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정보화가 불러온 보편적 지식 확산과 도덕과 규범, 이성을 존중하는 인류의 문화적 성숙은 푸틴과 러시아의 침공에 대해 비판하고 지지할 수 없는 만행이라는 여론으로 결집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푸틴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러시아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한 손에 쥘 수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 전달되는 전쟁 소식은 푸틴을 인류의 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푸틴과 러시아 과두 정치인들은 중대한 오류로 인해 무너져 내리고 있다.
푸틴은 누구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못한 것을 달성(?)했다. 우크라이나 결집, 서방 통합, 러시아의 허상 폭로다.
수십 년 동안, 푸틴은 온라인 및 오프라인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천천히, 신중하게, 은밀하게 여론을 조작해 러시아에 대해 수익성 있는 결실을 맺어 러시아가 부패하고 제도적으로 취약한 국가라는 실상 보다 훨씬 더 영향력 있는 국가가 되도록 만들었다.
크렘린과 대리인들은 유럽과 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경제적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는 18세기의 소규모 제국보다 더 크다. 이런 배경은 그 나라에서 선거에 도움이 되고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유용한 독재자들의 광대한 네트워크를 연결하도록 했다.
온라인 허위 정보를 통해 러시아 국민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일상적인 여론 통제를 시도했다. 많은 사람들은 사이버 조작에 대해 잘 몰랐다.
2016년 미국 대선과 영국의 브렉시트와 같은 몇 가지 사건이 푸틴의 허위 정보가 광범위한 문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환기시켰다. 하지만 크렘린이 세계 대부분의 경제, 정치 및 심리학에 침투하여 조작하고 있다는 경고에 대부분 침묵하거나 심지어 무시했다.
◇허위에 대해 각성한 사람들의 행동
러시아 탱크가 우크라이나 땅에 닿는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 거의 하룻밤 사이에 서방 세계는 크렘린의 무도한 침략에 압도적으로 분노하게 되었고, 크렘린이 통제하는 정보 생태계가 여론 조작을 얼마란 능수 능란하게 해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 결과, 푸틴 대통령이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정교한 허위정보 체계가 며칠 만에 무너졌다. 러시아의 네트워크 영향력은 그 규모만큼이나 복잡하다. 크렘린궁은 유럽에서만 수백만 달러와 시간을 들여 포퓰리스트 우파(이탈리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극우(오스트리아, 프랑스, 슬로바키아), 심지어 극좌(키프로스, 그리스, 독일)들을 관리해 왔다.
수년 동안 이들 국가의 선출된 정치인들은 러시아의 이익을 위해 일했다. 러시아의 범죄를 옹호했고, 종종 푸틴의 위대함을 퍼뜨렸다.
한편, 전 세계의 텔레비전, 컴퓨터 및 모바일 화면에서 러시아 투데이(RT), 스푸트니크(Sputnik)와 같은 크렘린 운영 미디어, 정렬된 블로그 및 뉴스 웹사이트가 친러 여론을 조성해왔다.

러시아의 목소리가 세계에 골고루 전달되기에는 도달 범위 및 내용 면에서 종종 한계가 있었지만 러시아 안팎의 청중에게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디지털 영역에서 러시아 공작원들은 청중을 양극화하는 최선의 방법을 실험하고 다시 테스트했다. 다양한 플랫폼, 콘텐츠 및 메시지를 사용해 타킷팅 목적으로 사용자 프로필을 구축한 다음, 그들을 화나게 하고 두렵게 하고 절망하게 만들었다.
사이버 영역에서 시간을 보내는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은근한 조작에 대해 허위정보라는 인식이 둔해지고 실제와 마찬가지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나 크렘린이 예상하지 못한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런 허구의 환상에서 깨어나게 했다는 점이다.
◇푸틴의 사이버 정보 조작의 실패
푸틴 대통령이 이웃 국가나 영토를 침공하면서 동시에 정보 전쟁을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2008년 조지아나 2014년 크림반도에서 보았던 것과는 다른 국제적 반응이 나왔다. 이는 이전보다 인터넷 사용이 더 좋고 사용 가능 오픈 소스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주장을 쉽게 반박하는 데이터가 범람하며, 우크라이나인들의 단결된 힘, 어나니머스의 푸틴 공격 등이 야만에 대한 저항을 촉발했다.
