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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 시장 쟁탈전' 유럽·미국·일본 사업 동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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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 시장 쟁탈전' 유럽·미국·일본 사업 동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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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글로벌이코노믹

‘14억 인구’인 중국 시장은 글로벌 최대의 시장이다. 그리고 이 거대 규모 시장에 매료가 되어 있는 유럽, 미국, 일본이 계속해서 비즈니스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사업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난해한 중국 비즈니스에 고군분투하는 유럽, 미국, 일본 동향에 대해 이토추종합연구소와 경제지 더 골드 온라인이 분석했다.

중국 내수 확대를 꾀하는 유럽


유럽의 2003년 이후 대중국 직접투자 금액을 살펴보면, 제조업 투자는 2011년 521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축소 추세가 지속되어 2021년에 337억 달러까지 감소하고 있다. 특히 의류 관련 감소가 두드러져 2005년 49.2억 달러를 정점으로 2019년에는 4.3억 달러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제조업 투자 감소와 대조적으로 도소매업 투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03년 11.2억 달러에서 2021년 167.2억 달러까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세계의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중국에 대한 가능성을 내다본 투자 증가라고 분석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 내수 확대를 끌어 올리기 위해 투자하는 외국계 기업이 증가하고 있는 와중에, 그중에서도 특히 적극적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 유럽계 기업이다. 1800사 이상의 회원 기업을 둔 중국 EU상회는 2004년부터 매년, 재중 유럽 기업의 실적이나 과제 등을 다루는 ‘비즈니스 컨피던스 서베이’를 실시하고 있다.

최신 2022년 판 자료에 따르면, 70%가량의 기업들은 2021년 매출액이 증가했고, 60%의 기업은 '중국 비즈니스가 어려워졌다'라고 응답했으나, 중국 내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약 70%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코로나 정책과 우크라이나 정세, 미·중 관계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유럽 기업들은 중국 비즈니스 현지화를 가속화하려 하고 있다. 공급망 현지화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의 숫자는 공급망 이전을 생각하는 기업의 8배가 된 것으로 이토추종합연구소는 추산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유럽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다. 2022년 6월 신1급 도시 쑤저우에 연구개발 부문을 설치했다. 그리고 같은 해 7월, 중국의 3대 항공사인 남방항공, 중국국제항공과 동방항공은 에어버스사로부터 292대의 비행기를 매입했다.

세계 최대 종합화학업체인 독일의 바스프사도 마찬가지다. 100억 유로를 들여 3급 도시인 광둥성 담장시에 세계 3번째 규모의 화학품 생산 거점을 건설하고 있다. 바스프사는 “세계 화학 공업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는 중국의 새로운 성장을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중국 시장의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의 수요 증가도 비즈니스 확대의 기회라고 파악하고 있다. 더욱이 독일 자동차 회사들에게 중국 시장은 둘도 없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소비자들의 기호가 변화하며 중국 EV 신흥세력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앞다퉈 중국 사업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주중 독일상공회의소 회장인 클라스 노이만은 "여러 과제가 있지만 많은 독일 기업에게 중국의 시장 규모와 성장은 매력적이다"라고 분석했다.

금융 분야 진출에 적극적인 미국


그렇다면 미국 기업들은 어떨까. 2018년 이후에도 미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과 비즈니스 확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미국 기업이 상하이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는 테슬라다. 계속해서 중국의 투자, 생산 능력의 향상 및 연구·개발의 확대를 표하고 있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 건설이 결정된 것은 미·중 무역 마찰이 본격화된 2018년이었다. 미·중 갈등의 장기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는 과감하게 중국을 택한 것이다. 당연하게도 테슬라의 진출은 중국에게도 큰 메리트가 되었고, '세계의 공장'이라는 간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EV 관련 공급망이 정비되며 현지 업체 육성의 가속화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 분야 진출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금융 분야의 외자 진입 규제 완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외자은행 업무 범위 확대와 증권사의 외자 출자 비율 상한 철폐 등이 실시되고 있다. 지난 2021년 8월에는 외국계 금융기관 최초로 미국 금융 대기업 JP모건체이스가 100% 출자한 자회사가 인가된 바 있다. 같은 해 10월 미국의 골드만삭스 또한 중국의 합작 회사를 출자 비율 100%의 자회사로 하고 있다.

중국 국내 최초의 외국계 부실채권 투자회사도 탄생했다. 미국 자산운용 대기업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사의 독자 자회사로, 2020년 2월 베이징에 설립됐다. 이 회사의 창업자이자 디스트레스트 채권 투자의 선구자로 알려진 하워드 마크스 씨는 “중국 경제의 앞날에 항상 낙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며, 중국의 부실채권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2021년 5월 중국 국유 상업은행인 중국건설은행과 ‘패래덕건신리재(貝莱徳建信理財)’를 설립했다. 블랙록의 출자 비율은 50.1%다.

생활·소비 분야에서도 진출이 늘어났다.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이나 피자헛 등은 중국 사업에서 호조를 보인다. 이로 인해 한층 더 비즈니스 확대를 전망한다. 스타벅스와 월마트의 회원제 슈퍼마켓 샘스클럽, 회원제 창고형 슈퍼마켓 코스트코 등 미국 소매업체들의 입점 확대 움직임도 적지 않다.

건투 중 정치적 이슈로 고민하는 일본


중국일본상회가 2022년 여름 공개한 '중국 경제와 일본 기업 2022년 백서'에 따르면, 일본계 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중국 사업 확대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대중 투자 축소나 중국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기업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본무역진흥기구가 실시한 '2021년도 해외 진출 일본계 기업 실태조사 중국편'에서는 중국에 진출한 일본계 기업의 2021년 흑자기업 비율은 중국 전체에서 72.2%로 비제조업을 조사 대상에 포함한 2007년도 이후 조사로는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나타났다. 일본은 중국 사회나 경제의 구조적 변화, 정치적 영향을 받고는 있지만 중국 시장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소매 관련에서는 출점 확대 움직임이 멈추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독신의 날' 캠페인을 진행한 티몰 의류 매출 순위에서는 남녀 모두 유니클로가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약 900의 점포를 둔 유니클로는 중국 3급 도시 이하 농촌 시장에 진출해 총 3000개 점포 개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이케아 후퇴를 기회로 삼으려는 가구점 니토리, 광저우와 쑤저우, 톈진에 이은 세 번째 공장 건설에 들어선 대형 식품업체인 메이지, 설립 150주년을 맞이하여 현지 생산과 중국 시장을 위한 브랜드를 계획하고 있는 시세이도, 445억 엔을 들여 EV 시장 확대를 노리는 무라타 제작소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론 일본 기업들의 활동이 장밋빛이 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본과 중국 간 정치적인 문제로 인한 갈등의 골이 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해 반일 감정이 거세지면서 화장품, 식품 등에 대한 불매 운동이 거세지는 데다, 토요타는 10년 만에 중국 판매량이 떨어지는 등 EV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20위 내 일본 기업은 전무하다.

양 징 피치 레이팅스 중국기업리서치 이사는 “중국 시장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 시점이 빨라 일본 기업들이 당황하는 것 같다”며 “일본 자동차 회사뿐만 아니라, 일본에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들은 더 위협을 느껴야 한다”라고 내다봤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