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출하량 10년만에 최저 수준

2023년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밑으로 떨어져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를 짓누르는 인플레이션과 중국의 수요 부진, 중고 시장의 확대로 점차 정상에서 밀려나고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률은 전 세계적으로 76%에 이르렀고 더 이상 성장할 여지가 없다. 애플이 주도해온 기술 혁신은 멈춰 섰다.
중국 샤오미의 최고 재무책임자(CFO)인 앨런 램은 "거시 경제적 불확실성이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 달 말 발표된 2023년 1월~3월 스마트폰 출하량은 3040만 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했다.
미국 리서치 회사인 IDC는 2023년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22년 대비 1.1% 줄어든 11억 9000만 대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 예상이다. 15억 대에 가까웠던 2016~2017대에 비하면 약 3억 대 감소했다. 중국의 수요 회복은 더뎠고 다른 시장 역시 약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만 리서치 회사에 따르면 1~3월 스마트폰 생산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5 % 감소하여 2014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4~6월 분기도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 보험회사 오일러 에르메스에 따르면 유럽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평균 약 40개월로 2016년에 비해 24%(약 8개월) 더 늘어났다. 대만의 한 리서치 회사도 교체 주기를 43개월로 추정하고 있다.
교체 빈도가 줄어든 이유는 역설적으로 기술 발전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새로운 모델은 고속 통신 표준 5G에 대한 지원을 완료했다. 대용량 동영상과 게임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처리 능력, 절전 성능, 수명 연장 등을 갖추고 있다.
중고 시장 11% 성장
경기 침체와 성능 향상은 중고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IDC에 따르면 2022년 중고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 8260만 대로 2년 전보다 11.5% 증가했다. 반면 신제품의 평균 단가는 3년 전에 비해 24% 상승하여 소비자들은 중고 제품을 더 선호하게 됐다.
스마트폰이 정상 궤도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축적된 재고가 해소되면 2023년 하반기에 바닥을 칠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영국 리서치회사 옴디아는 "중국 경제의 추세에 따라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았다.
통신 관련 산업 단체인 영국 GSMA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폰 연결 건수는 2022년 64억 건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은 76%에 달했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이미 76%를 차지하고 있으며, 남아프리카 공화국도 51%에 이르렀다. 이는 사실상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했음을 의미한다.
스마트폰은 2007년 애플 '아이폰'의 등장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연간 10억 대 이상 판매되고 부품 및 재료 공급망 기업들을 먹여 살리고 수많은 인터넷 서비스를 창출했다.
GSMA에 따르면 모바일 관련 기술 및 서비스는 2022년 만들어낸 부가가치는 1조 6800억 달러(약 2172조 원)에 이른다. 생산성 향상 등 간접 효과를 포함하면 5조 1900억 달러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를 차지했다.
따라서 스마트폰 경제의 침체는 향후 다른 산업과 세계 경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시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까지 빠르게 성장했다.
급속한 단위 성장과 기능 개선으로 인해 전자 부품 및 전자 장비에 대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및 EMS(계약 제조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발생했다. 그런 만큼 스마트폰 시장의 위축은 관련 산업의 구조를 흔들어 놓고 있다.
베트남의 수출 부진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이 위치한 베트남에서는 2023년 1월부터 5월까지 수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감소했다. 가장 큰 수입을 올려 온 스마트폰이 16%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 영향은 스마트폰 제조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관련 산업과 부품 제조사에도 미쳤다. 반도체와 EMS 기지가 집중되어있는 대만의 수출은 5월 14.1 % 감소하여 9개월 연속 전년 수준을 밑돌았다.
스마트폰에는 새로운 기능과 성능 향상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구성 요소가 장착되어 있다. 부품 및 재료 제조업체에 대한 이점은 엄청나다. 영국 옴디아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반도체 시장은 2022년 1223억 달러로 2016년에 비하면 70% 증가했다. OLED 디스플레이의 출하는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
그만큼 스마트폰 시장의 위기는 관련 업계를 흔들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23년 1월부터 3월까지 1조 980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세계 반도체시장 통계(WSTS)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 세계 반도체 매출도 21.3% 감소해 리먼 사태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연간 12억 대 이상을 출하하는 스마트폰의 후계자가 될 소비자 가전제품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스마트워치(약 1억 8000만 대)와 태블릿(약 1억 6000만 대)도 이전 챔피언의 위상에는 미치지 못한다. 애플의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기는 2023년 약 745만 대가 출하돼 선전이 예상된다.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아내야 한다. 일본 전자 부품 회사들의 경우 전기 자동차(EV)에 대한 수요로 한숨을 돌렸다. 교세라 사장 다니모토 히데오는 "스마트폰 등 제품 판매는 감소하고 있지만 자동차 판매는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말했다.
데이터 센터에 대한 성장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생성형 AI(인공지능)의 확산으로 높은 데이터 처리 능력이 필요하고, 서버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AI를 2007년 아이폰의 등장과 비교했다. 어떤 것이든 아직은 스마트폰의 위상에는 못 미친다. 스마트폰이 그랬듯 IT라는 무대에 깜짝 스타가 등장할 날을 기대한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