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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우크라이나, ‘종전협상’ 테이블로 내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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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우크라이나, ‘종전협상’ 테이블로 내몰리나

최근 5달간 이어진 대러시아 반격작전에도 성과 못내고 전장 내보낼 병력 충원에도 비상...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전쟁까지 겹쳐 지원해온 서방국들 부담 커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우크라이나 전쟁이 기약 없이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전쟁까지 겹치면서 서방의 우크라이나 전략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핵심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주도해 온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평화적으로 끝내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테이블에 우크라이나가 앉을 필요가 있음을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그동안 전폭적으로 지원해 온 서방국들이 중동지역에서 전쟁이 터진 것을 계기로 입장을 선회해 사실상 러시아와 종전에 합의할 것을 압박하기 시작한 셈으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대한 항전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의 경우 미 의회에서 공화당 주도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멈추고, 이스라엘에 대해서만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 가능한 지원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美‧EU, ‘우크라 종전 협상 방안’ 꺼내 들어

미국 NBC뉴스는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단독보도에서 전‧현직 미국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과 EU 관리들이 러시아와 평화 협상을 통해 이번 전쟁을 마무리하는 방안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과 최근 은밀히 협의했다”고 보도했다.

NBC뉴스에 따르면 더 주목되는 대목은 이번 전쟁을 끝내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양보할 필요가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양측이 논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같은 비공식 협의는 나토 회원국을 포함한 서방 50여개국 고위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 협의체 ‘우크라이나 국방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갈수록 난처해지는 바이든 행정부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서방국들의 이같은 행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장기화 국면에 빠진 데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까지 터지면서 국제 안보 환경의 흐름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서방국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부담을 더는 방향으로 돌아섰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NBC뉴스는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한쪽이 포기하지 않는 한 전쟁이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서방국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대러시아 반격 작전이 본격화된 지 5개월이나 흘렀음에도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것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서방국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가장 큰 규모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미국의 입장이 갈수록 난처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해 초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후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지원에 쓴 돈은 439억 달러(약 57조 66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현황에 사정이 밝은 소식통들이 NBC뉴스에 전한 내용에 따르면 백악관은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우크라이나군 전장에 계속 투입 병력을 충원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군을 투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병력 충원 문제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판단을 미국 정부가 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아무리 좋은 무기나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 봐야 이를 사용할 병력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지속 가능한 전쟁 수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는 것의 한계를 바이든 정부가 느끼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젤렌스키 “테러리스트와 대화 할 일 없어”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항전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종전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을 압박하는 서방국들의 입장이 얼마나 관철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 NBC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러시아와 종전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는지 질문을 받고 “우크라이나가 테러리스트와 대화를 할 일은 없다”면서 “미국도 내가 테러리스트와 대화에 나설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점을 잘 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현재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교착상태로까지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