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가 CATL과 미국 미시간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함에 따라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북미 시장 진출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가 나왔다. 포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강력한 대중(對中) 규제 속에서 중국 배터리 업체가 북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우회로를 마련했다. 이는 곧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들이 북미 시장에서 중국업체와 치열하게 경쟁해야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과 중국은 첨단 기술 이전을 차단하려고 극도의 신경전을 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 통제를 위한 전방위 공세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nm 이하 로직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통제 조처를 발표했다. 미국은 이어 지난달 27일 반도체 핵심 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와 일본의 중국에 대한 수출통제 동참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미국은 또한 한국, 일본, 대만 4개국 간 반도체 협의체인 ‘칩4 동맹’을 결성해 중국을 포위하려고 한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군사용으로 전용할 가능성이 있는 중국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자본 투자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양자컴퓨터나 군사·안보 기술 분야의 인공지능(AI), 첨단 반도체 등에 대한 중국 투자를 완전히 금지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IRA를 시행하면서 북미산 전기차와 이 지역에서 생산된 부품을 사용한 전기차에만 한 대당 최대 7500 달러의 정부 보조금을 주고 있다. 포드는 이 보조금을 받으려고 중국 CATL과 손을 잡았다. 그러나 일반적 합작법인과 달리 미시간 공장은 포드가 지분 100%를 갖는 형태로 설립된다. CATL은 기술을 지원하는 식으로 공장 운영에만 참여한다.
포드사는 디트로이트에서 160km 떨어진 미시간주 마셜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고, 신규 채용 인원이 2,500명가량이라고 밝혔다. 미시간 공장에서는 연간 140만 대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포드는 오는 2026년까지 연간 2백만 대의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를 위해 이 공장이 가동되면 여기에 필요한 배터리 약 70%가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CATL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다. 세계 2위인 LG에너지솔루션과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20%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CATL은 중국 등 아시아와 유럽에 모두 13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CATL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