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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법무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한국 자회사 통해 中 SMIC에 불법 수출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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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법무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한국 자회사 통해 中 SMIC에 불법 수출 조사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에 정부 사전 승인 없이 수백만 달러 제품 수출
미국 반도체 장비 회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중국에 제품을 불법 수출한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반도체 장비 회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중국에 제품을 불법 수출한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반도체 장비 회사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한국에 있는 자회사를 통해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기업 SMIC(중신궈지)에 미국 정부 허가 없이 제품을 수출한 혐의로 미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 법무부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미국 상무부의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된 SMIC에 수백만 달러 상당의 장비를 허가 없이 판매한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SMIC가 중국 군부와 연계돼 있다는 이유로 2020년 12월 수출통제 대상(entity list)에 올렸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2021년과 2022년에 매사추세츠주에서 만든 반도체 장비를 한국에 있는 자회사로 보내 SMIC에 전달했다고 소식통이 로이터에 말했다.

미국 정부가 SMIC를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려 제재하고 있으나 SMIC와 미국 간 거래가 붐을 이루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5일 보도했었다. SMIC가 지난해 해외 판매 수익의 5분의 1에 달하는 15억 달러(약 2조원)를 미국 반도체 설계 기업과의 거래를 통해 얻었다고 WSJ가 전했다.

SMIC는 구형 반도체 칩을 생산하면서 미국의 반도체 장비를 수입하고 있다. 미국은 SMIC가 첨단 반도체 칩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려 하지만, 이 회사는 최첨단 반도체를 양산하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 당시인 2020년 12월 18일 SMIC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미 상무부는 SMIC중국의 군민(軍民) 융합 정책 수행에 기여하고, 중국 군사 산업단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SMIC가 미국 공급업체로부터 핵심 부품을 들여오려면 미 상무부 특별 허가를 받도록 했다. 미 국방부는 최근 SMIC중국군이 소유·통제하는 기업으로 분류미국 투자자가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을 제한했다. 조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SMIC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SMIC가 미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도 이 회사와 거래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이 리스트에 있는 회사와 거래하려면 사전에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상무부가 미국 측이 신청한 SMIC와의 거래를 다수 허가했다.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1월 9일부터 2021년 4월 20일 사이에 수백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이 SMIC에 판매됐다.

미국 정부가 네덜란드·일본과 함께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차단할 목적으로 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 수출을 통제하고 있으나 중국 기업들이 여전히 이들 3국의 반도체 장비를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 의회 초당파 자문위원회인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14일 모두 741쪽에 달하는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 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를 여전히 구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nm 이하 로직 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통제 조처를 발표했다. 미국은 이어 반도체 핵심 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와 일본의 중국에 대한 수출통제 동참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SMIC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부진과 미국의 대중국 기술 규제 강화 속에서 3분기 연속 매출 하락을 기록했다. SMIC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5% 감소한 16억2000만 달러(약 2조1300억원)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16억4000 달러)를 밑돌았다. 3분기 순이익은 80% 급감한 9400만 달러(약 1240억원)로 집계됐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