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유명한 것은 두 번째 작품인 007 위기일발(원제 ‘from Russia with Love’)의 한 장면이다. 본드는 기차를 타고 가던 중 식당차에서 구운 넙치와 샤르도네 품종으로 빚은 블랑 드 블랑 상파뉴산 샴페인을 주문한다. 자리를 같이한 공격자는 똑같은 넙치에 이탈리아 레드와인 키안띠를 주문한다. 그의 습격을 받는 본드는 “생선에 레드와인을 주문했을 때는 몰랐다”고 혼잣말을 하는데, 이때 본드가 마시던 것이 바로 콩트 드 상파뉴다. 떼땅저(상파뉴 지역의 한 마을)의 샴페인으로 최상위 급에 속하는 와인이다.
콩트 드 상파뉴는 ‘상파뉴 백작’을 뜻하며 샤르도네 품종의 포도 묘목을 이곳으로 처음 가져갔다는 상파뉴 백작 티보4세를 기념해 붙여진 이름이다. 그랑크뤼(최고급 포도원을 뜻함)에서 최고 품질의 포도가 수확되는 해에만 만들어지며 섬세한 뀌베(포도 알을 첫 번째 압착해 얻은 가장 좋은 포도즙으로 발효해 만든 최고급 샴페인)이기 때문에 생산량이 적은 희귀한 샴페인이다.
포브스 일본판은 이 샴페인을 마실 수 있는 좋은 장소로 도쿄 긴자의 캐비어 바 ‘17℃’를 추천했다. 17℃의 카마타니 타카요시 세프는 “입에 머금으면 부드러운 질감이 놀랍게 다가온다. 세련된 과실향과 꽃향이 감돌면서 바디감도 충실하다. 요리에 맞추면 최고의 와인이다”라고 평가했다.
카가와의 자연에서 길러져 약간의 짠맛만을 곁들인 ‘세도우치 캐비어’는 ‘콩트 드 상파뉴’와 같이하면 최고라고 한다. 콩트 드 상파뉴와 생 캐비아는 본드도 맛보지 못한 사치다.
카가와현에서 캐비어를 생산하는 CAVIC 직영의 캐비어 바는 오리엔트 급행을 이미지 한 중후한 인테리어에, 19 세기의 앤틱 가구와 식기를 갖추고 있다. 캐비어가 러시아로부터 유럽에 전래해, 진중했던 당시의 분위기 그대로 맛볼 수 있는 귀중한 공간이라고 한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