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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 원유 수송 라인 가동 전격 중단… '에너지 무기화' 카드 던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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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 원유 수송 라인 가동 전격 중단… '에너지 무기화' 카드 던지나

하루 100만 배럴 수송하는 CPC 라인 2개월 가동 중단 발표

러시아가 카자흐스탄을 경유해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는 원유 수송 파이프라인 CPC.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가 카자흐스탄을 경유해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는 원유 수송 파이프라인 CPC.
러시아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에 맞서 원유 수출을 중단하는 에너지 무기화 카드를 던질 움직임을 보인다. 러시아는 22일(현지시간) 중앙아시아를 거쳐 흑해로 연결되는 원유 공급선인 ‘카스피안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의 파이프라인을 통한 원유 공급을 향후 2개월간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러시아의 타스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러시아는 이 파이프라인이 폭풍우 피해를 보아 수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하루 1백만 배럴의 원유를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 제재에 맞서 러시아산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보복 조처를 단행할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상한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러시아가 이 파이프라인 가동 중단 방침을 밝히자 국제 원유가는 2% 이상 올라 배럴당 117달러를 기록했다가 115달러로 내려왔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러시아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유럽 순방 직전에 파이프라인 가동 중단 조처를 단행했다고 지적했다.

미국계 글로벌 정유업체인 엑손모빌과 셰브런 등이 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산 원유를 공급받아왔다. 이 파이프라인은 하루 140만 배럴의 원유를 수송할 수 있고, 이는 해상 통로를 통한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2.5%에 달한다.

바이든 대통령 정부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결정을 하면서도 이 파이프라인은 카자흐스탄을 경유한다는 이유로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엑손모빌을 비롯한 정유업체들은 바이든 정부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처 발표 이후에도 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지속해서 러시아산 원유를 공급받아왔다.

이 파이프라인의 지분 구조를 보면 러시아 정부가 24%로 가장 많고, 그 뒤를 이어 엑손모빌 15%, 셰브런 7%, 러시아 국영 로스네프트와 셸 합작회사 7.5% 등이다.

미국과 서방의 강력한 제재로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외화 조달 창구인 원유 수출이 급감했다워싱턴포스트가 전날 보도했다. 원유는 러시아 정부의 최대 수입원으로 정부 예산의 40%에 달한다. 미국 정부가 검토한 민간 산업자료에 따르면 선박을 이용한 러시아 원유 수출량이 지난 15∼20일 하루 200만 배럴에서 거의 0배럴로 줄었고, 아시아 구매국들은 아직 이 감소분 구매에 나서지 않고 있다. 세계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7일 4월부터 러시아 하루 원유 수출량이 전체 수출량의 40% 정도에 해당하는 30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 에너지 조사업체 에너지 애스펙츠(Energy Aspects)도 러시아가 원유를 수출하는 두 경로인 선박과 송유관 중 선박 수출이 크게 줄어 4월 러시아 원유 수출이 1월과 비교해 하루 100만∼15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