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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발 직장인 대이동...'준교외'로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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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발 직장인 대이동...'준교외'로 모인다

재택근무 확산 여파…美 사무직 근로자 중심 ‘대도시 → 준교외로 이동’ 추세
미국의 주요 대도시권에서 준교외 지역으로 이전했을 경우 얻는 저축 효과. 사진=질로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주요 대도시권에서 준교외 지역으로 이전했을 경우 얻는 저축 효과. 사진=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는 재택근무 문화를 획기적으로 확산시켰고 이어 널리 확산된 재택근무 문화는 미국의 경우 직장인을 중심으로 한 인구 대이동을 촉발시키는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그 인구 대이동의 방향이 뚜렷한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부동산시장의 향배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27일(현지시간) 진단했다.

WSJ가 사무직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도드라지게 확인되고 있다고 전하고 있는 미국내 인구 대이동의 목적지는 이른바 ‘준교외(exurb)’ 지역이다. 준교외 지역이란 대도시 외곽의 교외 지역보다 더 나간 위치에 있는 또다른 교외 지역을 뜻하는 개념이다.

◇재택근무와 준교외 지역의 재발견

지금까지는 생활의 터전이라기보다 별장 정도나 짓기에 적당한 곳으로 취급받았던 준교외 지역이 새삼 주목을 받는 이유는 재택근무 환경이 대거 조성되면서 대도시 내에서 출퇴근할 필요성이 없어지면서 근거지 이동이 자유로운 직장인을 중심으로 대도시를 탈출해 준교외 지역을 생활의 근거지로 선택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고 있기 때문.

준교외(exurb)가 최근에 갑자기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기존의 교외 지역이 대도시로 출근 가능한 범위에 있는 지역이라면 준교외 지역은 그 교외 지역보다 더 벗어나 있고 인구 유동도 적어 가끔씩 주말에나 이용하는 별장의 입지로 적당한 곳 정도로 인식돼왔다. 교외의 교외, 또하나의 교외라고 해서 extra와 suburb를 합쳐 exurb란 말이 생겼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 전역에 걸쳐 재택근무제가 대거 도입되면서 출근할 필요는 물론 물론 장소에도 구애받을 필요가 없는 전혀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졌다.

준교외 지역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삼는 직장인들이 이곳을 선택하는 가장 큰 배경 가운데 하나는 교외 지역보다도 인구 밀도가 낮아 방해 받지 않은 삶을 누릴 수 있는데다 녹지도 훨씬 풍부하고 부동산 가격이나 주거비도 저렴하기 때문에 같은 값을 주고 더 큰 공간에서 거주하는 등 대도시 거주 대비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전에 따른 저축 효과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의 리처드 바튼 최고경영자(CEO)는 이같은 현상을 ‘인구 대이동’에 비유하면서 “앞으로 교통 및 운송 분야와 부동산 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걸쳐 미국 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이같은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준교외로 삶의 근거지를 옮김으로써 부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미시간대 부설 연구기관 미국공동체프로젝트(ACP)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으로 파악된 미국 전역에 걸친 준교외 지역 가구의 중위소득은 7만4573달러(약 8400만원) 수준.

같은 해 미국 굴지의 IT대기업들이 몰려 있는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 소재 가구의 중위소득이 11만5000달러(약 1억3000만원) 정도였고 뉴욕 대도시권 가구의 중위소득이 8만3000달러(약 9400만원) 정도였다는 것과 비교하면 2019년 기준으로도 최소 1만달러(약 1000만원) 낮은 소득 수준으로 대도시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다는 것.

질로가 주요 대도시권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결과에서는 이전에 따른 경제적 이득이 더 커져 대도시권에서 준교외로 이사한 뒤 얻은 부동산 가격이나 주거비 차이 등으로 얻은 저축 효과가 10만달러(약 1억원)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준교외 지역으로 기반을 옮기면서 발생하는 여유 자금에다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까지 가세해 준교외 지역 거주자의 주머니 사정을 넉넉하게 하고 있다. 그 결과 밀레니얼 세대를 비롯한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자동차 구입 시기를 당기거나 보유 자동차를 늘리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음향전문업체 엑스페리DTS가 지난 1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조사에 참여한 밀레니얼 세대 응답자의 55%가 자동차가 가장 우선적인 소비 항목이라고 답했다. 준교외가 교외보다 외곽인 지역이고 유동 인구가 적은 곳이라 자가용의 중요성이 더 커진 것도 작용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