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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금리 인상으로 미국 국채 매력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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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금리 인상으로 미국 국채 매력 사라졌다

최대 보유국 일본, 구매 중단…중국, 보유액 줄여 금에 투자

기축통화와 준비통화로서 미국 달러화의 위상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기축통화와 준비통화로서 미국 달러화의 위상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안전자산인 미 국채에 대한 기피감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가 보유한 미국 국채는 2023년 1월 기준으로 3조7139억 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일본은 1조1044억 달러로 최대 보유국이고, 중국은 8594억 달러로 두 번째, 영국은 6683억 달러로 세 번째다. 한국은 1058억 달러로 17위다.
미국 국채는 금융이나 환율 불안을 억제하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현상으로 착각하고 대응을 지연한 탓에 금리 인상률이 전례 없는 속도로 총 5.0%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은행들은 채권 매각 등의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미실현 손실을 크게 보았다.

2022년 말 손실은 미국에서 6204억 달러, 유로권에서 4507억6651만 달러로 각각 전년 대비 78배, 7배 증가했다. 일본의 3대 은행은 총 319억9651만 달러로 약 18배 늘었다. 이들 3개 권역의 합계는 총 1조 달러를 넘는다. 미국 은행의 손실은 자기 자본의 약 30%에 해당한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의 시세는 하락하지만, 만기까지 보유하면 액면가로 상환할 수 있다. 따라서 미실현 손실이 있어도 버티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은행(SVB)으로 이런 안전 신화가 무너져 버렸다. 예금 인출 홍수에 직면한 SVB는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급매각했고, 이로 인해 손실이 한꺼번에 드러나 파산에 이르렀다.

◇ 일본과 중국의 미국 국채에 대한 태도 변화


미국 국채의 최대 보유국인 일본은 더 이상 미국 국채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장기 금리 대비 단기 미국 금리의 급격한 상승과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해 일본 투자자들은 단기 미국 국채를 사는 것이 수익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지난해 11월에 전년 동월 대비 18.5% 감소한 1조82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1월에는 1조1044억 달러로 더 줄어들었다.

일본 수요의 감소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과도하게 인상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미국 국채는 여전히 프리미엄을 지불하지만, 일본 자금이 미국 국채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역시 미국 국채 보유액을 줄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1738억5000만 달러 감소한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금 보유고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양국 간 긴장으로 인해 증가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중국 투자자들은 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피하려고 국채를 축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또한 미국이 러시아 외화보유액 동결 등의 제재 조치로 러시아의 달러 접근을 제한하는 것을 보고, 유사한 제재가 가해지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국채 보유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중국은 2013년 가을에 1조3000억 달러로 정점을 찍고, 최대 채권국이 된 바 있다.

중국은 국채를 팔고 난 돈으로 금을 사고 있다. 세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금 수입은 지난해 약 60% 증가한 766억 달러로 2017년 추적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의 감소는 최근 몇 년간 또 다른 주요 수요처인 연준이 보유한 자산을 처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재무부의 시장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완전히 팔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미국 국채는 안전자산이고, 미국 달러는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채 가격이 하락한 상황에서 팔게 되면 손실이 너무 크다는 점도 더 많은 국채 거래를 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