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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유럽서 '금리 정점론' 동시 확산...연준·ECB, 이번달 금리 동결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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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유럽서 '금리 정점론' 동시 확산...연준·ECB, 이번달 금리 동결 '대세'

미국과 유럽에서 물가 하락세 뚜렷…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분석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 사진=파이오니어이미지 확대보기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 사진=파이오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이 10, 11월에 동시에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완화함에 따라 기존의 추가 금리 인상 시사에도 불구 이번에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국제 금융가에서 확산하고 있다. ·

연준은 오는 10월 31일~11월 1일에 통화 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개최한다. ECB는 이에 앞서 오는 26일 금리 결정 회의체인 ECB 정책위원회 회의를 소집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이번 회의를 앞두고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실제로 끝났다는 ‘금리 정점론’이 제기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오후 현재 연준이 11월 1일 기준 금리를 현행 5.25~5.50%로 동결할 가능성이 81.7%, 0.25% 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18.3%로 나타났다. 이는 불과 1주일 전에 동결 가능성 72.5%, 0.25% 포인트 인상 가능성 27.5%로 집계된 것에 비하면 동결 예상 비율이 크게 올라간 것이다.

연준은 올해 마지막으로 개최하는 FOMC 회의는 12월 12, 13일에 열린다. CME 페드워치는 12월 회의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 64.8%, 0.25% 포인트 인상 가능성 31.4%로 예상했다. 이는 곧 금리 선물 투자자들이 대체로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뜻이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20개국유로존 인플레이션이 급속히 둔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곳에서도 금리 인상 정점론이 힘을 얻고 있다.

ECB내년에도 평균 3.2%의 물가 상승률을 보이고, 오는 2025년에야 목표치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26명으로 구성된 금리 결정 회의체인 ECB 정책위원회는 예상대로 물가가 하락하지 않으면 추가 긴축이 필요하는 입장이다. ECB는 지난 14일 주요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작년 7월 이후 10회 연속 금리를 올렸다. 그러나 지난 21일 영국 중앙은행물가 상승률과 경제 성장 둔화를 이유로 기준 금리를 깜짝 동결하면서 14회 연속 이어온 금리 인상을 중단했다.

데이비드 파월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고, 유로존 물가가 하락하고 있어 경제 활동과 신용 대출이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미국에서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가 8월에 지난 2년 사이에 처음으로 4% 밑으로 내려갔고, 이는 연준에 좋은 소식이라고 전했다.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 지표인 PCE 지수가 고유가의 영향을 받았으나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무부는 8월 PCE 가격 지수가 전월보다 0.4%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나 최근 고유가로 인한 휘발유 가격 상승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상무부의 분석이다. 미국 내 평균 휘발유 소매가는 올해에만 25% 이상 상승했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 지수는 전월보다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근원 PCE 가격 지수는 연준이 물가의 흐름을 평가하는데 가장 중시하는 지표이다. 전년 동월과 비교한 PCE 가격 지수 상승률은 3.5%로 전월의 3.4%보다 상승 폭이 다소 커졌다. 그러나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9%로, 전월의 4.3%보다 감소했다. 이는 최근 2년간 최저 수준이다.

유로존9월 소비자 물가약 2년 만에 최저 폭 상승 기록을 세웠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는 29일 9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년 전 대비 4.3%(속보치)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8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인 5.2%보다 0.9%포인트 축소됐고,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도 8월 5.3%에서 9월 4.5%로 0.8%포인트 축소돼 2020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둔화했다. 식료품·주류·담배 물가 상승률이 8월 9.7%에서 9월 8.8%로 떨어진 것을 비롯해 모든 부문에서 물가 상승 속도가 완화했다.

지난해 유로존 물가 급등의 주범으로 작용한 에너지 가격도 8월 -3.3%에서 9월 -4.7%로 더 하락했다. 이는 ECB의 연쇄 금리 인상이 효과를 내기 시작한 신호로 해석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존 경제가 어렵지만 소비자 물가를 잡기 위해 필요하다면 계속해서 고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25일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의회에서 "앞으로의 결정은 ECB의 기준 금리가 필요한 기간 충분히 제한적인 수준이 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경제가 망가질 때까지 ECB가 시험을 해서는 안 된다고 추가 금리 인상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