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MH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 재개장에 수익 폭발

루이비통, 크리스찬 디올, 불가리, 지방시, 티파니, 베네피트 등 세계적 명품 기업을 소유한 아르노 회장은 지난 해 말 일론 머스크를 제치고 세계 최고 갑부에 이름을 올렸다.
부자들의 눈에는 유독 돈과 부동산이 보인다. 1980년대 뉴욕에 살았던 젊은 재벌 베르나르 아르노는 5번가와 57번가의 모퉁이에 가장 가치 있는 부동산이 있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았다. 그가 북동쪽 모퉁이에 루이비통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는 건물을 샀을 때, 남쪽 길 건너편에서 티파니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아르노 회장은 "언젠가 내가 저곳의 주인이 될거야"라고 다짐했다고 새로 단장한 티파니 매장의 유리로 둘러싸인 빌딩의 최상층에서 가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물론 지금 티파니의 주인은 아르노 회장이다.
루이비통의 최고 경영자이자 지배주주인 아르노 회장은 루이비통으로 대표되는 사치품 산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는 2011년 불가리를 인수한 데 이어 10년 뒤 티파니까지 손에 넣으면서 그가 통제하지 않는 금박으로 만든 교차로의 유일한 코너는 버그도르프 굿맨이 소유한 백화점뿐이다.
1984년에 디올을 인수한 이후, 아르노 회장은 패션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동시에 일련의 기업 인수를 통해 현재 약 5000억 달러에 달하는 루이비통 왕국을 구축했다. 경쟁자들은 그를 ‘캐시미어를 뒤집어 쓴 늑대’라고 부른다.
보석, 고급 와인, 패션 레이블 및 고급 호텔을 포함한 회사의 수십 개 브랜드에 대한 수요는 루이비통이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나 유럽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장 기업으로 부상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마침내 그는 전기자동차의 상징인 일론 머스크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티파니 인수
아르노 회장의 장점은 신중히 생각하고 빠르게 결단하는 데 있다. 2년 전 그는 코로나19로 명품 산업이 큰 혼란에 빠지자 티파니 인수에서 손을 떼려 했다. 티파니와 소송까지 벌인 후, 그는 약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를 결정했다. 하지만 당시 일부 관계자들은 그가 과도하게 지불했다고 생각했다.
셀린 핀 스트라이프 정장, 크리스찬 디올 넥타이, 로로 피아나 로퍼를 입은 아르노 회장은 "지금은 정반대다"라고 단정했다. 이 말을 할 때 그의 손목에는 티파니처럼 푸른 얼굴을 한 파텍 필립 노틸러스 시계가 있었다.
손흥민(토튼험)이 애용하는 이 시계의 가격은 통산 1억 원 대 후반으로 알려졌다. 특이하게도 중고 가격이 더 높아 일부 사이트에서는 4억 원을 호가한다.
아르노의 티파니 인수는 법정 공방 끝에 간신히 성사됐다. 인수 대금은 158억 달러(약 21조1800억 원)였다. 아르노 회장의 오랜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아르노 회장은 “티파니는 당시 잠든 상태였다. 전반적인 보석 산업 매출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티파니의 매출은 정체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5년 동안 푹 자고 나서 그것을 샀다. 좋은 타이밍이었다"고 회고했다.
그의 말대로 사업은 역시 타이밍이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집에 틀어박힌 사람들은 여행, 외식, 그리고 다른 경험들 대신에 사치품에 눈을 돌렸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대 유행 기간 동안 보석 판매는 급증했다.
아르노 회장의 손에 들어 온 티파니는 그 붐에 편승했다. 티파니는 더 이상 재정적인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 않지만, 아르노 회장은 보석 회사의 수익이 지난 2년 동안 두 배로 늘었다고 귀띔했다. 명품 미다스의 손은 보석 산업에도 통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HSBC의 소비자 및 소매 조사 글로벌 책임자인 에르완 램보그의 추정치에 따르면 티파니는 2022년 51억2000만 유로, 즉 약 56억5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인수되기 전 마지막 해였던 2019년 티파니는 44억 달러의 매출에 그쳤다.
