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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글로벌 반도체 투자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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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글로벌 반도체 투자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

마이크론을 비롯한 많은 회사가 설비 투자를 줄이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이미지 확대보기
마이크론을 비롯한 많은 회사가 설비 투자를 줄이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
반도체 설비 투자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세계 주요 반도체 회사들의 2023년 투자액은 전년 대비 16% 감소한 1220억 달러(약 163조8000억원)로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미래의 장밋빛 성장을 기대하며 정부 주도의 투자 유치로 반도체 공장 건설 러시가 이어졌다. 하지만 기업들은 중국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로 투자에 신중한 태도로 돌아선 지 오래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 미국의 인텔 등 전 세계 10대 주요 반도체 회사의 자본 투자 계획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 중국 경제의 침체
감소 폭은 지난 10년 동안 가장 컸다. 스마트폰과 PC에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투자는 전년 대비 44% 감소했고, PC와 데이터센터의 두뇌로 사용되는 컴퓨팅 반도체에 대한 투자도 14% 줄었다.

미국의 인텔, 대만의 TSMC, 미국의 글로벌 파운드리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한국의 SK하이닉스 그리고 합작 투자로 공장을 운영하는 웨스턴 디지털과 KIOXIA 홀딩스를 한 회사로 묶을 경우 총 6개 회사가 투자를 줄일 예정이다.

지난 10년 동안 설비 투자가 크게 감소한 이유는 최근 몇 년 사이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패권 경쟁으로 인해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22년만 해도 주요 10개 기업의 총투자액은 1461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영국 리서치 회사 옴디아의 미나미카와 아키라는 "회로 선폭이 14∼10나노미터인 제품의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2023년 6월 기준 재고는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889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부족이 심각해지기 전인 2020년에 비해 70% 수준까지 늘어났다.

과잉 재고에 대한 우려로 마이크론은 2024년 8월까지 생산량을 30%, 설비 투자를 40% 줄여 나갈 예상이다. SK하이닉스는 생산 감축을 5%에서 10%까지 확대하고 전년 대비 50% 이상 투자를 줄일 방침이다.

◇ 자동차 부문 급성장

중국의 경제 둔화는 반도체 가격 하락에 크게 기여했다. 이에 따라 인텔의 2023년 투자는 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예상이다. 패트릭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실적 발표에서 "중국은 경제 회복에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와 AI로 인해 조만간 반도체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이미지 확대보기
전기차와 AI로 인해 조만간 반도체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

개인용 컴퓨터의 주요 소비자인 중국 시장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텔은 반도체 공장에 대한 투자를 제한할 예정이다.

반도체의 거래 가격은 현재 바닥을 헤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해로 특별 수요가 많았던 반도체 메모리는 지난해 여름부터 공급 과잉으로 전환해 가격이 계속 하락했다.

임시 저장용 D램과 장기 저장용 낸드 가격은 8월 모두 작년 같은 달에 비해 40% 이상 하락했다. 일본 연구소의 다테이시 소이치로는 "각 회사의 감산이 충분하지 않고 가격에 하방 압력이 가해지고 있어 내년이 되어야 수요가 회복되고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플랜트 건설이 급증하면서 필요한 엔지니어를 감당할 수 없는 움직임도 있었다.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미국에서 6만7000명의 반도체 엔지니어(반도체 산업에서 일하는 컴퓨터 과학자 포함)가 부족할 것이다.

TSMC는 엔지니어 부족으로 인해 애리조나에 건설 중인 공장의 가동 시작을 2024년에서 2025년으로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023년의 설비투자는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 견해에는 변함이 없다. 매킨지앤컴퍼니(McKinsey & Company)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시장은 2030년까지 2021년의 약 6000억 달러에서 약 70% 증가한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 원동력은 전기차(EV)와 인공지능(AI)에 사용되는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옴디아에 따르면 현재 자동차 반도체는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약 10%에 불과하지만, 전기차의 보급으로 차량 기능을 제어하는 반도체와 전력 반도체의 사용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5년에 830억 달러로 2022년보다 5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AI용 반도체도 EV와 함께 반도체 수요 증가를 주도할 것이다. AI 반도체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센터의 필수 소재로, 독일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AI 반도체 수요는 2025년, 2022년 3배에 비해 30년 후에는 1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를 줄이기로 한 많은 반도체 회사도 "최적의 타이밍에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도록 먼저 공장 건물만 건설하고 있다"고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유이치 코시바는 말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반도체 주가의 앞날은 여전히 밝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