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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글로벌 공급망 문제, ‘식탁 물가’만 나 홀로 상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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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글로벌 공급망 문제, ‘식탁 물가’만 나 홀로 상승세

이스라엘 아슈도드에서 한 여성이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이스라엘 아슈도드에서 한 여성이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오랜 침체를 겪고 있던 글로벌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성장세는 다소 주춤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점차 둔화하면서 긍정적인 시장 전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말 발간한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긴축 금융, 무역 성장세 약화, 기업 및 소비자의 신뢰도 하락 영향이 점점 커지면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운을 떼면서 “다만 실질소득 증가율이 회복되고 정책금리가 인하되기 시작하면서 2025년에는 세계 GDP 성장률이 3.0%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식탁 물가’만큼은 여전히 고공 행진을 계속하면서 서민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가중하고, 좀처럼 경기 회복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식탁 물가 급등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코로나 때부터 지금도 계속되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전 세계는 갑작스러운 ‘밀가루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양국을 합쳐 글로벌 밀 생산의 약 25%를 차지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밀 수출이 막혔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마저 같은 해 8월 자국 내 식품가격 안정화를 이유로 밀과 밀가루 수출을 통제하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한국 역시 밀가루 공급 부족으로 빵이나 과자, 라면 등 밀가루 원료 식품들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다.

세계 1위 비료 수출국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농업 생산력 향상을 위한 필수재인 비료마저 공급이 부족해진 것도 글로벌 농작물 생산에 영향을 미쳤다.

또 하나의 요인으로는 세계적 규모의 이상기후를 들 수 있다. 지난해 발생한 최악의 엘니뇨는 세계 곳곳에 이상 고온과 폭염, 그로 인한 가뭄을 불러왔고, 이는 기후변화에 민감한 세계 각국의 농업 생산력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

인도가 세계 각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 수출을 통제한 것은 같은 해 봄에 발생한 이른 폭염 때문에 수확량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인도뿐만 아니라 미국, 아르헨티나 등 다른 주요 밀 생산국들 역시 폭염과 가뭄으로 밀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글로벌 밀가루 공급 부족을 더욱 부추겼다.

밀과 함께 주요 식량작물인 옥수수와 콩 등도 가뭄으로 생산량이 줄었고, 사료용 옥수수 가격이 오르자 농장들이 소 사육 두수를 줄이면서 미국산 쇠고기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그뿐만이 아니다. 주요 기호품 중 하나이자, 한국이 세계에서 둘째로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커피와 초콜릿의 원재료 카카오 등도 기후변화와 병충해 등으로 재배 가능 면적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각종 요리의 재료이자, 양봉업자들이 꿀벌의 먹이로 사용하는 설탕도 주 생산국인 인도와 태국의 생산량 감소로 올 들어 공급 부족 및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식량안보 위기’는 전체 식량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을 비롯해 주요 식량의 국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 매우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가계 지출 중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저소득층의 생활고가 심화하는 것은 물론, 식량공급에 대한 불안감은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의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7000~8000원 하던 직장인들의 점심 한 끼 메뉴 가격은 어느덧 1만 원을 넘기 시작했고, 일반 가정에서는 조금이라도 식비 절약을 위해 외식을 대폭 줄이고, 직접 재료를 사서 요리하는 집들이 부쩍 늘었다.

외식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은 직원 수를 줄이고 메뉴를 단순화하는 등의 자구책에 나서고 있지만, 식재료비 상승과 외식 인구의 감소로 갈수록 수익이 악화하는 중이다.

이러한 식량안보 문제를 극복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농업 구조의 다변화 △복잡한 유통구조 재정비를 통한 비용 상승 억제 등의 내부적 방안과 △핵심 작물에 대한 수입선 다양화 △공급망 및 기후 이슈 등에 맞춰 선제적이고 유동적인 재고 확보 노력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