푸틴의 과도한 자심감과 오판도 허구의 성을 무너지게 한 원인이었다. 우선 푸틴의 오만함은 허위정보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과거 크렘린은 다양한 청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메시지를 테스트했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 행한 심리전, 정보전은 그렇지 못했다.
지난 20년 동안 그의 범죄에 반응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더욱 커져만 가는 독재자의 자아에 의해 아무도 철저한 대비를 말하지 않았다. 푸틴은 또한 최근 몇 년 동안 자유주의 동맹이 더 현명해지고 허위 정보에 맞서 싸울 새로운 능력을 개발한 정도를 심각하게 과소평가한 것 같다.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소셜 미디어 역량을 예상하지 못했다. 젤렌스키가 도망가지 않고 자신의 계정을 통해 진실을 향해 마주볼 것을 호소할 동안, 푸틴은 모스크바에서 코믹하게 초대형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러시아는 또한 자신의 군대에게도 허위 정보를 알렸다. 최전선의 이야기는 러시아군이 훈련을 위해 우크라이나로 간다고 들었고 실제 전쟁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러시아 군대는 나치로부터 우크라이나를 구할 것이며 화염병이 아닌 두 팔 벌려 환영받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현장은 완전히 달랐다.
이런 실수로 푸틴의 정보 기구들은 침묵을 지켰다. 심지어 일부 해외 푸틴 친구들도 이전의 지지를 공개적으로 철회했다. 그리고 TV 네트워크, 소셜 미디어, 검색 엔진에서 RT와 스푸트니크를 제거하면서 러시아의 여론 조작 능력은 치명적으로 약해졌다.
이런 결과로 푸틴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 투표에서 벨로루시, 에리트레아, 북한, 시리아만이 러시아에 찬성표를 던졌다.

푸틴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심리전은 실패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젤렌스키의 지지율은 92%이며 우크라이나인의 86%는 북대서양기구(NATO) 가입을 지지한다.
이는 1월보다 20%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나토와 EU 형태의 서방은 과거에 결코 동의하지 않았을 제재와 행동에 대해 함께 뭉쳤다. 전쟁이 크렘린이 설계한 서방의 분열을 복원한 것이다.
이제 푸틴의 허위정보 프로그램의 황금기는 끝났다. 서방 대부분의 사람들은 겉보기에 가짜 콘텐츠에 훨씬 더 의심을 품고, 모스크바의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조사하는 데 훨씬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미디어나 온라인에서 러시아의 행동을 변호하려는 시도가 훨씬 줄어들고 있다.
크렘린의 여론 조작을 재건하려면 현재 정권에 없는 시간과 자원(재정 및 인력 모두)이 필요하다. 푸틴에게는 탱크를 교체하거나 군인들을 위한 연금지원도 늘려야 한다. 준비한 돈은 고갈되고 있으며 새 돈줄은 막히고 있다. 푸틴은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는 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영향력이 줄게 되면 아프리카와 아시아 경제적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남은 힘을 사용할 것이다. 그 지역에서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도 있다.
이제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미에서도 서방의 실수로부터 배우고 크렘린의 여론 조작 캠페인에 속지 말고 자유주의 동맹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
◇러시아를 북한으로 만들고 있는 푸틴
푸틴은 러시아를 단순한 권위주의 국가가 아니라 자칫 북한처럼 폐쇄적인 러시아를 만들고 있다고 마이클 맥폴 전 주러 미국 대사는 말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밑에서 재직했으며 현재 스탠퍼드대 정치학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더 레이트 쇼(The Late Show)’에 출연해 “푸틴 대통령은 말 그대로 북한처럼 지금 러시아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맥폴 교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재가 가해지고 기업들이 사업을 중단함에 따라 세계의 나머지 국가들과 점점 더 단절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러시아인들이 우리는 약탈자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고 엘리트 내부와 사회 내부 모두에서 반대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맥폴 교수는 “그렇게 되면 푸틴 내부 서클에 속한 사람들도 도피를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그들이 떠나기 시작하면 다른 엘리트들도 전쟁을 그만둘 때라고 말하는 순간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