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미래 세계 질서 美·中 양강으로 재편…각국, '자국 이익' 맞춰 줄서기

공유
2

[초점] 미래 세계 질서 美·中 양강으로 재편…각국, '자국 이익' 맞춰 줄서기

미국, 러시아,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다극적 세계질서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러시아,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다극적 세계질서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우크라이나 전쟁은 새로운 세계 질서를 위한 투쟁의 일부다. 러시아와 중국은 팍스 아메리카나에 공개적으로 도전 중이다. 하지만 다음 세계 질서가 어떤 모습일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모스크바와 베이징뿐만 아니라 워싱턴도 배타적 영향력을 가진 강대국의 다극적 모델 출현을 예상한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 경찰의 역할을 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미국인들은 아직 단극적이고 미국적이며 자유주의적인 세계 질서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민족 국가의 주권을 강조하고 식민 이후의 내정 간섭을 비난하는 베스트팔렌 모델은 강대국들이 여전히 지지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세계 질서와 향후의 세계 질서는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의 힘에 대해서도 달라질 것이다. 모든 국가들이 무력 행사를 할 수 있지만 가장 강력한 국가 또는 헤게모니를 가진 국가만이 자유럽게 무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가장 강한 자의 법이 세계를 지배할 것인지, 지금껏 역사적 이상인 자유 민주주의 및 시장 경제와 같은 원리가 세계질서로 존속할 수 있을 것인지 미지수다.

다소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상호 경쟁하는 정치 시스템 및 문명이 함께 공존하는 근대성이 존속될지 민주주의 동맹과 권위주의 동맹 사이에 세계적 대결이 펼쳐질 것인지, 보편적인 인권 이행이 가능할지 이제 알 수 없다.

이러한 모델 중 어느 것이 우세할 것인지, 또는 기존 요소와 새로운 요소가 정확히 혼합되어 새로운 세계 질서가 등장할 것인지는 전쟁과 평화뿐 아니라 미래의 글로벌 에너지, 생산, 분배 및 금융 시스템의 모습을 결정할 것이다.

◇세계 질서 변화시킬 가장 큰 흔들림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접적 영향 아래에서 러시아 에너지 공급에 의존하는 소비자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고 러시아가 석유 및 가스 수출로 인한 수입을 거부하는 방법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의존성은 화석 연료로부터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함으로써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방은 제재를 회피하면서 러시아 에너지 시장에서 가능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에너지 공급을 이용하려는 중국과 인도의 노력에 주의를 덜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국제 에너지 무역을 ‘달러화 축소’ 호기로 삼으려는 러시아 등 중요 공급업체와 중국 등 고객의 동조에 대한 견제가 미흡하다.

현재 세계 에너지 시장은 1970년대 유가 충격 이후 가장 큰 변화를 진행 중이다. 에너지 시스템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계속되는 지정학적 대결을 감안할 때 기후 보호와 에너지 안보 과제는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한편으로 변화는 화석 산업에서 전 세계 자본의 탈출을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선진국은 기술적으로 아직 화석 연료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준에 있지 않다.

단기적으로 독일은 석탄과 원자력 복원이라는 기후 보호 정책 후퇴를 저지르지 않고는 다가오는 공급 격차를 좁힐 수 없다. 장기적으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와 함께 수소에 대한 국제 공급망도 빠르게 발전해야 안정적 에너지 수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기적으로는 공급자를 다변화해 가스 수요를 충족시켜야 함을 의미한다. 국가 필수 에너지 공급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현재의 가치 기반 외교 정책의 원칙과 충돌하고 있다.

