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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독일, 베를린 고위급 회담…파트너들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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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독일, 베를린 고위급 회담…파트너들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

올라프 숄츠(왼쪽) 독일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올라프 숄츠(왼쪽) 독일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유럽연합(EU)에서 그나마 중국에 가장 우호적인 독일이 중국과 만났다. 주요 의제는 경제 교류에 있다. 독일 경제가 침체로 가고 있어 이를 회복하려면 중국과 경제 협력이 주요 과제이기 때문이다. 독일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보다 더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어야 독일 경제가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은 자국의 경제가 우선이지만 EU 전체의 리더로서 구조적 경쟁자로 규정한 중국에 대해 마냥 우호적 의제만 다룰 수가 없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촉발한 러시아에 전쟁 물자를 제공한다든지, 자유 진영의 일원이자 글로벌 최첨단 반도체 칩을 제조하는 대만에 대해 침공 위협을 한다든지, 서구가 중시하는 인권 가치를 무시하고 무력으로 신장과 위구르 소수민족을 탄압하는 이슈에 대해 EU를 대표해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양국 사이에 긴장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지속 가능하게 함께 행동하기’라는 주제로 제7차 독일-중국 정부 협의가 열렸다. 19일(현지 시간) 리창(Li Qiang) 중국 총리와 중국 고위층 관리들은 베를린을 방문했다. 그러나 독일과 중국의 공생 관계는 이전보다 덜 튼튼한 것처럼 보인다.

◇독일의 중국에 대한 입장 변화


독일은 공식 문서에 중국을 ‘파트너’, ‘경쟁자’, ‘전략적 라이벌’로 동시에 언급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2011년 이후 현재 진행 중인 양자 협의에서 알 수 있듯이 파트너십 측면을 강조하곤 했다.

독일은 중국에 대해서도 동방정책의 기반인 ‘교역을 통한 변화’라는 굳건한 기조 속에서 경제 교류와 안보의 절충점을 찾았다. 2014년에는 중국과의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격상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증폭되고 중국이 권위주의 진영을 대표해 서구의 가치, 서구가 수립한 국제질서의 틀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러시아를 지지하면서 중국에 대한 분위기는 전략적 경쟁으로 이동했다.

최근 독일은 최초로 국가안보전략을 마련했다. 변화된 국제질서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을 강화하고 기존의 외교전략을 자유 진영 질서를 사수하기 위한 방향으로 전환하면서 원칙과 전략을 새로이 마련한 것이다.

이 전략에 중국 부분은 간략히 취급했다. 중국에 대한 독일의 안보전략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올 하반기에 내놓기로 했다. 국내외 여론과 정세를 좀 더 정확하게 진단해 대전략을 마련하려는 계산이다.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SPD), 녹색당, 신자유주의 자유민주당(FDP)을 묶은 2021년 독일 연정은 이미 독일의 중국 정책이 전환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들은 “중국과의 체계적 경쟁에서 우리 가치와 이익을 실현할 수 있으려면 포괄적인 중국 전략이 필요하다. EU-중국 공통 정책의 틀 내에서 우리는 정부 간 협의를 계속하고 더 유럽화하기를 원한다”고 정책 전환 기조를 밝혔다.

에버하르트 산트슈나이더 독일 외교정책연구소 소장은 독일의 대중국 전략수립에 대해 “독일 정부 안에 이견이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이를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략 공개가 늦어진 점은 회담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샌드슈나이더는 “중국을 비판한 전략이 나왔다면 중국이 회담을 아예 취소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독일에서는 중국에 대해 ‘가치 외교’를 주장하는 진영과 경제적 이익에 더 초점을 맞추는 진영 사이에 논쟁이 공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녹색당 출신 외무장관 아날레나 베어복(Annalena Baerbock)은 지난 4월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중국 외교부 장관인 친강과 공개적 논쟁을 주고받았지만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 그룹의 보수파는 정책이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강경 외교를 주장하는 녹색당 진영과 숄츠 독일 총리 사이에 중국 접근에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전략은 비슷하다. 전술적인 차이가 있을 뿐이다.

베를린에 본부를 둔 최고의 중국 연구소인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cator Institute for China Studies)의 분석가인 바바라 퐁그라츠(Barbara Pongratz)는 제7차 독일-중국 정부 협의에 전망에 대해 “독일 정부가 평소와는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경제가 아니라 경제안보 관점에서 이협의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양국 사이에 주요 사업 계약은 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더 커 보이는 갈등 이슈


경기침체 우려에 빠진 독일에게 중국은 이를 회복하는 데 여전히 도움을 줄 수 기회이다. 중국은 2022년까지 7년 연속 독일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였다. 독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10% 정도로 추정된다. 2022년 중국은 독일의 최대 교역국 지위를 7년 연속 유지했다.

독일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독일과 중국 사이 교역량은 2979억 유로 (약 417조6600억 원)로 매년 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의 대중 무역 적자는 843억 유로(약 118조1900억 원)로 무역통계 집계를 시작한 195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독일로서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잃으면 당장 이를 대체할 시장을 찾기 어렵다. 중국을 마냥 멀리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에너지 의존이 독일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러시아와 ‘견고한’ 우정 운운하는 데 불만이 높다. 대만 해협의 긴장 고조, 신장의 위구르 소수민족 탄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에 대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최근 전직 독일 공군 장교들이 중국에 연루되었다는 보도가 나온 후 독일 국내 여론이 좋지 않다. 독일 전직 공군 장교들이 중국 조종사를 훈련하는 프로그램에 가담했다는 사실은 자칫 군사정보 노출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회의에서 국방 정상회담의 부수적으로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그의 파트너인 중국 국방장관 이상푸를 만나 그 관행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중국이 자체 산업 및 군사 기반을 강화하려고 중요한 기술이나 역량에 접근하려고 하는 데 독일이 그 목표가 될 수 있다는 비판론이 고조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