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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워싱턴] 바이든, 윤 대통령과 '48초 회동'하고 필리핀과는 정상회담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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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워싱턴] 바이든, 윤 대통령과 '48초 회동'하고 필리핀과는 정상회담한 이유는

미국과 필리핀, 중국의 대만 침공 대비 합동 군사 훈련 확대키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정상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정상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페르디난드 봉봉 로무알데스 마르코스 주니어(64) 필리핀 대통령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임 정부의 친중 노선을 버리고, 친미 노선으로 선회한 데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등에 대비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과 필리핀은 내년에 양국 합동 군사 훈련인 ‘발리카탄’(Balikatan)에 1만 6000명의 병력을 투입하기로 했다. 미국과 필리핀은 올해 3월에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대규모 군사 훈련을 했었다. 올해 투입된 양국의 병력은 병력 8900명가량이다. 미국과 필리핀이 발리카탄 훈련을 확대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필리핀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어떤 역할을 할지 검토하려는 것이라고 FT가 전했다.

마이클 로지코 필리핀 연합훈련센터 소장은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필리핀과 대만의 영해 경계선 인근의 북부 루존 지역에서 미군과 필리핀군이 전면적인 전투 작전 훈련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하와이에 있는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다음 주에 필리핀 국방 당국자들과 함께 연례 안보 협의회를 개최한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호세 파우스티노 필리핀 국방부 장관은 29일 양국 국방 장관 회담을 개최한다.

중국이 대만 인근에서 군사적인 영향력을 확대함에 따라 필리핀 고위 군 당국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고, 전임 두테르테 정부 당시에 약화한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투테르테 정부가 이끌던 필리핀은 2016년에 중국 쪽으로 중심축을 이동했었다. 두테르테 정부는 '친중' 행보를 보이면서 미국과의 군사 훈련 규모를 축소해왔다.

지난 2017년 발리카탄에 동원된 병력은 전년 대비 절반가량 줄어든 5500명에 그쳤고, 매년 훈련 규모를 줄였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에는 아예 이 훈련 취소했다. 미국과 필리핀은 2021년에 훈련을 재개했으나 양측에서 병력 640명만 참가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22일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뿌리가 깊다”면서 “우리에게 어려운 시기가 있었으나 우리 입장에서 볼때 우리 관계가 정말로 긴요하고, 당신(마르코스 대통령)도 나와 같은 생각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우리 지역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있어 미국의 역할이 높은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다”면서 “필리핀은 미국의 파트너이고, 동맹이자 친구”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남중국해에서의 항행과 비행의 자유에 대해 강력한 지지를 확인했다. 항행의 자유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때 주로 쓰는 표현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을 계기로 뉴욕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48초 회동’을 했으나 마르코스 대통령과는 정식으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윤 대통령은 5월에, 마르코스 대통령은 6월 취임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뉴욕 방문 첫날인 19일에 뉴욕 증권거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필리핀은 언제나 위기에 처했을 때 미국을 바라본다”며 “미국이 동반되지 않은 필리핀의 미래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