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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11월 G20서 젤렌스키·푸틴 맞대면 성사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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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11월 G20서 젤렌스키·푸틴 맞대면 성사되나

미국 등 G7, G20 정상회의 주최국 인도네시아에 젤렌스키 초청 압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미지 확대보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오는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청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맞부딪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G20 주최국인 인도네시아에 푸틴 대통령을 초청하지 말라고 압력을 가했으나 인도네시아가 이를 거절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발리에 오면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지도자들이 궁지에 빠질 수 있다. G20 회원국 지도자 자격으로 푸틴 대통령은 발리에서 중국, 인도 지도자들과 연쇄 회동하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과는 한자리에 앉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미국은 러시아가 참가하는 국제회의 불참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열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 총회에서도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러시아 대표가 화상으로 연설할 때면 회의장을 떠나는 보이콧 전략으로 맞섰다.

미국과 주요 7개국(G7) 대표는 인도네시아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옵서버로 이번 G20 정상회의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렇지만, 푸틴 대통령만 참석해도 회의 진행을 원만하게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까지 오면 인도네시아가 이 국제 행사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초청이 성사되면 이번 정상회의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 개도국 빈곤 등과 같은 시급한 현안이 뒷전에 밀릴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 정부 대표단에 초청장을 보냈다. 그러나 초청 대상자가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니다.

푸틴 대통령이 G20 회의에 오면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이 대통령이나 총리가 아닌 각료급 인사를 대신 파견할 가능성이 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이 초청받으면 푸틴 대통령이 회의장 안팎에서 그를 피해 다닐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는 전쟁 종식을 위해 푸틴과 일대일로 정상회담을 하자고 러시아에 제안했으나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또 양측간에 실무급에서 휴전 협상이 간헐적으로 계속됐으나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은 러시아를 G20에서 영구적으로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을 때 미국이 러시아를 주요 8개국(G8)에서 추방했었다. 미국을 비롯한 G7 국가들은 젤렌스키 대통령 초청과 푸틴 대통령 참석 대응 과정에서 공동보조를 취하기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에서 러시아의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부 장관이 화상으로 연설할 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는 뜻으로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홍 부총리는 IMF 산하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회의를 마친 뒤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IMFC 회의 중 실루아노프 장관의 연설이 시작되자 18개국 장관, 6개 국제기구 수장 중에서 3분의 2인 12개국 장관, 4개 국제기구 수장들이 동시에 회의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퇴장을 통해 항의의 뜻을 표한 국가는 한국과 함께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등이다. 그러나 스페인, 인도, 인도네시아, 스위스, 브라질, 나이지리아 등 6개국 대표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퇴장하지 않았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