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테슬라 23조 원 파운드리 수주·냉각 기술 확보로 ‘초격차’ 시동
SK하이닉스, HBM3E 선점 이어 인디애나 패키징 기지로 ‘AI 동맹’ 굳히기
美 대중 규제 ‘연간 허가제’ 전환… 불확실성 속 2026년이 패권 분수령
SK하이닉스, HBM3E 선점 이어 인디애나 패키징 기지로 ‘AI 동맹’ 굳히기
美 대중 규제 ‘연간 허가제’ 전환… 불확실성 속 2026년이 패권 분수령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외교 전문지 인터내셔널 폴리시 다이제스트(IPD)는 지난 1일(현지시각)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메모리 단순 공급자에서 AI 기술 혁명의 주도자로 변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의 반격… “HBM 주도권 탈환하고 시스템 반도체 영토 확장”
지난해까지 AI 메모리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삼성전자는 올해를 기점으로 전방위적인 반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로부터 12단 HBM3E(5세대) 품질 인증을 통과한 데 이어, 2026년 차세대 HBM4 대량 생산을 목표로 공정을 재편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삼성의 ‘하이브리드 전략’이다. 이 매체는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파운드리 공장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AI 칩을 생산하는 165억 달러(약 23조 85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이는 메모리 기술과 파운드리 역량을 결합해 TSMC와 인텔 등 경쟁사를 추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여기에 독일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 전문 기업인 ‘플렉트그룹(FläktGroup)’을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이는 단순 칩 제조를 넘어, 전력 소모가 극심한 AI 서버의 발열 문제까지 해결하는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이 메모리, 로직 칩, 패키징, 냉각 시스템을 모두 제공하는 수직 계열화 모델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 HBM 1위 굳히기… “미국 내 생산 거점 확보”
지난해 매출 기준 세계 최대 D램 공급사로 도약한 SK하이닉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AI 메모리 수요 폭증에 맞춰 충북 청주 공장에 150억 달러(약 21조 6900억 원)를 투입해 생산 능력을 확충하는 한편, 미국 인디애나주에 39억 달러(약 5조 6300억 원)를 들여 첨단 패키징 및 연구개발(R&D) 시설을 착공했다.
폴 드미트리예프 글로벌X 매니저는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초기 선점 효과를 바탕으로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며 “인디애나 공장 건설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고 북미 고객사와의 접점을 넓히는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622조 원 메가 클러스터와 소부장 기업의 ‘피벗’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경기도 일대에 조성 중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한국 반도체 생태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총 622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에는 삼성과 SK뿐만 아니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도 대거 참여해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있다.
중견 기업들의 사업 재편도 활발하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수익성이 낮은 디스플레이 사업을 정리하고 전기차와 산업 자동화에 쓰이는 전력 반도체 분야로 사업 구조를 바꿨다. DB하이텍 역시 아날로그 및 센서 칩 파운드리 역량을 강화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공용 팹(Fab) 프로젝트인 ‘모아팹(MoaFab)’은 막대한 설비 투자가 어려운 중소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들에 시제품 생산 기회를 제공하며 생태계의 허리를 튼튼하게 하고 있다.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도하며 대학과 연구소에 흩어져 있던 나노 인프라를 하나로 묶어 서비스하는 공용 팹 프로젝트이다.
美 대중 규제 ‘연간 허가제’ 전환… 2026년이 골든타임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외 환경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중반부터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에 공장을 둔 삼성과 SK 셈법은 복잡해졌다. 2025년 말(12월 31일)을 기점으로 기존 VEU 포괄 허가가 종료되었으며, 미국 상무부(BIS)는 이를 1년 단위로 장비 반출 물량을 사전에 심사하고 승인하는 '연간 허가제'로 대체했다. 이 조치로 중국 시안(삼성전자)과 우시(SK하이닉스) 공장은 당장의 '셧다운' 위기는 넘겼으나, 매년 미국 정부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공급망 재편에 따른 비용 상승과 200억 달러(약 28조 원)를 웃도는 최첨단 팹 건설 비용도 부담 요인이다.
시장조사기관과 전문가들은 2026년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호황 사이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AI 인프라 시장에서 얼마나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점하느냐가 관건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수직 통합 모델과 SK하이닉스의 전문화 모델 중 어느 쪽이 AI 시대에 더 적합한지 곧 판가름 날 것”이라며 “결국 기술 격차를 유지하면서 지정학적 파고를 넘을 수 있는 유연한 대응 전략이 기업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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