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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나토 집단 안보 파기 발언 파장…주한미군 철수 압박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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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나토 집단 안보 파기 발언 파장…주한미군 철수 압박 예고편

유럽 동맹국들 강력 반발, 바이든 대통령도 비난 가세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2019년 12월 4일 영국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만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2019년 12월 4일 영국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만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방위비를 제대로 분담하지 않는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을 공격하도록 러시아를 부추기겠다는 취지의 ‘폭탄 발언’을 쏟아내 미국과 유럽 국가에서 파문이 일고 있다. 트럼프가 이번에 나토 회원국을 거론했지만, 한국에도 주한 미군 철수 위협을 하면서 방위비 5배 증액 등을 요구한 전례가 있어 그가 집권하면 한국에 대한 파상 공세가 예상된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분석이다.

뉴욕 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를 고려했었고, 그것이 말로 그쳤지만, 백악관을 떠난 이후에 한국이 충분한 보상을 하지 않으면 집권 2기에는 주한미군 철수를 최우선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해왔다”고 보도했다. NYT는 “1950년에 딘 애치슨 당시 미국 국방부 장관이 한국을 미국의 방어선에서 제외한 지 5개월 뒤에 북한이 남침했고, 미국이 피의 전쟁에 참전했다”면서 “역사적으로 볼 때 (동맹 붕괴가) 더 적은 전쟁이 아니라 더 많은 전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외교 안보 분야 참모진에 공공연하게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했다는 증언이 쏟아져 나왔었다. 트럼프는 2018년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한 뒤 김 위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시켰다. 트럼프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에서도 통상적인 인상률을 무시하고, 기존의 5배인 50억 달러(약 6조 6225억원)를 내놓으라고 한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사우스캐롤라이나 대선 후보 경선 유세에서 "그들(나토)이 '돈(방위비)을 안 내도 미국이 우리를 보호할 건가'라고 물어 '절대 아니다'라고 답했더니 믿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때 큰 나라의 대통령 중 한 명이 '러시아가 나토를 침략하면 우리가 돈을 내지 않더라도 미국이 우리나라를 방어할 것인가'라고 물었다"며 "난 '그렇게 하지 않겠다. 실은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걸 하도록 부추기겠다. 돈을 내야 한다'고 답했다"고 했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당시에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2%를 넘지 않는다며 유럽 국가들이 안보 무임승차론을 줄곧 제기했다. 나토 31개 회원국은 'GDP 대비 2% 이상 국방비 지출' 목표에 합의했다. 그러나 나토의 자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영국 등 11개국만 이를 지켰고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기준에 미달했다.

트럼프는 이번에는 이를 넘어 나토 회원국 중에서 한 나라가 공격을 받으면 모든 회원국이 이에 함께 군사적으로 대응한다는 집단 안보 개념을 파기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는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나토 동맹국을 공격해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의 발언에 화들짝 놀라는 태도를 보였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동맹이 서로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암시하는 것은 미국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안보를 훼손하고, 미국과 유럽의 군인을 위험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나토를 향한 모든 공격단결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소설 미디어 엑스에 올린 글에서 "나토의 안보에 관한 무모한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뿐이고, 세계에 더 많은 평화와 안전을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독일 외무부는 이날 엑스에 올린 글에서"'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 이 나토의 신념은 앵커리지(미국 알래스카 도시)부터 에르주름(튀르키예 도시)까지 인구 9억 5000만 명 이상을 안전하게 보호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를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더 많은 전쟁과 폭력에 대한 청신호를 주려고 한다"며, “이는 끔찍하고 위험하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도 성명에서 "사람을 죽이려 드는 정권이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을 침략하도록 장려하는 것은 끔찍하고 정신 나간 일이며, 미국의 안보, 세계 안정, 미국의 국내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