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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테슬라, 불리한 민원 기록에 남기지마라” 내부지침 공개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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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테슬라, 불리한 민원 기록에 남기지마라” 내부지침 공개 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한델스블라트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한델스블라트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고객을 상대하면서 나눈 대화와 관련해 일체의 기록을 남기지 말 것을 직원들에게 그동안 지시해온 사실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테슬라 내부고발자의 제보를 받은 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의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직원에 대한 지시사항을 비롯해 이 내부고발자로부터 제보 받은 방대한 분량의 테슬라 내부 문건을 근거로 한델스블라트는 이같이 폭로했다.

◇테슬라 “고객과 대화 내용 문서화하지 말라”

한델스블라트가 지난 25일(현지시간) 낸 기사. 사진=한델스블라트이미지 확대보기
한델스블라트가 지난 25일(현지시간) 낸 기사. 사진=한델스블라트

한델스블라트가 내부고발자로부터 PDF 파일, 스프레드시트 파일, 이메일 등 2만3000개 이상의 컴퓨터 파일 형태로 넘겨받은 내부 문건의 분량은 100기가바이트 수준.

여기에는 각종 테슬라 차량의 사고 관련 통계와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차량 결함과 관련해 고객들로부터 접수한 수천건에 달하는 민원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는데 특히 문제가 된 것은 고객 민원 응대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내린 테슬라 내부방침이다.

이 내부방침의 일부가 내부고발자가 제보한 문건에 들어있었던 것인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라고 한델스블라트는 전했다.

테슬라 고객이 불만사항을 제기해 올 경우 말로만 응대하고 일체의 기록은 남기지 말 것을 지시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고객이 제기한 불만사항을 이메일 보고서든 어떤 형태로든 문서화하는 것을 금지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델스블라트가 확인 취재하는 과정에서 접촉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의사는 한델스블라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테슬라 측과 업무상 연락을 주고 받은 적이 있는데 단 한번도 이메일로 연락을 받은 적이 없고 항상 전화 통화로만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밝혔다.

이 의사는 지난 2021년 자신의 테슬라 전기차가 급발진 사고를 일으켰다며 테슬라에 민원을 제기한 사람이다.

이 내부방침에 따르면 테슬라는 고객이 제기한 민원과 관련해 처리한 내용은 결코 문서 형태로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강조해왔다고 한델스블라트는 보도했다.

특히 테슬라는 문서나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 것을 지시하면서도 소송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엿보일 경우에만 고객과 나눈 대화를 녹취할 것을 아울러 지시한 것으로 확인돼 이같은 내부방침이 결국 고객 민원이 소송으로 번지는 것을 최대한 차단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밖에 한델스블라트가 확보한 테슬라 내부문건에는 머스크 테슬라 CEO의 사회보장번호를 비롯해 10만명이 넘는 전‧현직 테슬라 직원의 이름은 물론 개인 휴대폰 번호, 개인 이메일 주소, 연봉 내역, 계좌 정보를 비롯한 민감한 개인 정보도 들어있었다.

한델스블라트는 “이는 유럽연합(EU)이 정한 소비자 보호 관련 법규에 저촉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에 대해 테슬라는 회사에 불만을 품은 전직 직원이 폭로한 것이라며 가짜뉴스를 보도한 한덴스블라트에 대한 소송 제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테슬라 FSD 관련 고객 민원 알려진 것보다 방대

한델스블라트가 확보한 테슬라 내부문건은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 3월 사이에 작성된 내용으로 테슬라 고객에 대한 응대 방침 외에도 상당한 논란을 일으킬만한 내용이 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 전기차의 결함과 관련한 내용들인데 특히 FSD 시스템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룬 것으로 분석됐다.

테슬라의 FSD 시스템은 이름과는 달리 아직 완전한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출시 이래 종종 논란을 빚어왔지만 고객 민원 가운데 FSD가 실제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테슬라 FSD 시스템과 관련해 제기된 민원은 주로 급발진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델스블라트가 제보 받는 문건에서만 FSD 시스템이 원인인 것으로 의심되는 급발진 사고와 관련한 고객 민원이 2400건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