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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전문가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하수인으로 존 볼튼 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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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전문가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하수인으로 존 볼튼 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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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김경수 편집위원]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 왼쪽)의 영향이 크다는 외교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과거에도 국제 간 합의를 깨온 경력이 있는 볼턴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동한 27일 저녁만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또 거기에는 지난해 6월 역사적인 싱가포르 1차 북·미회담의 실현을 위해 북한과 광범위한 전례 없는 협상을 담당했던 스티븐 비건 북한담당 특별대표의 모습도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인 28일 두 정상의 협상테이블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나란히 볼턴이 앉고 비건이 테이블 뒤에 앉은 것을 보고 외교적 성과를 기대했던 전문가들은 불안해했다. 여성 반전평화단체 ‘위민 크로스 DMZ’ 창설자인 크리스틴 안은 볼턴이 테이블에 앉고 회담준비를 해온 비건이 뒷자리에 앉은 것을 보고 이미 수상한 낌새를 느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곧바로 핵무기 개발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북·미가 종전선언으로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스텝과 맞바꾸며 미국이 제재의 일부를 풀 수는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었다.

군비관리 및 국제안보문제 담당 국무차관과 유엔대표를 지낸 볼턴은 국제적 합의에 대한 혐오감을 감추지 않고 이란이나 북한공격도 배제하지 않는 강경파로 항상 외교보다는 군사행동을 지지해 왔다. 그는 이라크전쟁을 지지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제조해 알카에다 무장 세력을 은닉했다는 의혹이 잘못됐다는 것이 밝혀진 상황에서도 전투를 계속 주장했다. 트럼프 정권에서 대통령 보좌관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냉전시대 미·소간에 체결된 중거리 핵전력전폐조약(INF)의 파기나, 이란 핵합의로부터의 이탈을 촉진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군축프로그램에 관여한 적이 있는 NGO 대표 보니 젠킨스는 “볼턴은 자신이 믿을 수 없는 물건을 파괴하려고 했던 과거를 가진 인물이며, 이번 회담에서는 그야말로 두려워했던 것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볼턴이 어떻게 협상을 결렬시켰는지 그 상세한 내용은 아직 분명치 않다. 그러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CBS라디오에서 회담 이틀째인 28일 아침까지도 거의 100% 낙관적이었는데 볼턴이 막판에 북한에 핵무기는 물론 보유한 생화학무기에 대해서도 보고의무를 부과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종료 후 가진 회견에서 트럼프는 북측이 모든 제재해제를 요구했다고 말했으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북한이 요구한 것은 시민경제와 시민생활을 저해하는 특정 5개 항목뿐이라고 설명했다. 평화 NGO 핵무기 비확산단체 ‘플라우 쉐어즈 펀드’의 연구원 캐서린 키로는 “어느 쪽인가 하면, 북한의 설명을 믿는다”라고 말했다.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3,200km 이상의 거리를 열차로 사흘이나 달려온 김 위원장이 비현실적인 요구를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분석한다. 그러면서 볼턴이 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이상 향후 상황도 더욱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볼턴은 트럼프 정권에 참여하기 이전인 지난해 2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대북 선제공격에 관한 법적 검증이라는 의견기사를 실었다. 민간 싱크탱크 ‘전쟁 없는 승리’의 에리카 페인은 ‘bomb them(폭격하라)’으로 불리는 볼턴이 협상테이블에 오른 이상 트럼프가 더욱 강경해졌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차 북·미회담 결과에 전문가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비관적인 시각으로 기울지 말 것을 충고한다.

북한연구 NGO인 ‘내셔널 커미티 포 노스코리아’의 대니얼 와츠는 트럼프와 김 위원장은 협상테이블에서 떠났지만 양국 협상을 잇는 다리를 자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와츠는 한국에 북·미 협상을 중개하는 역할을 기대하면서 북·미 양국으로서도 이 협상을 붕괴시키지 않는 것이 유익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몇 주 동안 초점은 북·미 양국이 지난 8개월간 유지해온 균형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그리고 앞으로 협상에서 북·미 간 이견을 좁히고 비핵화를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이다.


김경수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