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시장 침체는 가전제품과 건축자재 등 관련 산업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물가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후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각) 일본 경제매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결과, 6월 70대 도시 중 전월 대비 가격이 하락한 도시는 38개로 전체의 54%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절반이 넘는 대도시에서 가격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베이징, 상하이 등 1선도시와 성급 도시인 2선도시는 가격 상승세가 멈추고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규모가 작은 3선 도시는 0.1% 하락했다. 주택 판매 부진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시장은 관련 산업까지 포함하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한다는 추정도 있다. 이에 따라 주택 판매 부진은 부동산 시장 침체뿐만 아니라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압박해 디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
부동산 싱크탱크인 이쥐연구소(易居研究院)에 따르면 주요 50대 도시의 신규 거래 면적은 전년 동월 대비 21% 감소했다.
주택 판매가 줄어들면서 신규 개발 투자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철강재와 시멘트 등 건축자재 수요가 줄어들어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5.4% 하락했다. 이는 2015년 12월 이후 최대 폭이다.
신규 주택 구입시 새로 구입하는 소비재 판매도 부진하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4.3%, 가구와 가전제품은 1.8% 하락했다.
주택 판매 부진은 임대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CPI에 포함된 임대료는 2022년 5월부터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중국에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이유는 고용과 소득에 대한 미래 불안과 주택 가격 하락 예상 등 소비자 심리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 개선이 지연되면서 경기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한 가계에서는 주택 구매와 같은 대규모 소비를 주저하고 있다. 또한 주택 가격 하락 기대감이 커지면서 구매 시점을 미루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 4~6월 간 예금자 2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3개월 간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16.5%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답한 사람(15.9%)보다 많았다. 이는 지난해 10~12월 이후 두번 째로 높은 수준이다.
같은 조사에서 '향후 3개월 내 지출을 늘릴 항목'에서 '주택 구입'이라고 답한 사람은 16.2%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반면 '제로코로나 정책 종료로 여행'이라고 답한 사람은 26%로 6개월 전의 두 배가 넘었다.
가격 상승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던 주택을 처분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쥐연구소는 6월 초 기준 시장 매물은 연초 대비 25% 증가했다.
금리 인하로 주택 담보대출 평균 금리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류궈창 인민은행 부총재는 14일 기자회견에서 금융기관이 6월에 신규로 제공한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금리는 4.11%였다고 밝혔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