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수출 일본'의 쇠퇴…엔화 약세도 약발 안 먹힌다

공유
0

[초점] '수출 일본'의 쇠퇴…엔화 약세도 약발 안 먹힌다

1998년 후 생산 해외 이전‧세계 수출 점유율 절반 감소

달러와 엔화 지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달러와 엔화 지폐. 사진=로이터
엔화 약세가 일본 주식에 호재로 작용하지 않고 닛케이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1998년 이후 생산이 해외로 이전되면서 세계 수출에서 차지하는 일본 점유율이 절반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엔화가 약세를 보일 때에 주식시장은 일반적으로 반등한다. 일본이 예전의 수출강국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오랜 경험 법칙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엔화가 달러 대비 2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닛케이 평균주가는 지난 월요일 올해 세 번째로 큰 하락을 기록하여 일본 경제에 대한 수출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일본 통화는 1998년, 2005년, 2013년에 크게 평가절하되었으며, 이러한 추세가 수출업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후반 2년 동안 주가가 상승했다. 그 이후로는 무역 및 노동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로 일본 경제는 이런 혜택을 쉽게 얻을 수 없는 위치에 놓였다.

2005년 엔화는 미국 주택 거품을 포함한 강력한 글로벌 경제 성장으로 인해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에 돈을 투자하도록 독려하여 엔화 매도로 이어지면서 15%까지 약세를 보였다. 닛케이(Nikkei) 평균은 그 해에 약 40% 상승했다.

2013년 일본 은행이 통화 완화의 ‘새로운 차원’을 시작했을 때 통화는 20% 약세를 보였고 벤치마크 지수는 60% 급등했다.

닛케이 평균주가가 1998년 거의 10% 하락했지만 이는 일본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엔화를 달러당 147달러까지 떨어뜨렸던 심각한 금융 위기와 신용 경색에서 비롯되었다.

일본 금융 서비스 업체인 NLI 리서치 인스티튜트(NLI Research Institute)의 사이토 타로(Saito Taro) 수석 연구원은 "고유가와 함께 엔화의 약세는 현재 상황을 초기 평가 절하 기간과 구분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2005년 서부 텍사스산 원유 선물은 배럴당 약 40~60달러(현재 절반 수준)에서 거래되었으며 일본은 그 해에 8조 7000억 엔(현재 환율로 650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그런 점에서 2013년은 현재 상황에 더 가까웠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참사 이후 원유 수입 증가와 배럴당 110달러 부근을 맴도는 유가가 결합되어 지속적인 무역적자를 초래했다. 그러나 그때도 엔화 약세가 수출을 늘리고 경기를 활성화 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를 부양했다.

1998년과 달리 현재의 엔화 매도는 일본 금융시스템의 안정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다. 대신 엔화의 약세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일본 산업이 경쟁력을 많이 잃었다는 느낌을 반영한다.

현재 세계 무역에서 일본의 위치는 1998년 또는 2013년과 상당히 다르며, 그 사이에 더 많은 생산량이 해외로 이전되었다.

일본 내각사무처에 따르면 일본 제조업체는 2020 회계연도에 해외 생산량의 22%를 처리했으며, 이는 1998년 회계연도 10%에서 증가한 수치다. 일본은 1998년 컴퓨터와 주변기기 분야에서 수출한 것보다 7000억 엔 이상을 더 많이 수입했지만 작년에는 수입에 더 유리하여 격차가 2조 엔을 넘어섰다.

유엔 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수출에서 일본의 점유율은 1998년 7%에서 2021년 3.4%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3.3%에서 15.1%로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반면 미국과 독일은 약 7%에서 8%로 하락했다.

골드만 삭스의 수석 일본 경제학자인 바바 나오히코(Baba Naohiko) 연구원은 "아직 일본산인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제품은 엔화의 약세에도 달러 기준 판매가격이 하락하지 않아 수출량이 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엔화 약세가 더 이상 수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아왔고 이에 따라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본의 노동력 부족은 제조업체들에게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2005년과 2013년에는 1개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여 현재 신청자당 1.27개의 일자리가 있으며 이는 시장이 더 타이트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미즈호 증권(Mizuho Securities)의 고바야시 슌스케(Kobayashi Shunsuke)는 "엔화 약세에 대응해 국내 생산을 늘리고 싶어도 공장에서 일할 사람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조업체는 인력 부족을 보완할 수 있는 생산성 향상 기술을 더디게 채택하고 있다. 노동 투입과 비교한 투자의 척도인 일본의 자본 대 노동 비율은 2009년 정점에서 점차적으로 감소한 반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과 유로존은 모두 1998년 이후에 상당한 성장을 보였다.

한편 일본은 더 많은 기술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소비자들은 엔화 약세로 인해 애플 핸드셋의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국내 경쟁업체의 저렴한 모델보다 아이폰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 및 반도체와 같은 제품의 수입 증가와 더 이상 환율 하락(엔화 가치 약세)에 반응하지 않는 수출로 인해 일본은 무역적자를 심화시키기 쉽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은 제조업체에게 방향을 바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일본과 다른 주요 경제국 사이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다른 시장으로 자금이 집중되기 때문에 엔화가 단기간에 크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김세업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