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스루'로 커피 한잔 사도 팁 요구…음식값의 30% 등으로 요구 금액도 급증

AP 통신은 23일(현지 시각) “미국 소비자들이 팁 문제가 통제 불능상태에 빠졌다고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에 팁을 요구하지 않았던 업종에서도 최근에는 팁을 30%까지 부과하고 있다고 AP가 전했다. 40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던 인플레이션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친 미국의 소비자들이 늘어난 팁 부담에 곤혹스러워라 한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미국에는 팁 문화가 정착돼 있다. 음식점 등에서 식사하면 당연히 음식값과는 별도로 15~30%가량을 팁을 주는 게 관행이다. 팁은 고용주가 아니라 종업원에게 직접 제공되는 것이어서 소비자들이 기꺼이 팁을 주었다. 특히 팁으로 줘야 하는 금액이 정확히 정해져 있지는 않아 소비자가 요금의 15% 이상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팁을 준다.
그러나 전자 결제가 보편화하면서 업주가 ‘봉사료’ 항목으로 팁의 액수를 일방적으로 정해 소비자는 사인만 하도록 하는 사례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디지털 팁은 종업원이 스크린을 통해 눈으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15%, 20%, 30% 등으로 팁을 결정해야 하기에 소비자들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AP가 전했다.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업 스퀘어에 따르면 2022년 3분기를 기준으로 음식점에서 손님이 주는 팁의 액수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25.3%가 증가했다. 또한 간이 음식 판매점에서도 팁이 같은 기간에 16.7%가 늘어났다.
음식값 등을 결제할 때 고객이 팁의 비율을 선택하도록 하면서 아예 15%를 없애고 최소 20%에서 시작해 25% 또는 30% 중에서 선택하도록 하는 곳도 많다. 미국에서 대체로 음식점에서 6인 이상이 식사하면 최소한 팁을 20% 이상 줘야 한다.
문제는 팬데믹을 계기로 과거에 팁을 받지 않던 곳에서 팁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커피숍에서 ‘테이크 아웃’으로 커피 1잔을 주문해도 팁을 요구한다. 제과점에서 빵 한 개를 사도 팁을 달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많은 직장인이 샌드위치 등 가벼운 점심을 ‘캐리 아웃’ 음식점에서 사서 ‘브라운 백’에 담아와 회사 사무실에서 먹는다. 이때는 특별히 팁을 주지 않아도 되는 게 관행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편의점 같은 곳에서 미리 만들어진 간단한 음식을 사도 팁을 내도록 하는 곳이 급증했다.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고 ‘드라이브 스루’로 음식이나 물건을 살 때도 팁을 요구한다. AP에 따르면 은행 등에서 간단한 업무를 볼 때도 팁을 요구하기도 한다. AP는 앞으로 의사나 치과 의사로부터 진료받은 뒤에도 팁을 줘야 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커피를 주문할 때 팁을 줄지 손님이 선택하도록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스타벅스 대변인은 이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미국에서 커피 등을 주문하는 손님의 약 50%가 팁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AP 통신은 스타벅스와 같은 곳에서 커피 4~5잔을 한꺼번에 주문하면 커피값의 20%가량을 팁으로 주어야 고객이나 종업원이 서로 불편한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4달러가량 하는 커피 한 잔이나 음료수 한 컵을 주문하면서 반드시 팁을 줘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현재 미국 50개 주 중 8개를 제외한 42개 주에서는 팁 받는 노동자에게 고용주가 주는 기본급을 법정 최저임금 미만으로 정해도 된다. 팁과 기본급을 합해서 법정 최저임금 이상이면 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