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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미국, 하루 8시간‧주 5일 근무 체제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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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루 8시간‧주 5일 근무 체제 붕괴

포스트 팬데믹 시대 변화
워라밸‧재택근무 확산 등
원격근무 비율 30% 정착
시간제 선택 근로자 급증
하루 8시간 주5일제 근무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재택근무가 확산된 후 주4일제가 직장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하루 8시간 주5일제 근무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재택근무가 확산된 후 주4일제가 직장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에서 지난 1938년 이후 뿌리를 내린 하루 8시간, 주 5일 40시간 근무 체제가 무너졌다. 지난 3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인식 확산,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 시스템 도입 등으로 직장인의 근무 체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의 언론 매체 ‘복스’는 27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주 5일 근무제는 죽었다”고 보도했다.

우선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맞아 재택근무와 대면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가 정착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안업체인 캐슬 시스템스 조사 결과를 인용해 뉴욕, 로스앤젤레스(LA)를 비롯한 미국 10대 도시 사무실 출근 비율이 팬데믹 이전의 50% 수준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복스는 “기술의 발달로 하루 8시간 근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 시스템은 신기루로 변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근무 형태를 추적해 조사하는 SWAA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인 2019년까지 원격근무 비율은 5%가량에 그쳤다. 그러나 팬데믹 기간인 2020년 5월에 이 비율이 60%까지 치솟았고, 현재는 30%가량이다. SWAA에 따르면 기업 경영진과 직원 간에 타협이 이뤄져 재택근무와 대면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가 대세로 굳어져 가고 있다. 주 5일 근무자의 경우 일주일에 절반가량은 집에서 근무하고, 나머지 절반가량을 대면 근무한다.

미국에서 시간제(파트타임) 근무를 선택하는 근로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미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과 1월 사이 시간제 근로자 수는 이전 달 대비 120만 명 증가했다. 특히 자발적 시간제 근로자 수가 대폭 늘었다. 스스로 시간제를 선택한 근로자 수는 3분의 2인 85만7000명에 달했다. 자발적 시간제 근로자 수는 지난 1월 기준 2210만 명으로, 시간제 근로를 하면서도 정규직을 선호하는 410만 명의 거의 6배에 달했다.는 최근 20년 사이에 가장 높은 비율이다.
주 4일 근무제도 갈수록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폭스 비즈니스 뉴스는 최근 미국의 고용 대행업체인 로버트 하프(Robert Half) 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의 관리직 근무자의 93%가 주 4일 근무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들 관리직 종사자 중에서 향후 5년 이내에 주 4일제를 실제로 시행할 것으로 예상하는 비율이 64%에 달했다고 폭스 비즈니스가 전했다.

최근 영국에서 6개월 동안 주 4일 근무를 실험해본 기업 대다수가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고 앞으로도 이를 계속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질랜드 비영리 단체인 '주 4일 캠페인'에 따르면 6개월에 걸친 실험이 끝난 뒤에도 전체 조사 대상의 92%에 달하는 56개 기업이 주 4일제 근무를 연장하기로 했고, 이 중 18개 기업은 영구적으로 주 4일제 근무를 시행하기로 했다.

미 언론 매체 ‘복스’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맞아 미국에서 1930년대와 유사한 노동 시장의 변화가 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1938년에 ‘공정 노동 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이 제정돼 주 5일, 40시간 근무 체제가 도입됐으나 이제 이 시스템을 완전히 폐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