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美,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 부상...새해 공격적 증산으로 OPEC+ 감산에 '맞불'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美,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 부상...새해 공격적 증산으로 OPEC+ 감산에 '맞불'

美 정부는 전략비축유 매매로 막대한 차익 남겨
미국이 올해에도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해 공세적으로 원유를 증산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CNBC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올해에도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해 공세적으로 원유를 증산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CNBC
미국이 글로벌 석유 시장의 생산과 판매 분야에서 모두 산유국 연합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했다. 미국이 2023년에 사상 최대 규모로 원유를 생산해 국제 유가를 떠받치려는 OPEC 플러스의 감산 조처를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은 또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거나 이를 다시 채워 넣으면서 국내 휘발윳값을 안정시키고, 막대한 재정 수입을 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2월 3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수반’과 ‘군 최고 사령관’에 이어 ‘원유 거래 고래’가 됐다고 보도했다. WSJ은 “바이든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략비축유를 방출해 유가 급등을 막았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부는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전했다. 미 에너지부는 국제 유가가 오를 때 전략비축유를 판매하고, 유가가 다시 내리면 이를 보충하는 방식으로 원유 거래에서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는 최근 몇 주 사이에 국제 유가의 틈을 타 약 1억 3800만 배럴의 원유를 사들였다. 미 에너지부는 2024년에도 원유 시장에서 보다 더 공격적으로 거래를 할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 정부가 전략비축유를 매각할 당시인 2022년에 국제 유가는 배럴 당 평균 95달러였으나 최근 이를 다시 보충할 때는 배럴당 평균 75.63달러로 내려갔다. 이는 곧 최근에만 미 에너지부가 2억 7000만 달러 (약 2507억 원)의 차액을 남겼다는 뜻이다. 미 에너지부는 전략비축유 매입 자금으로 34억 5000만 달러를 남겨 놓고 있어 수천만 배럴의 원유를 더 살 수 있다.

만약 국제 유가가 다시 뛰면 바이든 정부가 전략비축유 매매를 통해 올릴 수 있는 수익 규모가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국제 유가는 최근 하향 안정세를 보인다. 지난 12월 29일 마지막 거래일 당시에 미국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71.6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최대 투자 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생산 증가로 올해 유가 상승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며 올해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기존보다 배럴당 10달러 낮춘 70∼90달러로 내렸다. 브렌트유가 내년 6월 배럴당 85달러로 정점을 찍고, 2024년은 평균 81달러, 2025년에는 평균 8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골드만삭스가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이 주도하는 비(非) OPEC 산유국들이 공급을 지속하고 있고, 특히 미국이 올해에도 원유 생산을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내년 4분기 하루 1140만 배럴(bpd)에 달하고, 미국의 올해 총 원유 공급 증가 전망치를 기존의 50만bpd에서 90만bpd로 올렸다.

바이든 정부에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고, 이것이 유가 안정에 이바지했으나 화석연료 감축을 공약한 바이든 대통령굳이 이 사실을 내세우지 않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2월 3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현재 원유 생산량그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하루 1320만 배럴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나 러시아보다 큰 규모이고,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 당시인 2019년 11월 기록한 1300만 배럴을 넘어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겠다고 공약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급등하자 정책을 전환할 수밖에 없었고, 석유 업체들이 생산량을 빠르게 확대했다고 WP가 지적했다. 브라질, 가이아나 등 중남미 산유국들의 산유량도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OPEC+가 올해 1·4분기 하루 220만 배럴을 '자발적으로' 감산하기로 합의했으나 미국 등의 증산으로 유가를 끌어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글로벌 정유업계의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OPEC의 세계 석유 시장 점유율이 27% 아래로 떨어져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로이터가 전했다. OPEC은 1970년까지는 전 세계 원유 생산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그 이후 수십 년 동안 OPEC 점유율 30~40%에 달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등의 증산으로 점유율이 계속 낮아졌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