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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바이든-매카시의 '한발 양보'…美 디폴트 위기 잠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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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바이든-매카시의 '한발 양보'…美 디폴트 위기 잠재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사진=로이터
미국이 사상 초유의 국가 채무 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맞을 가능성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27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그동안 수차례 협상을 벌였음에도 의견 차이를 줄이지 못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앞서 옐런 재닛 재무부 장관이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 상향 조치가 없으면 디폴트 사태를 피할 수 없다고 밝힌 시한인 다음달 5일을 일주일여 앞두고 부채 한도를 인상하는 방안에 이날 가까스로 원칙적인 합의를 봤기 때문이다.
공화당 소속이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전화통화로 담판을 벌인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몇주간 진행한 협상 끝에 바이든 대통령과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했다”면서 “아직 남은 일이 많지만 미국 국민에게 가치 있는 합의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바이든, 매카시 각각 한발씩 양보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하원의장이 잠정 합의한 내용의 골자는 현재 31조4000억 달러(약 4경1699조2000억원)로 돼 있는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인상해 디폴트 사태를 막겠다는 것.

미국 연방정부의 현행 부채 한도는 지난 2021년 12월 미 의회에서 인상해준 것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연방정부가 이미 지난 1월 부채 한도에 도달했다고 밝혔고 재무부는 디폴트를 막기 위한 특별조치를 통해 내달 5일까지 시간을 벌어놓은 상태다. 미국은 연방정부가 차입할 수 있는 돈을 제한하기 위해 미 의회가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정하는 체제를 그동안 유지해왔다.

바이든과 매카시의 잠정 합의 도출이 현재로서 의미 있는 것은 미국 하원은 야당인 공화당이 다수의석을 점하고 있고 상원은 반대로 여당인 민주당이 다수당인 정치적으로 불안한 지형에서 공화당은 정부 재정 지출 삭감을 조건으로 부채 한도를 인상하자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조건 없는 부채 한도 상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공전해왔던 그간의 협상에 돌파구를 만든 때문이다.

양측은 2년간 정부 지출을 줄이는 조건으로 정부의 부채 한도를 인상키로 했는데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조건 없는 부채 한도 상향을 주장해온 민주당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덕분에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 한도를 올려주는 대신 향후 10년간 정부 지출 규모를 삭감하는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키며 정부여당을 압박해왔던 공화당 입장에서도 삭감 기간을 줄이는 양보를 한 셈이다.

막판 쟁점이 부상했던 푸드스탬프(저소득층 대상 식료품 지원 제도) 등 복지혜택 수급자에 대한 근로 요건 강화에 대해서도 백악관이 수용 입장을 밝혀 잠정 합의가 이뤄지는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안한 ‘잠정’ 합의


백악관과 공화당은 잠정 합의안이 발표된 직후 민주당과 공화당 내부의 추인 절차를 각각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바이든과 매카시가 도출한 잠정 합의 내용이 내달 5일까지 하원과 상원 모두 무사히 통과하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고 공화당이 상원을 지배하고 있는 까다로운 의회 지배구조에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에 존재하는 강경파를 설득하는 험난한 작업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미 하원은 공화당이 222석, 민주당이 213석으로 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고 미 상원은 민주당이 51석, 공화당이 49석으로 여당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뉴욕포스트는 “이 과정이 가장 순조롭게 흐른다면 미 하원에서 잠정 합의안에 대한 표결이 가장 빠르게 가능한 시점은 30일이 될 것으로, 상원 표결은 그 후 며칠 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양당 내부에 대한 설득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 내달 5일이라는 시한 전에 잠정 합의안이 의회에서 처리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잠정 합의안이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을 통과할 가능성에 대해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내가 하원의장이 된 것도 공화당 의원들이 모두 지지한 결과는 아니었던 것처럼 모든 사안에 대해 모든 소속의원이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잠정 합의안이 하원을 통과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낙관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잠정 합의안을 최대한 빨리 처리해 백악관으로 송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 반발표가 얼마나 나올지가 최대 변수라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