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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중소은행·상업용 부동산 '죽음의 고리'로 연결…정부·연준, 긴급 점검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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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중소은행·상업용 부동산 '죽음의 고리'로 연결…정부·연준, 긴급 점검 착수

SVB 사태 이후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뇌관 터질 가능성 급부상

미국 정부 당국은 중소은행과 상업용 부동산이 죽음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어 긴급 점검에 나섰다. 미국 뉴욕 맨해튼.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정부 당국은 중소은행과 상업용 부동산이 죽음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어 긴급 점검에 나섰다. 미국 뉴욕 맨해튼. 사진=로이터
미국에서 퍼스트시티즌스은행이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을 인수하기로 했으나 금융 혼란 사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소 은행과 상업용 부동산이 ‘죽음의 고리(doom loop)’로 연결돼 있어 언제든 뇌관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 (현지 시간) 백악관, 재무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조 달러에 달하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잠재적 위험성을 긴급 점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상업용 부동산이 향후 2년 이내에 폭발할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이 분석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지역 은행이나 중소 규모 은행이 대체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통해 성장해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재택근무가 널리 확산하면서 미국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치솟았다. 여기에 SVB 파산을 계기로 일부 중소 은행이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과 주가 폭락의 위기를 맞았다.
현재 부동산 개발업자와 이들에게 대출해준 은행들이 아직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상태는 아니라고 WP가 평가했다. 주택 임대 계약이 대체로 1년 단위이지만, 상업용 빌딩 임대 계약은 몇 년에 걸쳐 있다. 이에 따라 최근의 금융 혼란 사태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즉각 타격을 주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앞으로 2년 사이에 미국에서 수백만 건의 상업용 빌딩 임대 계약이 종료될 예정이다. 한 곳에서 문제가 터지면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고, 이것이 금융시스템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고 WP가 강조했다.

일부 기업들은 임대 계약이 끝났을 때 재계약을 포기하거나 더 싼 임대료로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연쇄 급락하는 악몽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마켓워치에 따르면 캐피털이코노믹스(CE)가 상업용 부동산과 중소 은행이 ‘죽음의 고리’로 연결되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시장 붕괴는 최근에 발생한 모든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꼽힌다.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1980년대와 1990년대 미국 저축은행 위기, 1973~1975년 영국의 은행 위기, 1929년 대공황 등이 모두 부동산 시장의 불안에서 시작됐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에서 중소 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주도해왔다”면서 “이들 은행의 미상환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전체 상업용 대출의 70%에 이른다”고 밝혔다. 중소 은행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정한 자산규모 25대 은행보다 작은 은행들을 지칭한다.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가 하락하면 개발업체나 건물 투자자에 대출해준 은행의 건전성 문제가 불거지고, 이것이 예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다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회수를 촉발해 자산 기반의 핵심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가속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캐피털이코노믹스가 주장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상업용 부동산 가격 2022년 중반 고점에서 4~5%가량 하락했고, 이 수준에서 앞으로 18~20%가량 추가 하락해 고점 대비 22%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내년까지 계속 상승해 위기가 고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대출 규모 5조6000억 달러(약 7282조원)다. WSJ에 따르면 향후 3년 동안 만기가 돌아오는 상업용 부동산 부채1조5000억 달러(약 1952조원)다. WSJ는 중소 은행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70%가량을 맡아왔고, 재정 건전성을 우려한 중소 은행이 대출을 축소하면 이 시장에 연쇄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