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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배터리, 내부 '출혈경쟁' 피해 해외 투자로 눈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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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배터리, 내부 '출혈경쟁' 피해 해외 투자로 눈 돌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 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
전 세계적으로 EV와 저장 시스템의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산업정보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리튬 배터리 제품의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9% 증가했다. 특히 제품 가운데 배터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차이나데일리는 중국이 자국에서 기른 경쟁력을 바탕으로 EV는 물론 EV 배터리에서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결국 우리 기업들과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배터리 수요의 중장기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려면 기술 혁신과 영업력 강화, 지정학적 위기로부터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중요해 보인다.

중국의 배터리 자체 수급과 해외 진출 배경


2023년 현재 중국 리튬 이온 배터리 생산량은 약 1500기가와트시(GWh)로 추산되며, 이는 전 세계 리튬 이온 배터리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양이다. 반면, EV 판매량은 약 2500만 대로 추정되며, 이에 따라 리튬 이온 배터리 소비량은 약 500GWh로 추산된다.

이는 중국의 리튬 이온 배터리 생산량이 자국 내 소비량의 약 3배에 해당한다. 이런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출혈 경쟁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전 세계의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 경쟁을 심화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

또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국내 과열 경쟁과 과다 생산에서 생존하기 위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해외 공장 건설 확대와 해외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중국 내에서의 출혈 경쟁을 완화하려고 한다.

중국 배터리 기업의 해외 진출 형태와 주요 공략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해외 투자 확대 과정에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현지의 기업과 합작 투자를 통해 공장을 건설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단독 공장을 확대하는 경우에 비해 규제를 피할 수 있고, 보조금을 받기 쉬우며, 판매망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주요 공략지는 유럽이다. EU는 2030년까지 리튬 이온 배터리 생산량을 2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음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다. 성장 잠재력을 고려해 이 지역에 공장 건설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이지만 규제가 까다롭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소법은 EV 배터리용 핵심 광물 및 부품의 조달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부과한다. EV의 핵심 배터리 광물 중 40%는 북미 또는 미국과 무역 협정을 맺은 국가에서 공급되거나 재활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미국에 EV 배터리를 팔려면 미국에 공장을 가동하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해외 공장 건설은 전 세계 배터리 시장 경쟁 구도를 변화시킬 정도로 규모가 크고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의 대표적 진출 현황


먼저 유럽이다.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 CATL은 공장 2곳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는 독일 에르푸르트에 있고, 다른 하나는 헝가리 데브레첸에 건설 중이다.

독일 공장은 2020년 완공해 연간 24GWh를 생산해 BMW, 폭스바겐 등에 납품하고 있다. 헝가리 공장은 2025년 생산이 시작되면 유럽 최대 배터리 공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100GWh의 리튬 이온 배터리 셀과 팩을 생산할 예정이다. BMW,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 유럽의 주요 완성차 제조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2023년 상반기 CATL의 해외 매출은 90억 153만 달러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1.9배 이상 증가해 전체 매출의 35.49%를 차지했다.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5.7% 증가했다.

선우다 전자는 리튬 이온 배터리와 그 시스템을 제조 및 판매할 공장의 1단계 건설을 위해 헝가리에 2억 6165만 달러를 투자했다. 헝가리 북부 도시인 니레헤저에 지어질 공장은 2024년 하반기에 가동된다. 리튬 이온 배터리 셀, 팩, 시스템을 생산하며, 유럽 전역의 EV, 에너지 저장 시스템, 기타 산업에 제품을 공급한다.

고션은 아시아에 진출했다. 인도네시아 산업부에 따르면 고션은 인도네시아 아누그라 네오에너지 머티리얼즈와 고압산 침출 공장을 건설한다. 이 공장에서 EV용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소재를 생산하게 된다. 이 공장은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서부 자와주에 건설될 예정이며, 투자 규모는 10억 달러로,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연간 12만 톤의 리튬, 니켈, 망간, 코발트를 생산한다. 공장은 인도네시아가 배터리 산업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니켈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고션은 미국에도 진출했다. 미국 배터리 수요를 감안해 투자 기회를 잡았다. 일리노이주에 20억 달러 규모의 배터리 제조 공장을 설립한다. 만테노시에 위치한 이 시설은 내년 생산을 시작하며 연간 10GW의 리튬이온 배터리 팩과 40GWh의 셀을 생산할 예정이다. 고션은 중국 시장의 선두 주자 중 하나이지만,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출이 아닌 현지 생산 방식을 선택했다. 고션은 30년 동안 총 2억 1300만 달러에 달하는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일리노이주 에너지 및 차량 인센티브 패키지에서 1억 2500만 달러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일리노이 공장은 고션이 강점을 가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한다. LFP 배터리는 코발트가 필요하지 않아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성이 우수하다.

현재 미국은 일본과 한국 기업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NCM은 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가 길지만, 가격이 비싸고 코발트의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것이 단점으로 거론된다.

고션의 LFP 배터리 생산은 미국에서 LFP 배터리 채택을 가속화할 수 있다. 해외사업 매출 규모는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296.74% 증가했다.

또 다른 중국의 배터리 제조업체인 이브 에너지(Eve Energy)도 미국의 다임러 트럭, 팩카, 일렉트리파이드 파워와 함께 인디애나주 에번스빌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합의했다. 총 26억 4000만 달러 규모의 이 시설은 상업용 차량용 LFP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들은 각각 30%의 지분을 가지며, 이브 에너지는 기술 파트너로서 10%의 지분을 가진다. 21GWh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중국과 미국, EU의 지정학적 갈등과 무관하게 중국의 배터리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 진출 확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경쟁은 불가피한 영역이나, 중국의 배터리 기업들의 진출 확대 흐름에 대응한 한국 기업들의 전략 수립이 필요해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