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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퍼스트리퍼블릭 주가 폭락·신용등급 강등...회생 물건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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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퍼스트리퍼블릭 주가 폭락·신용등급 강등...회생 물건너가나

옐런 재무 "모든 예금 보호할 수 없다" 발언 이후 다시 위기 엄습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사진=로이터
미국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다시 위기를 맞았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22일(현지 시간) 미 상원 세출소위원회에서 “정부가 모든 예금에 대해 ‘포괄적인 보험’을 제공할 수는 없다”고 발언하자 이 은행의 주가가 이날 15.5% 급락했다. 또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이 은행이 300억 달러를 긴급 차입했으나 유동성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을 1주일 만에 BB에서 B로 다시 낮췄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퍼스트리퍼블릭의 운명은 미국 정부가 어느 정도로 예금자 보호 조처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도했다.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모든 미국 은행 예금에 대한 포괄적인 지급 보증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미 상원 세출소위원회에 출석해 미국 정부가 은행 예금에 대한 ‘전면적인 보험(blanket insurance)을 제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전날 미국의 은행이 파산하면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 당시에 정부가 개입해 예금자를 보호한 것과 유사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하루 만에 이런 입장을 철회했다.
모건스탠리는 정부의 퍼스트리퍼블릭 예금자 보호 조처가 나오면 이 은행 주식이 주당 54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옐런 장관이 예금자 보호에 대한 태도를 바꾸자 퍼스트리퍼블릭의 주가가 13.33달러로 급락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JP모건체이스를 비롯한 미국의 11개 대형 은행이 퍼스트리퍼블릭에 300억 달러의 대출금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이것만으로는 현재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피치는 이 은행이 앞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 현재보다 큰 비용이 들 것이라고 신용등급 추가 강등 이유를 밝혔다.

피치에 앞서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19일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채권 발행 등급을 ‘정크’로 또다시 강등했다. S&P 글로벌은 지난 15일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등급을 A-에서 BB+로 투기 등급 또는 '정크' 상태로 평가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이 끝내 붕괴하면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파산하게 된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 등 11개 대형 은행은 16일 퍼스트리퍼블릭에 300억 달러의 예금을 예치한다고 밝혔다.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웰스파고는 50억 달러씩 보내고,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25억 달러씩 예금하며 BNY 멜론, PNC 은행, 스테이트스트리트, 트루이스트, US 은행은 10억 달러씩 예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S&P 글로벌은 이 발표가 나온 뒤인 17일에 이 은행의 등급을 BB+에서 B+로 한 단계 더 낮춰 ‘정크’ 등급을 매긴 뒤에 추가로 등급이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신평사인 무디스 17일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기업 신용등급을 종전 'Baa1'에서 투자 주의 등급인 'B2'로 7단계 내렸다. 무디스는 재무 상황 악화와 자금 인출로 인한 재정지원 의존도 증가를 신용등급 강등의 배경으로 거론했다.

연일 폭락하던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가 21일 큰 폭으로 반등했다가 하루 만에 다시 폭락세로 돌아섰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퍼스트리퍼블릭은 현재 현금을 조달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대출 부문 일부를 포함한 사업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퍼스트리퍼블릭을 통째로 매각할 가능성도 있으나, 이 은행은 현재 자본 조달에 집중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우려 등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