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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라스푸틴' 두긴의 딸 두기나 암살을 둘러싼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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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라스푸틴' 두긴의 딸 두기나 암살을 둘러싼 미스터리

알렉산더 두긴의 딸인 두기나의 암살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알렉산더 두긴의 딸인 두기나의 암살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푸틴의 라스푸틴'이라고 불리며 우크라이나 침공에 사상적 배경을 제공한 철학자 알렉산더 두긴의 딸 두기나에 암살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는 두기나의 암살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주장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다수 존재한다.

두긴은 '러시아 제국의 부활'과 '유라시아리즘'을 강조한 사상가로 서방의 영향력에 대해 러시아가 힘으로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한 극우 민족주의자다. 그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일부분'이라는 주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두긴은 특히 러시아가 소련의 원래 영토를 회복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제국주의적 시각으로 유명하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우크라이나 시민 나탈리아 보브크가 12세 딸과 함께 러시아로 침입해 두기나를 살해한 뒤 에스토니아로 도피했다고 전했다. FSB는 그가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 성향 군사조직 '아조우 연대' 출신이라고 주장했다. 얼굴이 찍힌 그의 동영상도 공개됐다.

그러나 국방 분석가인 파벨 펠겐하우어(Pavel Felgenhauer)는 이번 암살에 많은 의문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우선 그는 전문 암살 요원으로 여성과 12세 딸 만을 보낸 것은 지나치게 참신한 일이라고 말하면서 범인이 아주 기적적으로 살아서 딸까지 데리고 국경을 넘어 에스토니아로 도망친 것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가 암살 사건 후 바로 보브크의 사진을 공개했는데 어떻게 이미 신원이 노출된 우크라이나 요원이 국경을 쉽게 드나들 수 있었냐고 덧붙였다.
펠겐하우어가 가장 큰 문제제기를 한 것은 바로 범인이 두긴이 아니라 그의 딸인 두기나를 목표로 공격했다는 것이다. 두기나는 러시아 제국주의를 주장하는 아버지의 견해를 지지했지만 사실 그리 널리 알려진 인물을 아니었다. 굳이 암살을 해서 정치적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에스토니아측은 범인이 두기나를 살해하고 자국으로 도망쳤다는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에스토니아는 이런 푸틴의 주장을 자국에 대한 도발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에스토니아의 국제방위안보센터의 인드렉 카닉 소장은 "차량 폭탄 공격이 러시아의 자작극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에스토니아를 동시에 위협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에스토니아는 소련에서 독립한 발트해 국가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입장이라 러시아를 강하게 경계하고 있다.

외신은 FSB가 수사 하루만에 용의자의 신원을 공개한 점과 범인이 기적적으로 러시아에서 에스토니아로 국경을 넘어 탈출했다고 발표한 점을 들어 러시아의 발표는 신빙성이 없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보통 암살과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는 철저한 조사와 정보통제를 실시한다.

우크라이나의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보좌관도 "러시아의 주장은 거짓이다. 두기나의 암살은 러시아 내부 권력 다툼으로 일어난 일이다"라며 우크라이나의 두기나 암살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오히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잔인한 공격을 하려고 암살 사건을 조작했다고 의심했다.

전문가들은 FSB의 신속한 발표와 복수에 대한 뜨거운 요구는 러시아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 이어지는 전쟁에 시민들의 불만이 표출됐다는 뜻이다.

푸틴의 전 연설가인 압바스 갈랴모프는 폭탄 테러가 "상징적"이며 푸틴 충성파를 위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각한 군사적 손실과 높은 서방의 제재 수위가 러시아 국민의 사기를 떨어트리고 사회적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과격한 행동으로 적대감이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공격이 러시아 내의 반(反) 푸틴 세력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자신을 공화민족군(NRA)이라고 지칭하는 단체는 두기나의 암살을 자신들이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NRA는 최근 러시아 연구실에서 일어난 화재 등 각종 테러도 시행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의회 두마의 전직 의원이자 러시아에서 망명한 정치인인 일리아 포노마레프는 NRA가 "러시아의 활동가, 군인, 정치인으로 구성된 같은 사상을 가진 느슨한 단체"라고 설명했다. 그는 NRA의 목표가 "권력 찬탈자이자 같은 슬라브 민족 간의 동족 전쟁을 촉발하고 러시아 군인들을 무의미한 죽음으로 내몬 전범인 푸틴을 전복하고 파괴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역사가 유리 펠시틴스키 박사는 자동차 폭탄이 "러시아 내부 분쟁의 일부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침략자들과의 전투를 수행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특수 부대가 러시아로 장교를 보내 암살을 수행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죽은 두기나를 순교자로 추앙하며 복수를 다짐하고 있다. 두긴의 친한 친구이자 재벌인 콘스탄틴 말로페예는 두기나의 장례식에서 "사랑하는 두기나의 죽음으로 우리는 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라고 연설했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