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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배터리 생산·수출국의 꿈 실현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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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배터리 생산·수출국의 꿈 실현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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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주요 도로. 사진=로이터
동남아 최대 경제인 인도네시아는 통합 EV 공급망을 구축해 배터리 생산·수출국이 되려고 한다. 2030년까지 140GWh 용량 배터리 생산이 목표다. 이는 2020년 전 세계 EV 배터리의 생산량과 맞먹는 양이다.

세계 최대 니켈 매장량을 활용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있으며, EV 배터리(부품) 생산업체, 제조업체, 구매자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수급 문제, 미국과의 FTA 체결 문제, EU의 탄소 배출량 규제 움직임이 배터리 생산·수출 허브가 되려는 전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를 두고 닛케이는 21일(현지시간) 풍부한 니켈을 이용해 EV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려는 인도네시아가 장애물에 부딪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배터리 허브 전략을 가로막는 장애들


인도네시아의 전략을 가로막는 장애물로는 리튬 확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EU의 탄소 배출 제한 등을 꼽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은 풍부하지만, 리튬은 부족하다. 리튬 이온 배터리에는 통상 배터리의 양극재에 사용되는 리튬과 니켈이 전체 비중의 30%와 20%를 차지한다. 이에 리튬 확보가 절실하다. 인도네시아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호주로부터 리튬을 수입하고 있지만, 이 수입만으로 수요를 충당할 수 없다. 호주가 리튬 농축물의 90% 이상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어서다.

다음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미국 또는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된 EV에만 보조금을 제공한다. 인도네시아는 아직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수출 경쟁력을 갖추기 불리하다. 특히 인도네시아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경우 FTA 체결이 성사되지 않으면 미국으로 수출할 길이 없다. 이는 추가 투자를 제약할 수 있다.

EU의 탄소 배출 제한 규제도 문제다.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인 EU는 2026년부터 탄소 배출량이 높은 배터리를 EU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규제할 예정이다. 이는 석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인도네시아는 치명적이다. EU의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석탄 외 다른 에너지원을 찾아야 하는데 이는 천문학적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인도네시아의 타개 노력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니켈 매장량을 활용해 니켈 가공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EV 배터리(부품) 생산업체, 제조업체, 구매자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배터리 생산·수출국이 되려는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물론 배터리 허브 전략을 가로막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단 리튬 확보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산업장관, 의원, 기업들이 모두 나서 호주와 아프리카 등을 방문하며 리튬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리튬 희소성 때문에 추가량 확보가 쉽지만은 않다.

다만, 인도네시아에 투자하는 일부 중국 기업이 콩고민주공화국과 짐바브웨의 리튬 광산을 인수함에 따라, 당분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중국 배터리 기업의 리튬 수요를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 기업들은 자카르타가 2020년 1월 니켈 광석 수출을 영구적으로 금지한 이후 인도네시아의 니켈 가공 부문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중국 기업이 당장 구원투수가 되고 있는 셈이다.

리튬은 공급량 부족, 가격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 문제가 있는데 진출한 중국 기업이 이런 부분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개별 기업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 인도네시아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워싱턴과의 FTA를 위해 협상을 진행했다.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이달 초 자카르타에서 열린 ASEAN 정상회담에서 위도도와의 양자 회담에서 청정에너지 확대에 필수 광물을 포함해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니켈 및 코발트 공급망인 인도네시아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연방정부와 각 주 정부가 모두 관여하는 복잡한 의사 결정 구조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11월 미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담에서 타결되기를 기대하면서 협상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가 EU 탄소 배출량 규제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EU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배터리 산업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석탄을 주로 사용하는 배터리 생산공장은 EU 탄소 배출량 규제를 충족하기 어렵다. 결국, 석탄 사용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 사용을 늘리거나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을 개발하고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는 EU와 협력해 탄소 배출량 규제를 완화하거나, 인도네시아에 대한 예외를 인정받으려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는 쉽지 않다.

목표 실현을 위해 경제·안보정책의 공조 필요


인도네시아가 2030년 140GWh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향후 몇 년간 리튬 공급망 안정적 확보, 미국과의 FTA 체결, EU의 그린딜 충족에 달려 있다.

국내 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 자본과 기술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려면 이런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많은 한국 기업들도 같은 악조건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경제적 자유의 제고 외 미국이나 자유 진영에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글로벌 정세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 나라는 제3 외교를 천명하면서 자유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모두에 지원을 받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이나 자유 진영은 미·중 갈등이 고조도면서 인도네시아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아주는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가 2030년까지 배터리 허브로 부상할지는 경제 정책과 함께 외교 안보정책이 맞물려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