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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모로코 3억 달러 조선소 잡는다...유럽·아프리카 잇는 '해운 수도'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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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모로코 3억 달러 조선소 잡는다...유럽·아프리카 잇는 '해운 수도' 도전

"글로벌 조선 시장 거점 전면 확장...21만㎡ 카사블랑카 야드, 유럽 시장에도 영향력"
2040년까지 상선 100척 확보 목표로 글로벌 조선 네트워크 확장
글로벌 조선 네트워크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HD현대조선소의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조선 네트워크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HD현대조선소의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이 북아프리카 최대 조선소 운영권 입찰에 나서며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 16(현지시각) 트레드원즈 뉴스 보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모로코 국립항만청이 주관하는 카사블랑카 조선소 운영권 입찰 참여를 검토하고 있으며, 입찰에 성공하면 30년 동안 생산 시설을 사용할 권리를 얻게 된다.

카사블랑카 조선소는 21만㎡ 규모로 아프리카 최대 조선소가 될 예정이며, 총 투자비는 약 3억 달러(4100억 원)로 추산된다. 주요 시설로는 가로 244m, 세로 40m 규모의 드라이도크, 9천 톤급 리프팅 플랫폼, 450톤급 갠트리 크레인, 총 길이 820m의 부두 등이 포함된다. 이 시설은 연간 500척 이상의 선박 정비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건조뿐만 아니라 유지보수 기능까지 갖춘 복합 조선기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모로코는 무역 활성화를 위해 2040년까지 상선 100척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모로코 국적 상선은 16척에 불과한 만큼 앞으로 15년 동안 80척 안팎의 발주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현지 파트너십 전략으로 경쟁력 확보


HD현대중공업은 모로코 현지 엔지니어링 기업 소마젝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1967년 설립된 소마젝은 항만과 교량, 발전소, 담수화, 휴양지 등 여러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특히 항만 분야에서는 카사블랑카 항구의 방파제 보강과 라아이운 조선소의 부두 설치 등 200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현지 파트너십 전략은 모로코 정부가 강조한 '현지 파트너십 기반' 입찰 조건에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입찰 참여 자격은 최소 10년 이상 조선소 운영 경험이 있는 회사로 제한되며, 현재까지 약 4개의 제안서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관심을 보였던 프랑스 나발그룹은 입찰에 불참하기로 결정했으며, 스페인의 국영 조선사 나반티아는 경쟁에서 불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HD현대중공업-소마젝 컨소시엄이 '선두에 있다'는 상태라고 보도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1983년 선박수주 건조량 부문에서 세계 1위에 선정되며 40년 이상 정상을 지켜왔으며, 작년 누적 기준 52개국 324개 선주사에 2300여 척을 인도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모로코 정부 고위 인사들도 HD현대중공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니자르 바라카 모로코 설비·수자원부 장관이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방문하여 이상균 대표이사와 회동했으며, 최근에는 리아드 메주르 모로코 산업통상부 장관도 울산조선소를 방문하여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의 모로코 진출은 HD현대그룹의 핵심 전략인 글로벌 생산 거점 확대의 일환이다. HD현대중공업은 베트남·필리핀에 글로벌 거점을 구축한 HD현대는 미국·인도·페루 등과도 전방위 협력 기반을 다지고 있으며, 해외 조선소 인수보다는 운영권 확보를 통해 위험 부담을 줄이면서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대서양에 인접한 모로코 조선소 운영권을 확보하면 유럽 선사들에게서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HD현대중공업은 약 451척의 수주잔고로 거의 3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황에서, 모로코 거점을 통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유럽의 주요 선사들에게서 새로운 수주를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선박건조 능력을 확대하려는 HD현대중공업의 전략과 모로코 조선소 건설이 맥을 같이 한다""최종 입찰의 관건은 수지타산"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이 이번 입찰을 따낼 경우, 아프리카 해양산업의 판도 변화와 함께 한국 조선업의 글로벌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HD현대중공업의 모로코 카사블랑카 조선소 운영권 입찰 참여는 단순한 해외 진출을 넘어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전략적 입지 강화와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 확보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