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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여성 노동자 80여년만에 사상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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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여성 노동자 80여년만에 사상 최고

4월 노동 참여율 77.5%
재택근무 등 기회 늘고
일자리 넘쳐 구인난 지속

미국 여성 노동 참여율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은 여성 일자리부터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여성 노동 참여율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은 여성 일자리부터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로이터
미국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팬데믹 3년 동안 수백만 명의 여성이 일자리를 떠나면서 ‘쉬세션(she-cession)’이라는 말이 나왔으나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여성이 대거 노동 현장으로 복귀했다. 미국이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면서 여성이 해결사가 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면서 AI가 가장 먼저 여성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5~54세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올해 4월에 77.5%를 기록했다. 이는 팬데믹 직전인 2000년보다 높은 수치이고, 지난 1940년대 이후 최고치이다.
미국에서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증가한 이유로는 팬데믹을 계기로 재택근무를 비롯한 원격근무가 확산해 여성들이 집에서 일할 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미국에서 팬데믹을 지나면서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여성이 일자리를 구하기가 쉬워졌다. 게다가 고물가 시대에 살림살이가 빡빡해져 여성이 부족한 가계 자금을 메우려고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현재 일자리가 남아돈다. 미 노동부 3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 3월 민간 기업들의 구인 건수는 959만 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월 당시의 1000만 건보다 소폭 감소한 것이다. 실업자 1명당 구인 건수 배율은 1.6명으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지만, 팬데믹 이전 당시의 1.2명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은 3.4%로 1950년대 초 이후 최저치에 머물러 있다.

기업은 부족한 일손을 메우고, 직원 이탈을 막으려고 임금을 올려주고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민간 분야 임금이 지난 2년 사이에 10%가량 올랐다. 여성들이 이런 개선된 노동 환경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고 있다.

미국에서 또한 장기 인플레이션 시대가 열렸다. 지난해 6월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0년 만에 최고치인 9.1%를 기록했다. 올해 4월 CPI 전년 동월 대비 4.9%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5.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물가가 큰 폭으로 내려가지 않아 여성들이 현실적인 필요로 인해 일자리로 복귀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또한 팬데믹 당시에 정부가 제공하던 재난 지원금도 끊겼다.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는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육아 문제이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직장이 늘어나고, 일주일에 몇 번만 직장에 나가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 등이 도입되면서 일부 여성이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할 수 있게 됐다.
미국에서 55세 이상의 노동 참여 비율은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의 노동 참여 비율이 최고조로 올라갔지만, AI 등장으로 인해 여성이 주로 맡고 있는 일자리가 가장 먼저 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인적자원 분석기업인 리벨리오 랩스(Revelio Labs)는 비서, 작가, 텔레마케터, 경리 등의 일자리가 가장 먼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경리는 82.9%가 여성이다. 급여담당자, 경영진 비서 등도 여성 비중이 각각 79.7%, 74.3%로 나타났다. 통역사·번역가(64.9%), 작가(57.3%), 텔레마케터(57.3%)도 여성 비중이 높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