상환 능력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이 시장을 공식 감독 체계 아래 두는 방안을 제안한 상태다.
한편, 클라나의 뉴욕증시 상장은 일부 장기 투자자들에게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익을 안겨줄 전망이다.
클라나 기존 주주들은 이번 IPO에서 총 2880만 주를 시장에 내놨고, 이는 공모가인 주당 40달러 기준으로 약 12억 달러(약 1조6000억 원) 규모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2억2200만 달러(약 3000억 원)를 신규로 조달했다.
클라나에 2010년 처음 투자한 벤처캐피털 세쿼이아(Sequoia)는 지금까지 총 5억 달러를 투자해 왔다. 세쿼이아는 IPO에서 보유 지분 7900만 주 중 200만 주를 매각했고, CNBC는 세쿼이아가 공모가 기준으로 약 26억5000만 달러(약 3조6800억 원)의 누적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일본 소프트뱅크는 클라나 투자에서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2021년 기업가치 460억 달러로 평가에 참여해 투자를 주도했으나, 이후 클라나 가치가 급락하며 보유 지분 가치도 크게 줄어든 상태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