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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중소 은행들 여전히 위험…신용 등급 잇달아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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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중소 은행들 여전히 위험…신용 등급 잇달아 하락

무디스 등 신용 평가 회사들이 미국 중소 은행들의 등급을 하양 조정했다. 이에 따라 이들의 주가도 하락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무디스 등 신용 평가 회사들이 미국 중소 은행들의 등급을 하양 조정했다. 이에 따라 이들의 주가도 하락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중소 은행들이 여전히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지난 2월 자산 규모 2090억 달러(약 279조 원)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충격에서 벗어난 미 금융권은 안정을 되찾아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급속한 금리 인상과 예금 조달 비용 증가로 은행들의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중소 은행들 사이에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런 조짐을 가장 먼저 감지한 쪽은 신용 평가 회사들이다.

지난달 대표적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는 10개 은행을 조정했고, S&P 글로벌은 5개 은행의 신용을 하향 조정했다. 이로 인해 시장의 불안을 자극하게 되면 중소 은행의 사정이 더 나빠지게 된다.

미국 내 16위 은행의 위기


무디스는 6월 말 총자산 기준 미국 내 16위를 기록한 M&T 은행과 148위의 아마리요 내셔널 은행의 신용 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 S&P는 키콥(20위)과 UMB 파이낸셜(50위) 등의 신용 등급을 한 단계 떨어뜨렸다.

여기에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는 미국 주요 은행을 포함해 70개 이상의 은행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은행 등급은 세계 경제와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반영하는 거울과 같다. 미국 은행의 신용 등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말할 필요 없다.

S&P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은행의 신용 등급은 1980년대 콘티넨탈 일리노이 은행이 파산했을 때와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대폭 하향 조정됐다.

지난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인 초저금리를 배경으로 하락 추세에 있었다. 특히 2022년 세계 곳곳에서 수십 건의 다운그레이드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신흥 국가였으며 미국 은행들은 예외였다.

그러나 미국 은행들도 최근 이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P는 8월에만 5개의 미국 은행을 하향 조정했다. 이러한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7월 말 S&P 지수의 집계에 따르면, 23개 미국 금융기관이 향후 하락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받았으며, 이는 '긍정적'(9개)으로 평가받은 은행 수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부정적인 전망을 받은 미국 은행들의 수는 같은 기간 유럽(13개 은행)과 라틴 아메리카(12개 은행)보다 많다.

SVB 파산 같은 중소 은행들의 위기가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 사진=본사 자료이미지 확대보기
SVB 파산 같은 중소 은행들의 위기가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 사진=본사 자료


은행들의 신용 하락 이유


신용 등급 하락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자금 조달 비용의 증가(무디스의 경우)’다. 지난 2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후, 불안해진 예금주들은 자신들의 돈을 빼내 대형 은행으로 옮겨 갔다.

이후 많은 미국 중소 은행들은 언제 예금이 빠져나갈지 모른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반대로 예금주들은 내 돈을 뺄지 말지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또 예금주들은 정책 금리에 민감한 머니마켓펀드(MMF)와 기타 금융 상품으로 갈아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막기 위해 지방 은행은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이가 줄어들수록 은행들의 사정은 점점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리서치 회사 트렙의 분석에 따르면 무디스가 신용 등급을 낮춘 10개 은행의 금리는 2022년 말부터 서서히 낮아졌다. 웹스터 파이낸셜의 4월~6월 금리는 정점이었던 6개월 전보다 0.39% 낮아져 3.35%를 기록했다.

대형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같은 기간 0.15%를 올렸다. 중소 은행 웹스터 파이낸셜과 JP모건의 경쟁력은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웰스파고의 은행 애널리스트인 자레드 쇼는 중소 은행의 어려움은 올 하반기로 갈수록 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사기관 트렙은 "다운그레이드는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회사채 발행 등)을 증가시키고 이익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향 조정의 두 번째 이유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은행의 대차대조표 악화다. S&P에 의해 하향 조정된 은행에는 사무실 같은 상업용 부동산(CRE) 대출이 많은 은행들이 포함되어 있다.

2023년 6월 말 현재 밸리 내셔널 은행의 CRE 대출은 총대출의 약 60%로 핵심 자기 자본(CET1)의 5배가 넘는다.

지난 3월 SVB의 파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자본 통제를 강화해 왔다. 총자산이 1000억 달러 이상인 중형 은행은 자본 적정성 비율에서 매도 가능으로 분류된 채권에 대한 미 실현 손실을 반영해야 한다.

S&P에 따르면 키콥의 핵심 자본 적정성(CET6) 비율은 1월 말 9.2 %였지만 변경된 규제가 적용되면 자본 적정성 비율은 약 7%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S&P는 "키콥의 CET6는 동종 은행들보다 현저히 낮다"며 대차대조표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미 언론들은 JP모건과 M&T은행을 포함한 중대형 은행들이 오피스 및 기타 CRE 담보 채권을 매각하려 했으나 매수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출 채권 매각이 진행되지 않으면 일부 지방 은행이 유동성을 강화하지 못해 위기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 6월에는 지역 은행 피프트 더드(Fifth Third) 은행이 사무실 건물 대출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은행들의 위기는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무디스와 S&P가 함께 신용등급을 낮춘 어소시에이티드 은행의 8월 31일 현재 주가는 강등 이전인 7월 말과 비교해 9% 하락했다.

지방 은행주 전체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쳐 KBW 지방 은행 지수도 같은 기간 9% 떨어졌다.

미국 경제는 올해 들어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은행들만은 예외다. 중소 은행들은 언제 또 SVB와 같은 뱅크런 위기를 겪을지 알 수 없는 처지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