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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아마존, 베조스 그림자에서 벗어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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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아마존, 베조스 그림자에서 벗어나나

아마존이 홈그라운드인 미국에서 틱톡을 비롯한 중국 업체들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사진=본사 자료이미지 확대보기
아마존이 홈그라운드인 미국에서 틱톡을 비롯한 중국 업체들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사진=본사 자료
2024년 창립 30주년을 맞는 아마존은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사업은 미국에서 중국의 틱톡과 같은 새로운 세력의 도전을 받고 있다.

아마존의 글로벌 확장은 정체되고,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구축한 야심찬 성공 모델은 수정을 강요받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인 러브 앤 페블(Love & Pebble)의 창립자인 폴 트란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서 틱톡의 잠재력에 대해 매료되어 있다. 얼굴을 시원하게 해주고 피부를 개선하는 효과를 가진 이 스킨케어 제품은 400만 회의 소개 영상이 조회된 후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틱톡은 지난 9월 미국에서 틱톡 샵 서비스를 공식 출시해 사용자가 동영상과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관심 있는 제품을 즉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연말 세일 시즌이 한창인 이달 하순의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에는 80% 할인 가격까지 등장했다.
틱톡은 배송비 부담과 할인율을 설명하면서 아마존에서 옮기도록 권하고 있다. 트란씨는 "틱톡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파급력은 상당하다"며 그들의 판매 공세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동영상 시청 이력을 바탕으로 유저가 관심을 가질 만한 상품을 추천하고,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 의사를 자극하는 방식을 '흥미 커머스'로 부른다. 틱톡과 또 다른 중국 업체 바이트댄스는 이 분야에서 탁월하다.

아마존의 위기


1994년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일용품, 가전, 신선 식료품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며 미국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42%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2017년에는 미국 식료품 슈퍼마켓인 홀푸드마켓을 인수해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 나섰다.

JP모건은 아마존의 미국 내 총 상품 가치가 2024년 5000억 달러(약 661조 원)를 넘어 미국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시가총액은 약 1조 4000억 달러로 미국 기업 중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에 이어 4위다.

그러나 아마존은 완전히 새로운 전자상거래 환경에 직면해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국경 간 전자 상거래 회사인 테무도 경쟁자 가운데 하나다. 테무는 소비자를 잡기 위해 앱에 할인 쿠폰을 배포하는 방법을 즐겨 사용한다.

저가 소포의 면세 수입을 허용하는 관세 규정을 이용해 돌풍을 일으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첫 해 월 7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리서치 회사인 글로벌 와이어리스 솔루션의 폴 카터 최고경영자(CEO)는 "테무 사용자들은 하루 평균 25분을 앱에서 사용하는데, 이는 아마존의 17분보다 긴 시간"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테무의 비결에 대해서는 "윈도우 쇼핑, 특별판매 등 오프라인 매장 전략을 앱에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신흥 세력의 부상에 대응해 2021년 부임한 앤디 제시 아마존 CEO는 어떤 대책을 내놓을까. 아마존은 현재 자체 물류 네트워크를 개선하고 있다. 미국 60개 주요 대도시에서 주문하면 다음 날 받아 볼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아마존은 미국에서 100개 이상의 대규모 물류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로봇에 의한 분류 자동화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다음 날 배송 등 '스피드'를 이용해 미국 물류 기반이 취약한 중국 기업들에 맞서고 있다.

하지만 연간 100억 달러 이상의 물류 기반 투자를 하고 있는 아마존의 경우에도 미국 밖으로 자체 물류 네트워크를 확장하기는 쉽지 않다. 2004년 중국에 진출했으나 알리바바 등 현지 거대 기업의 벽에 밀려 5년 만에 철수해야 했다.

현지 전자상거래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한국과 태국에서 아마존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2022년 12월 마감된 연간 해외 사업 매출은 전년도 대비 8% 감소한 1180억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내 이커머스 전쟁은 점점 더 격렬해질 전망이다. CEO 취임 3년 차에 접어든 제시의 실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베조스의 그늘을 벗어나는 것이 그의 첫 번째 과제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