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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 진정 중국의 속국으로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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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 진정 중국의 속국으로 전락하나?

알렉산더 모틸 교수 기고…21세기 신 삼국지 분석

‘더 힐’ 푸틴과 시진핑 중 누가 실수하나 분석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의 영향으로 궁지에 몰려 있는 푸틴 대통령.이미지 확대보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의 영향으로 궁지에 몰려 있는 푸틴 대통령.
챔피언은 혼자 링 위에 서 있지만 도전자는 자주 바뀐다. 한 때 유력한 도전자였던 구소련은 스스로 물러났다. 미국을 상대로 다음 링 위에 오른 도전자는 중국. 잽을 날리던 미국이 훅을 내지르자 중국은 구소련의 후예 러시아와 손을 잡았다.

미·중·러의 삼국지는 앞으로 어떻게 쓰일까? 최근 미국의 정치 전문 시사지 ‘더 힐’에 실린 알렉산더 모틸 교수(럿거스대)의 기고문을 중심으로 21세기 신 삼국지의 내용을 들여다보았다.
전문가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근 모스크바 방문을 두고 두 가지 해석을 내놓았다. 첫째 두 강대국 사이의 동맹 강화, 둘째 러시아가 중국의 속국으로 변모하는 과정이다.

하버드 대학의 그레이엄 앨리슨교수는 중·러 관계를 "세계에서 가장 중대한 미(未) 선언 동맹"이라고 불렀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비슷한 맥락의 말을 남겼다. 그는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에는 경고의 메시지와 지지 메시지가 함께 담겨 있다"고 말했다. 가까이 하고 싶지 않지만 가까이 할 수밖에 없는 사이라는 의미다.

카네기 기금의 테무르 우마로프는 "러시아는 중국의 이익에 복종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권이 없다"라고 단정했다. 한편 전 뉴욕 타임즈 특파원 제임스 브룩은 "러시아가 중국의 경제 위성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네 사람의 주장은 모두 그럴 듯하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는 상호 보완적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더 단단해진 반면 불평등한 성격도 더 뚜렷해지고 있다. 많은 러시아인들이 그들의 나라가 중국의 속국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새로운 관계


그들 가운데 일부는 푸틴 정권에 비판적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일부는 러시아가 속국으로 바뀌는 것을 환영한다.

미야 올샨스키와 예고르 콜모고로프는 "21세기 러시아가 미국이 아닌 중국의 속국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고 주장한다. 그들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과 대조적으로, 우리의 자원을 얻기를 열망하지만, 우리의 정체성을 바꾸려고 하지는 않는다"며 중국 편에 서면 최소한 러시아가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이들 두 명의 러시아 ‘제국 민족주의자’들은 기울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운명을 의심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중국이 러시아를 훨씬 더 가난하게 만들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보다 중국의 지배를 받는 것을 더 선호한다.

또 다른 친(親) 러시아 논객인 마리야 데테레바는 “중국이 러시아와 합류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가 중국에 합류하는 것이다”고 표현했다. 그녀는 “이 역사적인 순간 러시아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러시아는 중국의 진정한 파트너로 평가됐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군대와 지도부의 무능은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제 러시아는 정말로 2인자의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열등감은 러시아가 패배와 정권 붕괴라는 임박한 이중 재앙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영구적인 속국은 장기적으로 러시아에 해를 끼치는 참담한 결과를 남길 것이다.

중국 정책 입안자들은 장기적 계획을 수립하는데 매우 익숙하다. 그들은 러시아의 강자 블라디미르 푸틴이 탈출구가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자신의 나라를 몰아가고 있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세상일에는 늘 이중성의 함정이 있기 마련이다. 러시아가 중국의 속국으로 탈바꿈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중국의 국익에도 해롭다. 그런 의미에서 시 주석의 모스크바 방문은 자칫 중국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시 주석은 자신의 재산을 ‘만나면 좋은 친구’ 푸틴의 것과 교묘히 연결시켰다. 시 주석의 지지를 받는 것은 푸틴에게 도움이 되지만, 푸틴의 점점 더 불안정한 정치 상황은 시 주석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러시아를 방문하고 돌아 온 시진핑 주석. 정말 러시아를 속국으로 두게 될까?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러시아를 방문하고 돌아 온 시진핑 주석. 정말 러시아를 속국으로 두게 될까?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은 나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고, 푸틴에 대한 러시아 엘리트들의 내부 반발은 커지고 있으며, 러시아 경제는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을 낮은 가격에 갈취할 수 있는 중국의 능력은 러시아 경제를 유지할 수 있지만, 이는 일시적일 뿐이다. 일부 러시아 정권 비평가들의 예측처럼 푸틴이 곧 축출되거나 무력화될 수 있다면 시 주석의 판단과 어쩌면 합법성에 대해 자국 내에서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푸틴의 러시아가 느슨한 대포라는 사실이다. 국제 관계 전문가들이 시 주석에게 조언했듯이, 우크라이나에서 이길 수 없는 대규모 전쟁을 시작한 것과 같은 불필요한 문제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는 신뢰할 수 없는 주니어 파트너를 갖는 것은 중국으로 하여금 경제 패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무력 충돌에 휘말리게 할 수 있다.

