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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직원 감시하면 더 엇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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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직원 감시하면 더 엇나간다"

직장인 감시에 관한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최근호 기사. 사진=하버드비즈니스리뷰이미지 확대보기
직장인 감시에 관한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최근호 기사. 사진=하버드비즈니스리뷰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직원들의 근태를 일거수일투족 감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재택근무제의 종료를 사실상 선언하면서 회사로 출근하는 것이 싫으면 회사를 그만두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과 무관치 않은 행보라는 분석이다.

사무실로 제대로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 직원에게는 따로 연락을 해 사유서를 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 비근한 사례다.

그러나 머스크 CEO를 비롯해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에게 뜻밖으로 다가올 수 있는 연구 결과가 최근 미국에서 나와 관련업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펴내는 글로벌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실시한 연구다.

◇감시 당하는 직원들, 일부러 엇나가는 경우 많아


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경영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최근호에 게재한 기사에서 재택근무제로 일하는 미국 직장인 200명을 상대로 회사 측에서 내리는 상벌이 직원들에게 실제로 미치는 효과를 연구한 결과 직원들의 근태를 감시하는 방법을 사용할수록 직원들은 오히려 반발심이 작동해 어긋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직원들이 제대로 근무하는지를 파악할 목적으로 각종 CCTV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감시 장치나 수단을 이용해 직원들의 근태를 파악하는 경우 감시 당한다는 사실에 반감을 품은 직원들이 오히려 회사의 기대와는 달리 일부러 태만한 모습을 보이는 등 일탈적인 행동을 벌이는 정도가 생각보다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얘기다.
알아서 일을 맡기면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자녀에게 부모가 심하게 잔소리를 하거나 과하게 몰아부칠 경우 오히려 마음에 없는 행동을 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펼쳐진다는 것.

직원을 믿고 자율성을 부여해 일을 하도록 하는 것과 직원을 믿지 못해 감시하는 방법 사이에는 커다란 결과의 차이가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여서 주목된다.

◇회사에 책임 전가하고 죄의식 약해져


체이스 틸 와이오밍대 경영학 교수, 줄레나 보너 유타주립대 경영대학원 교수, 존 부시 센트럴플로리다대 경영학 교수 등 이번 연구를 맡은 전문가들은 감시를 당할수록 직원들이 더 잘 행동하기보다 더 잘못 행동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가 뜻밖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그 원인은 죄의식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이번 연구 결과에서 확인된 것은 회사에서 어떤 식으로든 직원을 모니터링할 경우 모니터링을 당하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잠재의식적으로 자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자신의 탓이 아니라 회사의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죄의식을 덜 느끼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심지어 “감시 체제 하에서 일하는 일부 직장인들의 경우 회사 규정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휴식을 취하거나 일부러 일을 늦게 처리하거나 회사에서 온 지시를 대놓고 이행하지 않거나 회사에서 제공한 기물을 망가뜨리거나 회사 물건을 훔치는 행위 등을 보이는 등의 우려스러운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미리 직원들과 협의 필요

포춘은 현재 재택근무 인력에 대한 감시 체제를 도입했거나 할 예정인 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이번 연구 결과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데스크톱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 키보드 자판 사용 빈도를 통해 근태를 확인하는 시스템, CCTV, GPS를 이용한 동선 파악 시스템 등 다양한 형태의 감시 장치 판매량이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했을뿐 아니라 '재택근무 직원 감시하는 방법(how to monitor employees working from)'이란 인터넷 검색어의 입력 건수가 폭증한 것 등을 감안할 때 재택근무자를 감시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보고서의 공동저자들은 감시 시스템을 도입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한 뒤 추진하는 일이 생각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전에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회사가 일방적으로 감시 시스템을 설치해 운영하는 것은 직원들의 반발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확인됐다”면서 “직원들과 구체적으로 의견을 교환해 어느 정도까지 감시가 필요하고 어디부터는 사생활로 보호해야 하는지 등을 미리 협의한 뒤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