◇숨겨진 트렌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무역과 국경 간 투자는 실제로 다시 회복되지 않았다. 코로나 위기는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더 많이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의 코로나 제로 전략의 실패와 선전과 상하이의 급격한 폐쇄는 전염병 발생 2년이 지났지만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혼란 위험이 여전히 제거되지 않았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극동 지역의 부품이 없으면 유럽의 조립 라인이 멈춘다. 효율성(적시)에서 더 큰 탄력성(만약)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한동안 진행 중인 탈세계화를 향한 숨겨진 추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정학적 동기는 공급망의 단축 및 분리를 선호하며 현재 시장의 분리 및 고립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라이벌 중국의 경제 성장을 지연하려 하고 있다. 무대 뒤에서 양측의 압력이 동맹국과 제3국에 가중되어 편을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유럽인과 아시아인은 여전히 ​​이 새로운 냉전에 휘말리는 것을 거부 중이다. 그러나 가스 파이프라인, 칩 제조업체, 5G 통신 인프라를 둘러싼 분쟁은 기업과 정부가 전선에 얼마나 빨리 끼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 싸움의 궁극적 결과는 원치 않는 경쟁자가 자신의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만드는 경쟁 블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서방은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미국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선뜻 동참하는 자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변경된 상황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 전쟁은 이 흐름을 바꿀 수 있다. 서방이 러시아의 침략에 대해 그렇게 빠르고 강력하게 단결하여 대응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금융 이체 시스템에서 러시아의 퇴출과 러시아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 러시아 시장에서 서구 기업의 자발적 철수가 특히 중국에서 두드러졌다.

심지어 서방의 일부 사람들은 노드 스트림2 가스 파이프라인이 신속하게 폐기되는 것에 놀랐다. 이러한 엄청난 대중적, 정치적 압력의 경험은 많은 독일 기업들에게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해 전략을 재평가하도록 할 것이다.

유럽 시장의 강자 독일은 글로벌 시장에서 독일 제품을 판매할 기회가 중기적으로 중단된다면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 위기를 극복할 전략적 기회를 찾아야 한다.

한편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따른 세계 경제의 재편은 세계 최강의 독일 자동차와 같은 핵심 산업을 압박하고 있다. 성장 동력이 흔들리면 사회 구성원 사이에 분배 갈등이 심화된다. 중산층에서도 사회적 쇠퇴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런 쇠퇴에 대한 두려움은 포퓰리스트들이 수출 모델 성공의 전제 조건인 상품, 자본, 사람,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흐름에 반대하는 동조 현상을 자칫 확대할 수 있다.

따라서 보호무역주의를 향한 세계적인 추세는 외부 요인뿐만 아니라 내부 압력에 의해 확대될 수도 있다. 그런 세계에서 더 이상 수출 위주 경제를 이끌 수는 없다. 따라서 독일을 비롯해 수출 지향적인 경제 모델들은 이제 현재의 경제 구조를 재고해야 한다.

◇지정학적 동기

서방 비평가들이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할 때, 초점은 일반적으로 부채 덫이나 정치적 종속성 생성에 있었다. 매머드 프로젝트가 아시아와 세계에서 지배적인 강국이 되려는 중국의 추진력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정당한 의심이 있었다.

그러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뒤에 숨어 있던 지정학적 동기는 덜 알려졌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미국은 북쪽의 일본에서 남쪽의 인도네시아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섬에 기지를 건설했다.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가 ‘아시아로회귀’를 선언한 이후, 그곳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말라카 해협과 호르무즈 해협 사이에서 미국과 동맹국은 언제든지 중국의 무역 및 공급 경로를 차단할 수 있다. 중국은 포위된 느낌을 받고 공격적으로 방어적인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무기 증강 목적은 미국을 중국 연안 해역에서 몰아내는 것이다. 중국 매파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 항공모함’ 구실을 하는 대만을 강제로 통일하려 한다. 중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고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고 비난 중이다.

대만은 필수 반도체 칩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진주만 피해를 입은 미국인의 입장에서 본토 방어를 위한 첫 번째 섬 체인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시 한다. 따라서 대만 해협에는 3차 세계 대전을 촉발할 수 있는 위험이 내재해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미국의 위협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 수많은 항구, 철도 노선의 목표는 중국 공급 경로의 중단을 방지하는 것이다.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유럽과 더욱 긴밀히 연결하는 데 성공하면 중국과 러시아는 유라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무력화한다는 목표를 부분적으로 완성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냉전 시작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관점에서 그것은 지정학적 재앙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중국이 최근 유일하게 러시아와 ‘무한한 우정’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서방이 중국을 미국의 시각처럼 위협 세력으로 보기 시작한 때문이다.

◇기축통화 싸움


중국의 관점에서 볼 때 미국 산업의 쇠퇴 이후 미국 헤게모니의 남은 토대(따라서 아킬레스건)는 국제 상품 및 금융 시장에서 기축 통화로서의 달러의 역할이다.

따라서 중국은 SWIFT 시스템과 디지털 통화에 대한 대안을 한동안 고민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수단 중 어느 것도 아직 미국 달러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않고 있다.

