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신기루처럼 사라진 '엔고' 가능성…美 상황만 바라보는 ‘엔화 가치’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비즈

공유
1

신기루처럼 사라진 '엔고' 가능성…美 상황만 바라보는 ‘엔화 가치’

 사진=본사 자료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본사 자료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요동치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일순간 엔화가치가 올라가며 엔고 가능성이 점쳐졌다.

그러나 다시금 불안정한 흐름으로 인해 엔저로 돌아서면서 엔저를 극복하기 위한 키는 다시 미국 시장의 상황을 바라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닛케이 신문은 27일 “엔-달러 환율이 엔고 시점으로 돌아섰다가 다시 엔화 약세 방향으로 틀어지면서, 아직은 미 금리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라고 분석했다.

외환시장에서 길게 이어진 엔저 국면이 끝났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주 초의 일이다. 20일 외환시장에서 엔-달러는 148엔대를 기록했고, 21일에는 147엔 10전대까지 기록하며 2개월 만의 엔고·달러 하락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는 지난 14일 공표된 미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인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가 뚜렷해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RB, 미 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보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또 미 장기금리가 4.3%대까지 떨어지며 미-일 금리차 축소가 되고 엔저 국면의 종지부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츠비시 UFJ 모건 스탠리 증권 우에노 다이사쿠 수석 환율 전략가는 “FRB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2024년에 엔고가 진행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이런 분석이 무색하게, 147엔대까지 간 엔화는 매도세와 함께 달러 매수세가 강해지며 지난 주말 다시 149엔대 중반까지 하락, 150엔대에 직면했다. 며칠 만에 엔고 가능성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런 불안정한 흐름에 대해 전문가들은 CTA(Commodity Trading Advisors,, 전 세계 시장에 상장된 다양한 선물을 사거나 팔아서 이익을 내는 방식의 운용법)에 기인해 바라봐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노무라 증권의 스다 요시타카 크로스에셋 전략가는 CTA의 매매 동향을 분석하며 엔매도와 달러 매수의 흐름이 148엔대 후반~149엔대 후반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구간에 3000억 엔이 넘는 달러 매수세가 몰려 있다고 밝혔다.

미 금리 저하에 의한 달러 약세로 엔환율이 148엔대까지 올라가자, 148엔대 후반에서 149엔대 후반 구간 동안 달러를 산 해외 투자자들 포지션이 다수 손해를 보았고, 시세차익을 보려는 이들이 손절매를 위해 달러를 팔고, 엔화를 되사는 매매가 부풀려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결국 미-일 금리차가 당분간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엔캐리가 벌어진 것의 여파라는 것이다. 엔캐리가 만든 엔화 약세 흐름에 해외 단기 소식통이 편승하면서 급격한 엔화 약세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스다 요시타카 전략가는 내다봤다.

닛케이신문이 FX업체 4곳(GMO클릭증권, 외환닷컴, 센트럴단자FX, 매넥스증권)의 엔-엔 거래들을 집계한 결과 22일 0.8억 달러가량 달러 매수-엔 매도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전 20억 달러 가까이 달러 매도와 엔 매수세가 우세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엔화 가치의 반등이 장기적인 트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분석한다. 이것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일본은행이 금융 완화 정책을 풀어야 하는데, 일본은행은 실질임금과 성장률이 원하는 수준만큼 도달하지 못했음을 강조하며 통화정책의 긴축을 해야 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최근 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0.6%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3분기 -2.1%(전 분기 대비)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이 엔화 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통화정책 변화에 미온적인 이유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남은 한 가지 변수는 바로 미국 금리 변동의 추이다. 이를 결정지을 중요한 지표들은 오는 30일과 내달 1일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 상무부는 30일 10월 개인소비지출 (PCE) 물가지수를 발표하며, 내달 1일에는 미 공급자관리협회(ISM)가 11월 제조업지수를 공개한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의 금리에 대한 기조가 다시 재정립될 것으로 보여 이로 인해 엔화가치의 향방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