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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정부, 한국 도·감청 문건 '진본' 첫 시인…유감 표명·재발 방지 약속은 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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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정부, 한국 도·감청 문건 '진본' 첫 시인…유감 표명·재발 방지 약속은 유보

백악관·국방부, '공공 영역에 있어서는 안 되는 문건' 규정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사진=로이터
미국 정부가 미 정보기관의 한국 정부 고위 인사를 겨냥한 도·감청 의혹 문건이 실제로 작성된 원본이라는 점을 사실상 시인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명시적으로 이들 문건이 실제로 미국 정보 기관이 작성한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다.

미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불거진 이번 사건을 진화하려고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과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미 국방부와 법무부가 실시하는 조사 결과를 신속하게 동맹국들에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방부는 문건 유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고, 법무부는 기밀 문서 유출을 형사 범죄 행위로 간주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에 공개된 정보를 해당 국가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는 내용이어서 극비 사항이 공개된 것은 아니라는 태도를 보인다.

미국 정부는 아직 한국 등 동맹국에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을 하지 않고 있으며 재발 방지 약속도 하지 않고 있다. 도·감청 피해를 본 한국 정부 등도 일단 사실관계 확인에 주력하고 있다.

미 국방부의 크리스 미거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매우 민감한 기밀 정보가 대중에 유출됐다”고 말했다. 미거 대변인은 “이것은 국방부와 다른 미국 정부 기관들이 해온 작업을 알리는 데 사용한 매우 민감한 기밀 문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곧 미 정부가 트위터 등 쇼셜 미디어에 게재된 정보 문건이 미국 정보 당국이 작성한 실제 보고서라는 점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미거 대변인은 “이번 일이 국가 안보에 매우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거 대변인은 “문서는 우크라이나나 러시아 관련 작전, 다른 정보 사항 등에 대한 업데이트를 고위급 인사들에게 제공할 때 사용되는 포맷 유사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문건은 변경된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지난 6일 관련 보고를 처음 받았다고 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 문건들은 공공 영역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이런 종류의 문서가 공공 영역에 있는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우리 끝까지 조사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가 정보뿐만 아니라 정보가 수집된 방식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중 일부가 조작됐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일부 온라인상에 올라온 정보는 우리가 생각하는 원래 소스에서 변경됐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문건을 비롯해 모든 문건이 유효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면서 “국방부국가 안보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범부처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고, 여기에는 이들 문건이 유효한 것인지 아닌지를 조사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기밀 문건에 한국, 이스라엘 관련 내용이 포함되는데 대해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상당한 고위급 차원에서 관련 동맹국파트너 국가와 소통하고 있고, 가능한 한 관련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에 계속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미국 당국자들동맹 및 파트너 국가의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파텔 부대변인은 “한국 역내 가장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이고, 우리는 한국과 여러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유출된 문건에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 비서관 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지원 문제 대화가 포함됐다. 또 이 정보가 '시긴트'(SIGINT·신호 정보)로 수집됐다는 도·감청 의혹 보도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들 문건에는 미국의 우방국인 영국, 이스라엘 등에 관한 내용도 들어 있다.

트위터 등을 통해 유포된 해당 문건에는 한국 정부 내에서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포탄을 미국에 제공할지 논의가 진행됐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문건에는 이문희 전 비서관이 지금까지의 정책을 변경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공식 천명하는 방안을 거론하자, 김성한 전 실장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어 회담과 무기 지원을 거래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우려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김 전 실장은 이에 폴란드에 포탄을 수출하고, 폴란드가 이를 다시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우회 지원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