중국 매파들은 러시아 제재를 통해 미국 달러의 패권을 공격할 기회를 보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 준비금의 동결은 전 세계의 모든 중앙은행에 높은 경보를 발령했다. 이는 자칫 글로벌 준비 통화로서의 달러의 위치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거래 통화로서의 미국 달러의 역할도 위협을 받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국경을 넘는 거래를 수행하기 위해 달러에 의존하는 모든 행위자들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전달된다. 따라서 러시아, 중국, 인도 및 이란은 대외 무역을 위해 광범위한 통화 바스켓을 사용하여 ‘달러화 축소’ 노력을 진행 중이다.

따라서 러시아가 현재 루블만으로 석유 및 가스 거래를 해결하기를 원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외 무역의 달러화를 줄이려는 중국의 시도는 또한 중국 통화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려는 베이징의 전략적 목표와 일치한다.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미국 동맹이 중국과의 석유 거래를 위안화로 해결하기 위해 진지하게 협상 중이라는 사실은 달러 패권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1971년에 금본위제를 포기한 후, 달러는 세계 석유 무역을 위한 청산 및 결제 과정을 통해 화석 연로 기반 산업 자본주의와 연결되었다. 석유수출국기구의 다른 회원국들이 페트로 달러를 포기한다면 단기적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중국 위안화와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는 안정적인 거래 통화로 성숙할 수 있다. 미국에 회의적인 전략가들은 달러의 준비금, 투자 및 거래 통화로서의 기능이 계속 약화될 경우 글로벌 준비 통화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2030년까지는 ‘달러’는 기축통화로서의 위치를 ​​심각하게 훼손되지 않을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모든 외환 거래의 90%가 계속 달러로 결제되었으며 중앙은행 준비금의 60%가 달러에 투자되었다.

특히 블록체인 암호화폐는 달러를 대체하기 어렵다. 그리고 중국 금융시장개방이 이뤄지지 않아 디지털 통화가 실제로 준비 통화의 기능을 인수할 수 있는지 여부는 의심스럽다.

따라서 미국 전문가들은 외국 중앙은행이 비상시에 연준이 금융 시스템의 달러 표시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달러의 위치가 여전히 확고하다고 믿고 있다.

◇글로벌 권력 관계


다가오는 세계질서의 모습은 강대국 관계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러시아는 자신의 힘을 과대평가했다.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해도 지정학적 측면에서는 중국에게 세계 2위 자리를 내줄 것이다.

그러나 유럽 대륙의 새로운 불안정성은 유럽 경제 전망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의 사태 점검에 따라 유럽의 지정학적 안정성은 EU 회원국들에 의해 확실히 재평가될 것이다.

이제 중국과 미국만이 글로벌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세력으로 남게 되었다. 이것은 왜 미국과 중국이 이 ‘유럽 분쟁’에 휘말리기를 원하지 않는지 설명한다. 두 초강대국은 무엇보다도 세계 패권을 놓고 벌이는 경쟁의 렌즈를 통해 갈등을 읽는다.

이에 따라 미국 매파들은 러시아를 타격해 푸틴을 축출하고 중국에 신호를 보내 대만에서 손을 떼기를 원한다. 이것이 워싱턴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독재의 동맹’에 반대하는 냉전을 위한 초당적 연합은 이미 자리를 잡았다.

반면에 베이징에서는 약화되고 있는 러시아인과 함께 새로운 철의 장막으로 사라지는 것이 정말로 중국의 이익인지, 아니면 중국이 열린 세계에서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인지에 대해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따라서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독재적 축에서 성급하게 하나로 묶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 있다.

대신 모든 강대국의 핵심 이익과 안보 문제가 평화롭게 협상되고 화해될 수 있는 틀을 제공하는 규칙 기반 다자 질서를 만들어 가는 것이 더 나을 수가 있다. 이것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난 냉전을 다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때도 합의된 기본 규칙의 틀 내에서 시스템 경쟁자 간의 협력은 성공적으로 글로벌 위기를 극복한 바가 있다.

미국도 중국도 혼자서 글로벌 질서를 주도할 수 없다. 힘만으로 안 된다. 지지하는 국가가 많아야 헤게모니를 잡을 수 있다. 누가 이를 만들어갈 것인가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각 국가들은 자신들의 이익과 부합해야만 주도국의 질서 재편에 동참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