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얇아진 지갑에…" 미국 '후불 결제' 확산

공유
0

"얇아진 지갑에…" 미국 '후불 결제' 확산

1~2월 선택비율 40% 증가…할부이자 부담 없어 인기
사용자 25% 카드빚 증가…신용불량 전략 위험 상존

슈퍼마켓에서 한 쇼핑객이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애플 페이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슈퍼마켓에서 한 쇼핑객이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애플 페이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후불 결제’(BNPL, Buy Now Pay Later) 판매 방식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사태 속에서 주머니 사정이 여의찮은 미국인들이 먼저 물건을 구매하고, 나중에 그 대금을 몇 주 또는 몇 개월에 걸쳐 할부로 나눠 내는 방식을 널리 사용하고 있다. 후불 결제 방식이 운동기구 같은 고가 품목과 의류뿐만 아니라 생필품을 살 때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미 경제 매체 마켓워치는 27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BNPL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소비 분석 업체인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1, 2월에 마트에서 온라인 주문을 할 때 후불 결제 방식을 택하는 비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했다. 이 기간에 미국에서 후불 결제가 전체적으로 10%가량 증가했다. 미국인들이 마트에 직접 가지 않은 채 온라인으로 필요한 품목을 사는 비율이 지난 1년 사이에 27% 증가했다.
올해 1, 2월에 후불 결제를 이용한 가구 구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 의류 구매는 8%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렇지만 전자제품 구매는 오히려 14% 감소했다.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1년 사이에 후불 결제 방식으로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은 의류이다. 지난 2021년 한 해 동안 의류가 전체 후불 결제 판매의 50%가량을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전자제품, 스포츠용품, 보석 등이 11%를 기록했다.

CFPB는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을수록 후불 결제 사용 비율이 높다고 밝혔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돈을 내는 부담을 덜려고 이 방식을 선호한다. 또 백인보다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이 후불 결제를 더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스비즈니스뉴스는 후불 결제가 유행하는 이유 중 하나가 물품 대금을 나중에 내더라도 이자가 붙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후불 결제 판매 방식은 물건을 구매할 때 3~6번에 걸쳐 그 값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처음 물건을 살 때 일정 금액을 낸 뒤 나머지 금액은 월 단위 등으로 나눠 할부로 내면 된다. 이때 애초 정해진 기간에 맞춰 물건값을 상환해 나가면 이자가 붙지 않는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신용카드 이자율 상승에 따른 부담을 피할 수 있고, 고가의 제품을 분납제로 살 수 있다.

그러나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물건을 구매한 뒤에 물건값을 나중에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 또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가능성 때문에 일부 소매업체 등이 후불 결제 판매 방식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상품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면 소매점과 기업의 적자가 그만큼 증가한다. 후불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기업인 어펌(Affirm)홀딩스, 애프터페이(Afterpay), 집(Zip) 등이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조사에 따르면 후불 결제 판매 방식을 중개하는 회사들은 소매점 등에 1.5~7%가량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의 경우 후불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면 판매량이 30~50%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후불 결제 방식으로 물건을 사들인 소비자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크레딧카르마(Credit Karma) 조사에 따르면 신용카드 사용자의 약 4분의 1이 후불 결제 이용으로 카드 빚이 늘었다. 비벡 팬디야 어도비 디지털 인사이트 선임 분석 책임자는 폭스비즈니스에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도 이커머스 수요가 탄탄하다”면서 “소비자들이 팬데믹 당시의 소비 패턴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