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국이 해외 거래의 5분의 1 차지…상무부도 거래 다수 허가

미 상무부가 SMIC를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렸으나 이 회사가 미국 반도체 산업계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WSJ이 지적했다. SMIC는 구형 반도체 칩을 생산하면서 미국의 반도체 장비를 수입하고 있다. 미국은 SMIC가 첨단 반도체 칩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려 하지만, 이 회사는 최첨단 반도체를 양산하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 당시인 2020년 12월 18일 SMIC를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미 상무부는 SMIC가 중국의 군민(軍民) 융합 정책 수행에 기여하고, 중국 군사 산업단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SMIC가 미국 공급업체로부터 핵심 부품을 들여오려면 미 상무부의 특별 허가를 받도록 했다. 미 국방부는 최근 SMIC가 중국군이 소유·통제하는 기업으로 분류해 미국 투자자가 이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을 제한했다. 조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SMIC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SMIC가 미 상무부의 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도 이 회사와 거래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이 리스트에 있는 회사와 거래하려면 사전에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상무부가 미국 측이 신청한 SMIC와 거래를 다수 허가했다고 WSJ이 보도했다.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1월 9일부터 2021년 4월 20일 사이에 수백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이 SMIC에 판매됐다.
최근 화웨이의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SMIC의 기술을 적용한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칩이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 전문 분석기관 테크인사이츠는 메이트 60 프로를 분해해 분석한 결과 SMIC의 최신 7nm 기술을 최초로 적용했고, 이는 중국 정부의 자국 내 반도체 생태계 구축 노력이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언론은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이 미국의 제재에도 중국이 반도체 부문에서 돌파구를 마련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최첨단 기술보다 약 8년 뒤처진 14nm 칩에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고 수출통제를 했고, 화웨이와 SMIC도 블랙리스트에 올렸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7nm 규격의 반도체를 중국이 양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우리가 중국이 미국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첨단 반도체를 손에 넣지 못하도록 모든 가능한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상무부는 중국 반도체 기업 SMIC가 만든 7nm 반도체 칩이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된 사실이 알려진 뒤 이달부터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통제 실패 논란을 일으킨 중국 화웨이와 반도체 기업 SMIC에 대해 기술 수출을 더 엄격히 제한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 등은 상무부의 수출통제 책임자인 앨런 에스테베스 산업안보차관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모든 기술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의원들은 상무부가 화웨이와 SMIC 및 이들 기업의 모든 자회사를 ‘거래제한’ 명단에 올리고,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하라고 촉구했다. FDPR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을 사용했으면 수출할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원들은 화웨이와 자회사에는 수출통제 대상 품목의 수출을 사실상 허용하지 않는 거부추정 원칙을 적용하라고 했다. 또 SMIC와 화웨이에 이미 발급한 수출 허가를 전부 취소하고 두 회사의 경영진을 형사 고발하라고 촉구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