티파니를 인수한 아르노 회장은 약 12명으로 된 새로운 관리 팀을 구성했다. 루이비통 내에서 뿐 아니라 다른 고급 브랜드에서 데려 온 인재들이었다.
아르노 회장의 아들 알렉산드르 아르노가 제품 및 통신 부문의 전무로 임명됐다. 그는 아르노 씨의 다섯 자녀 중 한 명으로, 이 명품 대기업의 후계자로 가장 유력한 인물이다.
알렉산드르의 지시에 따라, 회사는 티파니의 인지도를 높이고 젊은 층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마케팅 공세에 착수했다. 첫 아이디어는 오드리 헵번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려놓은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이었다.
오드리 헵번은 ‘로마의 휴일’로 세기의 연인이 됐다. 티파니는 광고에서 비욘세와 제이-지를 출연시켜 함께 ‘문리버’를 부르게 했다. 1961년 영화에서 오드리 헵번이 부른 주제가였다. 광고는 대히트를 쳤다.
티파니는 또한 보석의 진입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고, 티파니 아카이브에서 채굴되고 자물쇠의 기능을 반영한 새로운 컬렉션을 출시했다.
아르노의 티파니는 명품 보석에 눈을 돌렸다. 10만 달러부터 시작하는 소위 최상급 보석에 집중했다. 아르노 회장은 티파니를 인수하기 전 고급 보석의 판매 비율이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었다.

중국 사업 확장
루이비통의 일원이 된 티파니는 이미지 메이킹에 주력했다. 아르노 회장은 "대형 쇼핑 몰의 성공은 종종 티파니의 존재 덕분이다. 쇼핑 몰들이 티파니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루이비통은 2019년 리노베이션을 위해 문을 닫기 전까지 전 세계 브랜드 매출의 약 10%를 차지했던 플래그십 스토어의 재건을 위해 수억 달러를 지출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그 비용이 약 5억 달러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 숫자를 확인해 달라는 질문에 아르노 회장은 "숫자를 말하면 꿈을 꿀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수익성에 대해 생각하는 대신, 아르노 회장은 경영진들에게 보다 바람직한 것에 대해 먼저 생각하라고 촉구한다.
아르노 회장은 "욕망을 창조할 때, 이익은 그 결과로 따라 온다"는 특유의 경영 철학을 말했다.
아르노 회장은 티파니가 유럽과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른 서방 기업들이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중국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아르노 회장은 한 발 앞서가고 있다.
그는 지난 주 중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 중국 소비자들이 해외여행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아르노 회장은 “미국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중국 제품을 사고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나는 중국 경제나 미국 경제 모두를 위해, 그것을 중단하는 것이 좋지 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뉴욕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각 층마다 컨셉이 다르다. 1층에는 티파니 상자와 유사한 파란의 장-미셸 바스키아의 그림을 비롯한 많은 예술품들이 있다. 3층 결혼식과 약혼식 장소에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된 아니쉬 카푸어 벽 조각이 설치되어 있으며, 6층에는 줄리안 슈나벨의 대표적인 깨진 도자기 그림 중 하나가 걸려 있다.
다른 루이비통 브랜드의 부티크를 디자인한 건축가 피터 마리노는 5층에 소위 오드리 룸을 포함시켰다. 여기에는 여배우가 ‘티파니에서 아침을’ 오프닝 장면에서 입었던 지방시 드레스가 걸려 있다. 루이비통은 지방시도 소유하고 있다.
아르노 회장은 이번 주에 다시 문을 연 가게에 대해 “마치 건축물과 약간의 역사가 있는 곳을 방문하는 것과 같다. 당신은 여기서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고 자랑했다.
아르노 회장은 루이비통의 성공 비결이 각 75개 브랜드의 관리자가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율성 분산 구조라고 말한다.
인터뷰 말미에 이 억만장자는 경쟁사인 까르띠에에 대한 감탄을 언급했다. 아르노 회장은 "카르티에는 환상적인 브랜드다. 카르티에는 단지 팔기 위해 제품을 만들고 전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르티에가 아닌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 아닐까.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