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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 CEO와 바이든 대통령이 대립할 수 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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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 CEO와 바이든 대통령이 대립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7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있는 GM 조립공장을 찾아 전기 픽업트럭 허머 EV를 시승하면서 엄지척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7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있는 GM 조립공장을 찾아 전기 픽업트럭 허머 EV를 시승하면서 엄지척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전기차에 관한 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전기차를 끔찍하게 여긴다는 것.

머스크 CEO는 테슬라를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로 성공시킨 주역인만큼 전기차에 대한 애착이라면 그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친환경 정책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워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실제로 오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팔리는 모든 신차의 50%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지난해 8월 서명하는 등 야심찬 전기차 육성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이 행정명령 서명식을 겸해 자신의 전기차 지원 정책을 널리 알리는 백악관 행사에 GM, 포드자동차, 크라이슬러의 후신인 스텔란티스 등 3대 완성차 업체의 대표는 초청하면서 미국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만드는 머스크 CEO는 제외하면서 ‘머스크 패싱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머스크 CEO 역시 “사람의 탈을 쓴 꼭두각시”라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써가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다.
전기차에 관해서라면 명백히 이해관계가 밀접할 수 밖에 없는데도 두 사람이 이처럼 대놓고 서로 불편한 모습을 연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몇가지 중요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미자동차노조(UAW)

머스크 CEO와 바이든 대통령을 서로 불편하게 하는 가장 큰 배경으로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자리잡고 있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1935년 출범한 UAW는 미국 자동차산업을 이끄는 이른바 ‘빅3’, 즉 GM·포드·크라이슬러(스텔란티스의 전신)의 노동자를 대표하는 조직으로 규모와 영향력 면에서 미국 최강의 노조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백악관 행사에 빅3 자동차 업체 대표들은 물론 레이 커리 UAW 회장을 초청한 가운데 “UAW의 3대 고용주”라고 치켜세운 것은 그가 친환경 정책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친노조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런 분위기의 자리에 무노조 경영원칙을 고집해온 머스크 CEO가 함께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백악관이 논란을 감수하고 머스크 패싱을 한 것이 아니냐는 게 미국 자동차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그러나 단순히 테슬라가 반노조 기업이라는 정서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머스크 패싱을 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기차 육성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려면 UAW의 협조를 이끌어낸 것이 어느 문제보다 중요하다는백악 관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

실제로 커리 UAW 회장이 백악관 행사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지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은 백악관의 판단이 아직까지는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와 일자리 문제

그러나 CNN에 따르면 순전히 UAW의 이해관계로만 보면 UAW가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을 반드시 전폭적으로 지지해야 할 처지에 있는 것은 아니다. 머지 않은 미래에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대체된다는 것은 빅3 소속 UAW 조합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는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급률이 높아질수록 노조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큰 이유는 기술적으로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 자체가 내연차에 비해 현저히 적고 생산라인에 투입하는 인력 역시 내연차보다 크게 적은 것과 직결돼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전기차의 부가가치는 대부분 전기차에 탑재하는 배터리팩이 좌우한다는 점이다.

CNN에 따르면 아직 지켜봐야 할 대목이지만 조합원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데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는 UAW는 빅3가 한국의 배터리 전문업체를 비롯한 외국 기업들과 합작 형태로 앞다퉈 설립을 추진 중인 배터리 생산공장들이 UAW에 최대한 유리하게 추진되고 운영되도록 하는 데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예컨대 빅3가 상당수에 달하는 배터리 공장 신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들 사업장에서 앞으로 새로 채용하게 될 신규 인력을 UAW 조합원으로 충원하도록 유도해 기존 생산라인에서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큰 조합원들의 앞날을 도모하는 것이 UAW 입장에서는 긴요하다는 것. 백악관 초청에 응해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는 행보를 보인 것도 향후 닥칠 상황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머스크와 ‘더 나은 재건’ 법안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


UAW가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육성 정책을 지지할 수 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회안전망의 대대적인 확충과 기후변화 대응을 뒷받침하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 중인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법안의 내용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표 공약에 속하는 이 법안은 공화당의 반대는 물론 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들의 반발로 미 의회 심사 과정에서 심각한 난항을 겪고 있지만 UAW는 전기차 보급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지원책이 이 법안에 포함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 지원책의 골자로 노조가 있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현행 세액공제액 7500달러(약 900만 원)에 4500달러(약 540만 원)의 혜택을 추가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어서다. 법안이 노조가 있는 공장을 조건으로 단 법안이라는 점에서 UAW는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

그러나 테슬라의 입장은 많이 다르다. 테슬라는 미국에 많은 공장을 두고 있지만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세액공제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머스크 CEO는 더 나은 재건 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이미 천명한 바 있다.

백악관도 머스크 CEO에 대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백악관의 한 고위관리는 CNN과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테슬라가 무노조 원칙을 고집하고 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전기차 육성을 위한 지원책이 담긴 법안을 전기차 제조업체의 대표가 지지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테슬라의 무노조 원칙 때문이 아니라 전기차 업계에 도움이 되는 법안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 백악관과 머스크 CEO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핵심적인 배경이라는 게 백악관의 주장인 셈이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