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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기업 내년에도 7% 이상 임금 인상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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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기업 내년에도 7% 이상 임금 인상 전망

중소기업으로 확대 여부는 불투명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2024년에 도입될 예정인 새 지폐에 대한 언론 행사에서 한 작업자가 일본은행 지폐를 생산하는 국립 인쇄국 공장에서 새로운 일본 엔 지폐 샘플을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2024년에 도입될 예정인 새 지폐에 대한 언론 행사에서 한 작업자가 일본은행 지폐를 생산하는 국립 인쇄국 공장에서 새로운 일본 엔 지폐 샘플을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일본의 대기업들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임금을 7% 이상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만성적인 디플레이션과 장기 저성장으로 인해 지난 30년 동안 거의 오르지 않았던 일본의 평균 임금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 최대 음료 제조업체인 산토리홀딩스는 내년 7000명의 직원에게 2년 연속 월평균 급여 7% 인상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이지야스다생명은 내년 4월부터 직원 1만명 가량의 연봉을 평균 7% 인상할 예정이고, 전자제품 유통업체 빅카메라는 정규직 4600명의 급여를 최대 16% 인상할 예정이다.

기업들의 이러한 발표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생활비 상승으로 인한 가계의 고통을 상쇄하기 위해 기업에 급여를 인상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야마다 히사시 호세이대학교 교수는 "만성적인 노동 경색과 완고한 인플레이션이 결합해 내년 임금 협상이 올해와 같거나 심지어 더 높은 임금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만성적인 디플레이션과 장기 저성장 전망으로 인해 기업의 임금 인상이 의욕을 잃게 되면서 지난 30년 동안 일본의 평균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공급 제한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여 기업이 소비자에게 더 높은 비용을 전가하게 되면서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이 일본은행(BOJ)의 목표인 2%를 1년 넘게 유지하면서 기업은 인재를 유지하고 유치하기 위해 직원에게 급여 인상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전례 없는 압력에 직면해 있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인 렌고가 올해 '5% 내외' 임금 인상을 요구하자 대기업 평균 임금은 3.58% 인상됐다. 렌고는 내년에 '5% 이상의 임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제학자 10명 중 6명은 2024년 주요 기업 임금 인상이 올해 인상폭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다케다 아츠시 이토추경제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긴축 노동시장, 기업 이익이 결합해 임금 인상 모멘텀을 유지하는 데 순풍이 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공급망에서 더 높은 비용을 전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관건은 임금 인상이 중소기업과 지방 기업으로 확대될지 여부다.

지난 10월 BOJ 지역 지점장들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기업이 내년 임금 인상을 결정하지 못한 가운데 부문별로 임금 인상이 고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 북쪽 사이타마현에서는 직원 113명을 보유한 소규모 자동차 부품 공구 제조업체인 닛토세이미쓰공업주식회사가 매년 임금을 약 2% 인상하고 있지만 더 이상 지불할 수는 없다.

공장장인 곤도 케이타는 "직원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임금을 더 인상하고 싶지만 2%가 한계"라고 말했다.

이러한 임금 인상은 가계 지출을 늘리고 일본 경제를 견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BOJ가 논란의 여지가 있는 통화 부양책을 종식시키는 데 필요한 조건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