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주의가 꽃을 피운 이래 현재까지도 인간들 사이에서 항상 끊이지 않는 질문이자 의문이다.
최근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돈으로 행복을 사는 것이, 즉 돈이 많을수록 행복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 성인 10명 가운데 6명꼴로 돈으로 행복을 사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심리학의 대가로 경제학자가 아님에도 이례적으로 지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의 주장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하는 결과이기도 해 관심을 끌고 있다.
美 성인 59% “돈으로 행복 사는 것 가능해”

22일(이하 현지 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이 같은 사실은 미국의 여론조사업체 해리스폴이 지난 8월 18세 이상 미국 성인 20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확인됐다.
‘돈으로 행복을 사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9%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경제적으로 행복한 상태가 되는 데 필요한 은행 잔고는 어느 정도여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가 평균적으로 제시한 금액은 120만 달러(약 15억6000만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美 직장인이 행복감 느끼는 연봉은 평균 ‘3억7000만원’
그러나 연봉을 기준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수준을 밝혀 달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세대별로 의견이 달랐다.
조사 참여자 전체의 응답을 놓고 평균을 낸 결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연봉의 수준은 28만4167달러(약 3억7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의 경우 3억7000만원 정도의 연봉만 보장받는다면 인생이 행복한 것으로 느낀다는 얘기다.
세대별로 들어가면 차이가 컸다.
통상 1981년생부터 1996년생까지를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에 속한 성인들의 눈높이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생까지를 가리키는 Z세대의 경우 1955년생부터 1963년생까지를 뜻하는 베이비붐 세대와 별 차이가 없을 만큼 기대 수준이 낮은 것으로 파악돼 눈길을 끌었다.
밀레니얼 세대는 연봉이 52만5000달러(약 6억8000만원) 수준이면 행복감을 느낄 것이라고 답했고, Z세대는 12만8000달러(약 1억6000만원) 정도면 행복할 수 있다고 답했다.
흔히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공통점이 많다는 점에서 한데 묶어 MZ세대로 부르지만,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해서는 시각차가 큰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남녀 사이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 참여한 남성의 경우 연봉이 38만1000달러(약 4억9500만원) 정도면 행복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비해 여성은 18만3000달러(약 2억3800만원) 수준이면 행복감을 느낀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노벨 경제학상 카너먼 교수 “연소득 50만 달러까진 소득과 행복 비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번 조사 결과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카너먼 교수가 앞서 내놓은 예측을 뒷받침한다는 측면에서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카너먼 교수는 지난해 11월 미국국립과학원(NAS)이 매주 발행하는 세계적인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연소득이 50만 달러(약 6억5000만원) 수준에 이를 때까지는 소득 증가에 비례해 행복도도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연소득이 50만 달러를 넘어서면 몰라도 그 이전까지는 경제적인 부와 행복도가 비례한다는 것이 카너먼이 내세운 가설이었다.
‘행복 전문’ 심리학자로 널리 알려졌고 카너먼과 함께 논문을 작성한 매슈 킬링스워스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연구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것은 대개의 경우 수입이 많아질수록 행복감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킬링스워스는 “경제적으로 풍요하지만 정신적으로 불행한 상태에 있는 사람의 경우는 예외”라고 덧붙였다. 불행에 빠진 사람의 경우 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불행한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