그러한 무력 충돌 중 하나는 심지어 과거에 봉건영주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의 지위에 분개하고 주권을 다시 찾기로 결심한 러시아의 반격에 의해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모스크바가 결국 ‘몽골의 지배’를 거부한 후 대국으로 성장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핵무기 위협


가장 우려되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푸틴의 대량학살 전쟁이 러시아 연방의 안정성을 훼손하고 심지어 해체를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긴 국경을 고려할 때, 붕괴 직전의 러시아가 어떻게 중국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는지 짐작하기는 어렵다.

러시아의 속국 지위를 환영하는 러시아 인사들은 속국이 중국보다 러시아에 훨씬 더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시진핑이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을 수도 있다고 결론짓는 것은 상당히 유혹적이다. 아마도 시진핑은 푸틴처럼 소문난 체스의 그랜드 마스터가 아닐 것이다.

정말로 속국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러시아와 달리, 중국은 많은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그 중 러시아와의 동맹은 가장 바람직하지 않고 가장 일시적일 수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이 지나도록 뚜렷한 전과를 올리지 못한 푸틴은 궁지에 몰린 나머지 핵무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한방은 언제든 서방과 전 세계를 공포와 불안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그의 동맹국들은 푸틴의 손에 든 카드가 블러핑인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의 말을 전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핵무기가 지닌 무서움은 폭발 후 만큼이나 폭발 전에도 위력적이기 때문이다. 푸틴이 핵무기 사용을 강행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서방의 대응 시나리오에 달려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달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몇 안 되는 동맹국이자 우크라이나, 폴란드·라트비아·리투아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나토 동맹국으로선 상당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대체로 시큰둥하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징후도 없고 현실성이 매우 낮다”는 의견을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자주 보던 핵무기 블러핑이다”고 꼬집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을 끊을 의도로 벌이는 역정보 작전”이라고 분석했다.

미 무기통제위원회에 따르면 미국은 핵탄두 5428발을 보유하고 1644발을 실전 배치하고 있다. 러시아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러시아는 5977발을 보유하고 1588발을 배치 중이다. 러시아의 국력은 미국에 한참 뒤지지만 핵무기 수에서 만큼은 미국에 필적한다.

핵무기 강국 러시아는 중국에 유혹적이다. 시진핑 주석의 방러이후 중국에선 부쩍 이에 관한 뉴스가 늘어났다. 방러 성과 학습 열풍이 불 정도다. 헤이룽장성을 비롯해 러시아와 가까운 지방정부는 새로운 협력 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 주석의 방러 이후 러시아산 수산물 통관 절차가 간소화되는 등의 변화가 나타났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헤이룽장성은 최근 러시아산 수산물에 대한 통관 증명서 발급을 개시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산 연어 20.7t이 단 하루 만에 관련 절차를 마치고 중국으로 반입됐다.

중국은 러시아 뿐 아니라 서방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에도 열심이다. 5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같은 기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중국을 찾는다.

시 주석으로선 푸틴 대통령을 만난 지 보름여 만에 러시아와 각을 세우고 있는 유럽의 핵심 인사들을 만나는 셈이다. 이 자리서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치적 해결과 중국의 중재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진핑 주석의 광폭 행보를 지켜 본 파이낸셜타임스(FT)는 "덩샤오핑의 '숨어서 때를 기다린다'는 도광양회 외교 공식이 완전히 막을 내렸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및 체제 경쟁에서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외교 총력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링 위에서 맞선 새 도전자는 과거의 적수들과 달라 보인다. 아직 챔피언을 쓰러뜨릴 정도는 아니지만 러시아와 제대로 손을 잡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부기: 알렉산더 J. 모틸은 럿거스 대학의 정치학 교수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소련, 민족주의, 혁명, 제국주의, 이론 전문가인 그는 10권의 논픽션 책과 ‘제국의 종말’ 등 저서를 펴냈다.


이수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