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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카리브해에 왜 조세피난처가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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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카리브해에 왜 조세피난처가 많을까

카리브해에는 케이맨 섬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섬들이 곳곳에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이미지 확대보기
카리브해에는 케이맨 섬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섬들이 곳곳에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텍스 헤이븐이라 불리는 '조세피난처'는 세금이 전혀 부과되지 않거나 현저하게 낮은 지역이다. 그런데 조세피난처는 카리브해의 섬들에 집중되어 있다.

카리브해에는 케이맨 섬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섬들이 곳곳에 있다. 탈세와 조세회피뿐 아니라 범죄조직이나 테러조직에 의한 자금세탁의 거점으로 알려져 각국의 과세당국과 수사당국의 집중적인 감시를 받는다.

왜 조세피난처가 카리브해에 몰려 있을까.

우선 설탕 혁명을 들 수 있다. 17~19세기에 걸쳐 카리브해 일대의 설탕 플랜테이션을 위해 많은 흑인 노예들이 서아프리카에서 끌려와 이들이 사탕수수를 재배하고 설탕을 생산, 제당된 설탕을 수출했다.
동인도에서 대량의 차가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그 차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 카리브해 지방, 특히 자메이카산 설탕이었다. 1700~1809년 사이에 영국의 1인당 설탕 소비량은 4파운드에서 18파운드로 증가했다.

1776년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 영국에게 큰 정치적 타격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신세계에서 더 중요한 것은 북미 대륙이 아닌 서인도 제도였다. 설탕 생산 거점이기 때문이다. 이 섬들이 조세피난처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인도양의 모리셔스, 인도, 남아프리카의 나탈 주, 오스트레일리아의 퀸즐랜드 주 등이 사탕수수 재배에 나서면서 카리브해는 위기에 처했다.

네덜란드에서는 네덜란드령 동인도가 카리브해 지방보다 중요한 사탕수수의 공급지가 됐다. 미국에서는 남북전쟁 후 사탕수수의 공급지를 하와이에서 찾았다.

이제 세계 설탕 생산 상위 지역에서 카리브해 섬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카리브해 지방은 새로운 경제 기반을 구축해야 했다 그래서 경제의 기둥이 된 것 중 하나가 관광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경제를 지탱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조세피난처다. 이 지역의 세금은 원래 쌌다. 여기에 비밀유지법을 마련해 지역 내 금융 기관의 활동에 비밀을 보장했다.

세금이 쌀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의 비밀이 지켜지면서 케이맨제도는 조세피난처로 변했다. 케이맨제도는 영국령 중 하나지만, 자치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영국 본토와는 다른 세제나 법률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케이맨제도에는 많은 기업이 이전해 왔다. 그럴 때마다 등기 수수료 등 수입은 늘어났다.

케이맨제도의 인구는 2018년 기준으로 6만4000명 정도다. 그런데 1인당 GDP는 무려 8만8000달러다. 케이맨제도의 1인당 GDP는 일본의 2배 이상이다.

카리브해 지역에서 케이맨제도와 함께 알려진 조세피난처로 영국령 버진 제도가 있다. 버진아일랜드는 푸에르토리코 동쪽에 떠 있는 섬들을 총칭하는데, 서쪽의 약 50개 섬은 미국령, 동쪽의 약 60개 섬이 영국령으로 되어 있다. 이를 구별하기 위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라고 부른다. BVI도 케이맨 제도와 같은 길을 걸었다.

그렇다면 왜 케이맨제도나 BVI의 본국 영국은 이들 조세피난처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일까. 답은 영국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 때문이다. 런던은 뉴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제금융센터다. 그 지위를 확고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조세피난처인 것이다. 런던은 전 세계의 자금을 불러들이는 도구로 조세피난처를 이용하고 있다.

조세피난처의 뒤에는 여기에서 이익을 얻고 있는 나라들이 뒤에 숨어 있다. 이것이 세계 경제의 현실이라고 할 수도 있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