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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가 2024년 美 대선 변수로 부상할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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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가 2024년 美 대선 변수로 부상할 수 있는 이유

일론 머스크 신임 테슬라 이사. 사진=폭스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신임 테슬라 이사. 사진=폭스뉴스

“일론 머스크와 보조를 맞추려면 운동화로 갈아 신을 것을 권한다”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에서 이사를 역임한 스티브 웨슬리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신임 이사로 영입한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트위터 이사회에 던진 충고다.

머스크 테슬라 CEO가 글로벌 소셜미디어업계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트위터의 최대주주이자 이사회 멤버로 새로 임명되면서 트위터가 창사 이래 가장 큰 변화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데 웨슬리는 그런 전망을 내놓은 사람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혁신의 아이콘+막강 1인 미디어+트위터 최대주주 겸 이사


이같은 전망에는 근거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1인 미디어로 맹활약해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라는 플랫폼을 이용해 머스크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휘둘렀지만 지난 2020년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한데 이어 지난해 1월 6일 자신의 부정선거 주장을 지지하는 극우세력의 미 의사당 난입 사태를 계기로 트위터에서 영구 퇴출되면서 머스크가 트위터에 기반한 가장 영향력 있는 1인 미디어로 자리를 굳혔다.

이미 ‘혁신의 아이콘’으로 미국 재계를 선도하고 있는데다 트위터 세계에서 이미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머스크가 트위터 최대 주주이자 이사로 선임돼 트위터 경영일선에까지 뛰어들면서 트위터의 경영이 사실상 머스크의 손아귀에 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CNN에 따르면 트위터 내부에서 머스크발 혁신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해 터져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 혁신이 회사 내부에서만 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오는 2024년으로 예정된 차기 미국 대선 판도에도 트위터의 경영을 맡은 머스크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트럼프 징계 풀어달라” 요청 쇄도


공화당 소속 마저리 테일러 그린 연방하원의원의 트윗. 사진=트위터
공화당 소속 마저리 테일러 그린 연방하원의원의 트윗. 사진=트위터


머스크가 트위터 경영일선에 뛰어든 것이 2024년 미국 대선과 당장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관하지도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위터에서 영구 퇴출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위터로 다시 복귀할 경우에는 무관할 수 없다는 것.

트럼프의 복귀 가능성은 머스크가 트위터의 경영진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지만 지금은 상상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머스크의 선택에 따라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머스크가 트위터 신임 이사로 임명됐다는 소식이 알려지기 무섭게 머스크 이사에게 트럼프 계정을 되살려달라는 요청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공화당 정치인과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쇄도하고 있기 때문.

미국 공화당 소속의 극우 정치인으로 유명하고 트럼프가 트위터에서 퇴출당한 뒤에 트위터에서 그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초선 연방하원의원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은 일찌감치 4일 올린 트윗에서 “트위터에서 사라진 표현의 자유를 새 경영진이 회복시켜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복권을 머스크에게 요청했다.

친 트럼프 정치인으로 플로리아주에서 하원의원을 맡고 있는 훌리오 곤잘레스도 5일 올린 트윗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트위터로 복귀시켜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도 마다할 이유 없어


머스크는 과거 민주당을 지지한 적도 있고 공화당을 지지한 적도 있으나 사안에 따라 입장을 피력했을뿐 뚜렷한 정치적 성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보수세력은 머스크를 정치적 동지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는 평가다.

기본적으로 트위터 측이 1·6 의사당 난입사건과 관련해 트럼프가 퍼뜨리는 가짜뉴스를 방관할 수 없다면서 영구 제명하는 조치를 내렸지만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는 어떤 경우에도 보장해야 한다는 소신을 강하게 피력해왔기 때문에 보수세력 입장에서는 그를 우호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과거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조립공장이 정부의 강도 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관련 방역 조치로 강제로 휴업 상태에 몰리자 소송을 제기한 것은 물론 캘리포니아에 있는 본사를 다른 주로 이전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을 정도로 각을 세운 경력이 있어서다. 머스크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도 자동차업계 노조 문제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머스크 신임 이사가 이같은 요구를 수용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만약 머스크의 결단으로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이 되살아나는 일이 현실로 벌어진다면 트럼프 입장에서는 마다할 가능성이 적고 머스크 입장에서는 간접적으로 대선 가도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트럼프는 현재 공화당 예비 대권주자 가운데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어 당내 경선을 통과한다면 2024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다시 출마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달 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당장 대선이 열릴 경우 트럼프를 찍겠다는 여론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트위터에서 쫓겨난 뒤 불만을 품고 보수성향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독자적으로 만들어 최근 출범시켰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여서 언제 다시 과거의 막강한 영향력을 되찾을지 알 수 없는데다 트위터로 다시 복귀하게 되면 트위터에 깔려 있는 엄청난 규모의 팔로워를 되찾을 수 있어서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머스크가 신임 이사로 임명된 뒤 “앞으로 상당한 개선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직접 밝힌 것에 큰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다만 다만 트위터의 공식 입장은 일단 부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 대변인은 데일리메일과 가진 인터뷰에서 “트위터의 정책과 규정은 이사회나 주주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며 당장 정책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트위터로 가짜뉴스를 조장한 혐의로 영구 퇴출된 트럼프의 계정을 되살리려면 관련 규정을 손질하는 것이 불가피한데 경영진이 마음대로 고칠 수도 없을뿐더러 고칠 의향도 없다는 뜻이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