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라19) 사태를 계기로 ‘재택근무 시대’가 활짝 열렸지만 모든 업종의 근로자들이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옵션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제조업의 특성상 생산현장을 떠나 원격근무를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재택근무 문화에서 소외돼왔던 문제를 ‘전직’이 아니라 ‘전업’을 통해 해결하려는 흐름이 미국 블루칼라 직장인들 사이에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먼포럼이 최근 조사한 결과다.
◇사무직으로 갈아타는 생산직 근로자 확산 추세
보고서는 특히 “사무직으로 전업을 시도한 생산직 근로자 5명 중 4명꼴로 전업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 주목된다”며 밝혔다.
올리버와이먼포럼이 이 보고서를 위해 생산직과 사무직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이트칼라 직장인 가운데 현재의 직업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84%에 달했지만 같은 질문에 대한 블루칼라 직장인의 응답율은 51%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조사에 참여한 블루칼라 근로자들 가운데 전업을 고려 중이라는 사람이 41%나 됐고 이 가운데 22%는 실제로 전업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블루칼라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화이트칼라 업종으로 직장을 옮기는 현상은 아직 시작 단계에 있는만큼 미국 전체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면서 “더 주목해서 봐야할 대목은 코로나 감염 위험 속에서도 생산현장을 지켰지만 근로환경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문제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재택근무을 희망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무직 직장인들은 코로나 감염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태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자신들은 코로나 감염 위험에 항상 노출된 환경에서 일하면서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을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스스로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상당수 블루칼라 노동자들 사이에서 언제까지 현재 하는 일을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커지면서 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새로운 업종으로 옮기는데 필요한 업무에 관한 지식, 자격, 기술 등을 갖춰 재택근무를 비롯한 더 좋은 조건과 처우를 보장하는 사무직 업종의 일자리로 성공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생산직 근로자들, IT업종과 영업직 등으로 주로 몰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생산현장에서 코로나 감염될 위험 외에 사무직 대비 결코 우월하지 않은 수준의 처우, 직장 내에 돌봄시설이 부족한 문제 등도 블루칼라 근로자의 화이트칼라 업종 전환을 부추기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E업존고용연구소의 브래드 허시바인 이코노미스트는 “건설업, 화물운수업, 광사업, 제조업에서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사무직 업종으로 갈아타는 현상이 지난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미 인구조사국에서 집계한 자료를 인용해 이들 업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6.5~8.4%가 사무직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올리버와이먼포럼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생산직 근로자들이 주로 몰린 사무직 업종은 사이버보안을 비롯한 IT 업종과 영업판매 업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